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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이상 Apr 02. 2023

이상하다에 대한 확신

조현병 1m 거리에서② 그냥 무시하고 싶었는데

이 사람이 남다르다는 것은 내가 겪기 전에 다른 사람들로 부터 들었다.

듣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듣게 되었다.


물론, 이 집을 소개해준 부동산이나 전 주인으로 부터 들은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것이다. 이 이상한 불안감을 겪을 필요도 없었겠지


첫 번째는 인테리어를 맡은 실장님께 옆집 사람에 대해 전해 들었다.

정확히는 같이 사는 친구가 들은 것인데, CCTV를 달아보라는 권유였다. 조금 이상하다고.

본인 집의 수저인가를 이 집에서 가져간 것이 아니냐며 몇 번 찾아왔다고 했다.

그때는 웃겼다 그냥. 뭐 그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였다.


두 번째는 이사 후에 2층에 사는 아주머니 한 분께서 찾아오셔서 전해들었다.

내가 직접들은 것이고 아주머니께서 잠시 나오라고 하시더니 반대편 복도에서 속삭이며 말씀하셨다.


옆집에 대해 알고 있냐고, 유명한 사람이라고, 이 분이 아파트에 다시 보여서 자신은 너무 놀랬다고.

놀란 이유는 본인이 통장인가를 하실 때 많이 싸운 분이고 그 싸운 이후 자신의 집에 인분을 뿌린 사람이라고 했다. 방송에도 한 번 나왔으며 아파트 차원에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다 실패했다고.

마지막으로 아마 많이 힘드실거라고 전해주며 내려가셨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같이 힘을 합쳐보자며.

무슨 일은 나한테만 있었기 때문에 힘을 합칠 일은 없었다. 다행인가.


두 번째 이야기를 듣고는 좀 심란했다. 부동산을 원망했다. 사실 지금도 원망한다.

우리가 이사올 때 그 사람은 여기 살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안했겠지만, 그래도 방송에 나올 정도의 인물이라면 귀뜸해주는게 맞았지 않나 싶지만. 씁쓸하지만 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웃기는 일이었고, 별 생각이 없었다가 저 2층 아주머니 덕분에 신경쓰이기 시작했다.

다 이상해 보였다. 무엇보다 사람을 빤히 쳐다보며 지나가는데 그 눈빛이 몹시 신경쓰였다.

우리가 흔히 보는 눈빛은 아니었다. 쎄한 눈빛이었다. 아마 저 두 번의 이야기를 전해듣지 않았어도 본능적으로 이건 쎄한데라고 느낄 눈 이었다.


그럼에도 별 다른 사고는 없었으니까 그냥 이제는 조용히 사시나보다 했다.

그러던 중 복도식이니까 또 한 번 서로를 마주쳐야 할 때가 있었다.


눈이 마주친 김에 인사를 했다. 고개를 꾸벅 숙였다.

경비아저씨께 가벼운 목례를 하듯, 그런 인사를 했다.


싸한 눈빛으로 그냥 지나가더니 그 사람이 허공에 대고 외쳤다.


"사람이 자존심이 있어야지! 인사를 안 받으면 인사를 하지 말아야지!"

"사람이 자존심이 있어야 돼" "자존심이 있어야 된다고!"


나한테 하는 소리였다.

나는 비교적 자존심이 있어서 삶이 고달파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은 그걸 몰랐나보다.


자존심에 대한 외침을 들은 후에 나는 이상함을 확신했다.

이 사람은 제정신은 아니구나 하고. 

그래도 그 때만해도 조현병이 뭔지도 몰랐고 이 사람이 조현병이라는 생각도 못했다.


그냥 눈빛이 쎄한 이상한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 인사 뒤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혹시 마주칠까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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