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치 4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첫 번째 직장에서 얻게 된 가장 귀중한 지혜는 바로 일을 배우기에 1년은 너무 짧고, 2년은 이제 뭔가 알겠구나 - 싶으면 끝나니, 적어도 어떤 분야의 실무자다 하고 자신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3년 정도는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1년 차엔 선배가 하라는 것을 따라 하다가 끝났고, 2년 차 때는 기존의 시스템에 조금씩 변화를 줄 수 있을 뿐이었고, 3년 차 정도가 되어서야 기존의 것을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작 6년의 직장생활을 한 내게 한 조직에 있어야 할 가장 좋은 기간이 얼마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3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로도 2-3년 차의 이직이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든 싫든 붙어있을 거냐고 또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글쎄’다. 지금이야 현재 생활에 만족하니 3년이든 5년이든 한 곳에 있을 생각이지만, 더 좋은 조건의 직장이 생긴다면 고민을 해보는 것이 21세기 직장인의 가장 좋은 자세가 아닌가. 벌써 3년이 지난 2020년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평균 이직 횟수는 2.3회이고, 이직 기간도 점점 짧아진다고 하니, 하루아침에 내 옆자리 동료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본인의 능력에 따라 더 좋은 선택을 한 것일 뿐 그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졸업 후 처음 맞이하는 연차, 평일 오후의 햇살은 너무 예쁘고 따뜻하더라
90년대생이 간다는 식으로 기성세대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우리 세대는 또한 아버지가 회사에서 잘리는 외환위기 시대에 영유아 시기를 보내고, 부당 해고로 인해 수년째 시위를 하고, 또 열정 페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말로 바로 윗세대의 에너지를 빼먹던 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내고, 신입을 뽑으면서 최소 3년의 직장 경력을 요하는 회사들에 둘러 쌓여 있으나 그마저도 저성장 시대에 우리를 뽑는 곳은 없는 시대에 20대를 보내고 있으니 이미 회사가 나의 가족이며 나의 10년을 책임져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성장한 우리 20대가 어떻게 3년, 5년, 10년 뒤의 계획을 세울 수 있을까.
2019년에 첫 번째 석사를 졸업하면서 학우들과 과연 우리가 취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결국 석사라서 뽑았지만 석사 수준의 월급은 못 주므로 학사졸 수준으로 맞춰주겠다는 회사에 입사한 동기를 보면서, 석사의 지식을 가지고 취업시장에 나와 학사졸의 월급을 받음으로 인해 우리가 좌절시키고 만 여러 대졸자들을 생각했다. 석사가 석사로서 취업을 하지 못해 필요치 않은 수천만 원의 돈을 들여야 하는 대학원으로 그들을 밀어냈거나, 혹은 더 안 좋은 자리로 눌러버렸을 것이다.
2021년에 두 번째 석사의 종강을 맞이하면서 내게 들어왔던 수많은 입사 제안서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유학생 우대, MBA우대, 외국어 가능자 우대, 여러 가지 우대 사항에 힘입어 내게 들어왔던 많은 입사 제안서는 대부분 1시간 이상의 통근 시간을 요했고, 제시 연봉은 2600만 원이었다. 유학생 우대에 MBA 우대, 외국어 가능자를 우대해 뽑는데 2600만 원이라. 집에서 10분도 떨어지지 않은 외국어 학원에서 제시한 ‘3600만 원 (협의 가능)’을 거절한 것이 갑자기 속이 쓰렸다. 내가 초년생 때 받던 것보다도 못한 연봉이었다. 정녕 이것이 나의 가치인가. 이렇게 취업을 하게 되면, 국내 대학을 졸업하고 MBA가 없으며 외국어가 외국인 수준이 아닌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일해야 하는 이유는 열심히 놀기 위해서.
주 68시간일 때 처음 직장인이 되어 이제야 52시간이 반영될 것 같은데 정권이 바뀌며 과연 그럴까 싶은 지금,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데 포괄임금제라 야근 수당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나는 ‘그 10년 뒤’가 궁금하다. 10년 뒤의 나는 자그마치 16년의 경력을 가지고 마흔을 목전에 둔 30대 중반의 여성이 된다. 아마도 관리직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주부의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고, 또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박사생 혹은 또 다른 석사생의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겠다. 이 나라의 정책은 어떨지, 과연 주 4일제를 도입하는 뉴욕처럼 주 4일제의 삶을 살고 있을지도 궁금하다. 우리 회사에서 진급을 하고 관리자가 되면 이 글을 썼던 2022년의 신입사원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데, 이제 겨우 주변인들에게 좋은 회사와 나쁜 회사에 대한 데이터를 쌓는 20대 쪼랩 직장인에겐 벅차고 벅찬 일이다. 게다가 당연히 소리꾼이 될 줄 알고 20년 넘게 노래했는데, 눈 떠보니 6년 차 직장인이 되어 있었던 고작 30년도 되지 않은 삶의 파란만장함을 보라. 10년 뒤의 미래를 생각한다고 해도 뭐 그게 얼마나 맞겠는가. 경험도, 경력도 모두 짧아 숲을 보지 못하는 짧은 식견으로는 MZ세대라는 말로 우리를 대부분 관리자의 자리에 있는 기성세대와 구분 짓는 사회에서 고작 6년을 살았을 뿐이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회사와 집이 조금 가까웠으면 좋겠다.
브런치가 10년 이후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플랫폼으로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16년 차의 직장인이 된 내가 다시 돌아와 직장 생활에 대한 소고를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