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표현이다. 어떤 음식이건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고 먹으면 그 매력을 더 온전히 이해할 수 있기 때문. 내가 막걸리 브랜드를 인터뷰한 후, 전통주를 즐겨 마시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4박 5일간의 제주도 여행에서 알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실히 깨달았다. 계기가 된 건 '맥파이 브루잉'에서의 양조장 투어. 평소 좋아하던 수제맥주 브랜드 맥파이 브루잉의 본사이자 펍과 양조 시설이 합쳐진 공간에서 경험한 브루어리 투어였다. 30분 남짓한 투어였지만 크게 4가지 측면에서 굉장히 잘 설계된 브랜딩 활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투어 과정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스태프분께서 맥주 지식을 공유해 주시는 순서였다. 양조 시설을 둘러보기 전, 맥주의 4가지 기본 재료(맥아/홉/물/효모)를 직접 보고 향을 맡았는데 투어 이해도를 높여줄 배경지식으로서 아주 적절했다.
이후엔 맥아즙을 만들고, 홉과 부재료를 더하고, 효모를 섞어 알코올과 탄산감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들었다. 4가지 기본 재료를 학습했던 터라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었다.(마치 구성이 잘 짜여진 아티클 한 편을 읽는 느낌이었달까..)
제조시설을 보여주는 특성상, 브랜드 자랑으로만 투어 내용을 채울 수도 있지만 다행히 맥파이 브루잉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효모를 다시 쓸 수 있는 이유, 생맥주와 캔맥주의 맛 차이가 사실상 없다는 점 등 참가자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맥주 지식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브랜드를 알려야 한다는 욕심을 덜어낸 덕분에 오히려 더 맥파이 브루잉을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본다.
Tip) 생맥주와 캔맥주의 맛 차이
맥주 제조 과정에서 열처리를 하지 않는 브랜드의 경우, 생맥주와 캔맥주의 맛 차이는 없다. 펍에서 생맥주가 더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따를 때 탄산이 생맥주 통에 주입돼 맥주를 끌어올리는데, 이 과정에서 통에 남은 맥주에 탄산이 조금씩 추가되기 때문에 더 청량하다고 느껴지는 것.
투어가 끝난 후, 양조 시설을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는데 스태프분께서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개인적으로 추가 안내를 해주셨다. 다른 분들과 투어하다 보면 바로바로 질문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시간을 틈타 '1통당 몇 리터 맥주를 생산하시는지', '물류비가 많이 나올 듯한데 왜 제주도에 생산 시설을 설립하셨는지' 등 자유롭게 여쭤볼 수 있어서 좋았다. 투어 설명 중에도 참가자들의 리액션을 확인하셨다는 점에서도 인상적인 서비스였다.
브랜드 투어는 마무리 시점에서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경험해야 그 재미와 감동이 극대화된다. 디즈니랜드에서도 테마파크 퇴장 통로 쪽에 디즈니 굿즈샵이 위치하듯 말이다. 맥파이 브루어리 투어도 동일하다. 투어 이용자들은 펍에서 샘플 맥주 2잔 또는 캔맥주 2캔을 마실 수 있는데 제조 과정을 이해한 채 원하는 맥주를 고를 때의 행복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내가 만든 맥주인 것 마냥 맛이 잘 구현됐을지 기대하며 선택하게 된다. 여기에 맥주 효모로 반죽한 피자 등 이곳만의 안주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생산 시설과 펍을 함께 운영하시는 점이 진정한 키 포인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