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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Aug 09. 2022

문화비, 회사에서의 자기 계발

민음사에는 문박싱이 있다던데


https://youtu.be/g25BV57pAb8

회사의 ‘문화비’가 회사를 알리는 컨텐츠가 될 수 있다니


학원에서 일하는 4년 내내 내가 제일 많이 한 말은 바로 ‘저 여기서 나갈 거예요’였다. 주변 사람들이 다 외울 정도로 수없이 되뇐 저 말은,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싫어서도, 가르치던 학생들이 싫어서도 아니었다. 직장인이라면 응당 받는 월급 값은 해야 하기 마련인데, 나의 노력만큼 실력이 느는 학생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있었고, 제각기 다른 속도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아이들의 그 조금 느린 속도가 내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은 아닌가 하고 나의 자신감과 자존감을 깎아먹었기 때문이다. 그저 프로젝트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거나, 예산을 좀 더 써야 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진짜 사람을 상대하고 진짜 사람에게 지식을 집어넣어 줘야 하는 직업. 그 일이 부담으로 다가왔고, 그 무게를 알기에 그 어려움에  탈출의 기회만을 엿보았던 것이었다.


그랬던 그곳을 다시 가야 하나 고민하게 된 건, MBA 졸업을 앞두고 있던 그 어느 날이었다. 석사 학위 과정을 두 개나 밟고도 여느 90년 대생들이 그렇듯, ‘내가 갈 곳은 어디인가’, 혹은 ‘내가 갈 곳은 있는 것인가’와 같은 걱정과 고뇌에 빠져 있었던 내가 OO기업의 사내 영어 강사 자리를 ::발견:: 하게 된 것이다. 해외 유학생 우대MBA 학위 소지자 우대를 모집 요강에 당당히 써 놓고도 고작 연봉 2600만 원을 주겠다는 입사 제안에 지쳐있을 즈음이었다. 4년이라는, 마냥 적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경력 때문인가, 아니면 더 좋은 선생이 되고자 아등바등할 때 따 놓은 테솔 자격증 덕분인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취업에 더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부담스럽던 직업이, 나에게 다시 일정한 ‘소득’을 가져다 줄 일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괜찮을 것만 같았다. 사내 어학 강사라니. 어쨌든 회사를 다니는 일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내가 나의 생각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었는지, 졸업을 앞둔 즈음, 이력서를 넣은 여러 기업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행히 사회 초년생 급에서 MBA를 딴 덕분에 아직 ‘나의 분야’라고 부를 것이 없어 여러 분야의 회사에 가볼 수 있었다. 게임 회사도 있었고, 교육 회사, 의료 기기 회사,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번역 회사도 그중 하나였다. 나를 뽑으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쓰고 있던 와중에 으레 묻는 질문인 ‘마지막으로 물을 것이 있냐는 질문 시간’이 돌아왔다. 무엇을 물어야 할까, 고민하다가 순간 면접 오는 길에 봤던 민음사의 ‘문화생활비 언박싱:문 박싱’ 영상과 ‘사내 어학 강사’ 자리가 떠올랐다. 문화비! 자기 계발비! 그래, 그거였다.


틈틈이 '내 돈으로 하는 자기 계발' 촤고



“혹시, 직원이 직무에 관련된 교육이나 외국어 등을 배우기 원할 경우에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지원 제도 같은 것이 있나요?”


민음사의 문화비 같은 것은 차치하고라도 외국어나 프로그래밍 같은 것을 배울 때 학원비라던가 책 값 정도라도 지원받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수적인 것이니만큼 간절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없는 것보다야 있는 것이 백만 배는 좋은 그 무엇이 아니던가. 어떤 회사는 월마다 얼마씩 나온다던데, 어느 회사는 밀리의 OO 같은 구독 서비스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지. 또 어느 곳은 내가 이력서를 내려고 했던 사내 강사 자리처럼 각종 특강이나 강의 같은 것도 해준다던데. 여러 이야기가 들려왔다.


“음, 아쉽게도 저희는 그런 제도가 없어요.”


아이고 아쉬워라, 아무래도 향후 몇 년 간 문화비로 언박싱을 할 일은 없는 모양이다.


회사는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어떤 종류의 복지를 제공해야 할까? 사실 도서관과 같은 구독 서비스는 회사는 회사대로 구독료를 내지만 정작 직원들은 너무 바빠서 책 읽을 시간 따위 업을 수도 있다. 지인의 외국어 배우기를 희망하는 직원들에게 출근 전 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사용하여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강좌를 열어 주었는데, 참여율이 저조해 폐강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또, 업문에 도움이야 되겠지만 (관련이 있다는 가정 하에) 어쨌든 개인의 역량 강화인데, 회사가 외국어 시험 비용이니 하는 것들을 또 베풀어야 할 이유는 무언가? 90년대 우리네 엄마와 아빠는 그런 것 없이 주말까지 열일하라고 해도 우레와 같은 비를 뚫고 정장 차림으로 헤엄을 쳐서라도 일을 했는데 말이다.


사회 초년생의 관점에서 감히 생각해보면 이것은 아마도 회사도 구직자도 넘쳐나지만 취업이라는 구멍은 한없이 작고 좁은 시대에 가장 최소한의 지출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야 하는 기업이 (사실 어떤 사업의 관점에서 봐도 이건 당연한 일이다. 수많은 고정비와 지출 중에서 제일 줄이기 쉬운 것은 어쩌면 인건비일 수도 있으니까) 가장 매력적인 구직자를 홀려 구직 경쟁에서 경쟁 회사를 찍어 누르기 위해서, 또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에의 투자를 통해서 또 다른 결과물을 생산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매일 영어를 쓰고 있지만 영어 수업비는 못 대줘도 영어 수업은 추천/연결해줄 수 있다는 우리 회사. 별 것 아니라지만, 우리도 문화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고 주기적으로 날아오는 강의 메일도 버거워하는 K- 직장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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