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ma Jeon Feb 25. 2024

해외에서 만드는 루틴은 소중하다

두 달의 대만 출장 다시 시작

잠시 한국에 갔다 왔다.  습한 대만을 벗어나서 건조한 한국집으로 돌아가니 무엇보다 잠이 잘 왔다.  건조한 기후와 따뜻한 전기담요 덕분에 개운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오랜만에 엄마밥을 먹으며 살이 올랐다.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고 일을 처리하면서 혹시 동료 메시지를 놓치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기도 했다.


얼마 전 발리에서 휴가를 보내고 다시 타이베이 사무실로 복귀했다.  동료들은 짧아진 내 머리 스타일을 보며 다들 한국에서 머리 잘랐구나! 하며 한국 스타일을 대번 알아보았다. 내 자리로 한 명씩 와 반가움을 표해주는 걸 보며 그래도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구나 하며 안심했다.


발리에서 요가 수업을 들으면서 즐거웠기에 회사 근처의 요가 학원을 알아보았다.  일주일에 정해진 수업 한 개만 들을 수 있는 대신에 할인된 가격이 2만 원 돈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너무 적기도 하고 회사에서 일이 생기면 놓치는 게 수업 일정인데 이런 빡빡한 조건이라니. 대만은 역시 운동 면에서는 가성비가 많이 떨어진다.


그러다 퇴근 후 매번 지나가던 건물 1층의 화려한 요가 수업을 겸비하는 헬스장이 눈이 들어왔다. 홈페이지에는 가격도 안 적혀있고, 난강 지역의 건물 1층을 쓰고 있는 헬스장이라니 비쌀 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했다.  거기서 만난 영업의 달인은 내가 2 달만 대만에서 출장을 하고 있다고 하자, 먼저 시설부터 둘러보겠다고 시간을 끌었다.  그리고는 비용을 묻자 마침 자신들이 2달 맞춤으로 등록할 수 있다며 가격을 설명해 주었다.  당시에는 몰랐는데, 생각해 보니 그녀는 시설을 보여주면서 머릿속으로는 나에게 2달 사용료로 얼마를 제시할지 고민 중이었던 거 같다.  1년 단위로 결제해야 하는 헬스장인데 출장자인 외국인이 내가 등록하기 위해 유연성 있게 다른 플랜을 제시한 거였다.  


매번 운동을 하고 싶을 때면 난강 운동중심에서 단발성으로 운동을 하곤 했다. 요우요카로 입장 시 50 대만 달러, 우리 돈으로 2000원을 내면 헬스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애매한 위치와 오래된 시설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이 점을 영업 담당자가 꼬집으면서 내 지갑을 열게 했다.  결론적으로 가격은 생각보다 합리적이었고 나는 이제 점심시간과 퇴근 시간에 회사 근처에서 운동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야호.


외지에서 루틴을 만드는 건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오늘의 끼니는 뭐로 해결할지 고민하는 걸로 지치지 않도록 믿을 수 있는 건강식 식당 몇 개를 정해두는 일.  핸드폰을 멀리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싶을때 갈 수 있는 까페를 알고 있는 거.  숙소까지 어떤 버스를 탈지 매번 구글 맵을 키지 않고도 몸이 기억하는 경로로 걸어가는 일.  회사 근처에 있는 헬스장에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이 매일 오픈되어 있는 거.  해외에서 나를 흔드는 불안감을 가능한 선에서 제거하며, 삶의 균형감을 잡아가고 있다.


+ 출근 하는 길목에서 아침마다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를 만나는 즐거운 루틴까지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에서 미사일을 쌌다고 알림을 주시다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