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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MAMBA Sep 25. 2022

매일 퇴사를 준비합니다

입사와 동시에  글을 쓰기 시작해 어느덧 10개월이 지났다. 2016년을 시작으로 어느덧 6년의 시간을 직장인으로서 보낸 셈이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의 절반 이상을 직장인으로 살면서,  뇌에 아주 작은 부분만을 차지하던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은 ‘국악인이라거나, ‘선생님이라거나, ‘대학원생같은 (물론 6년 중 5년을 대학원과 병행하긴 했지만) 것보다 몸집이 커져 다른 것들을 잡아먹을 정도가 되었다.


직장인으로 살다가 MBA까지 했으니 이제 평생 프로 직장인으로 살겠다는 사람들에게 자신 있게 YES라고 하지 못하는 것은 연봉이나 월급에 불만을 가져서도, 공부에 엄청난 미련을 가져서도, 다른 무언가 (e.g., 창업 등)를 하고 싶어서도,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어서도 아니다. 되려, 지금 맡고 있는 나의 업,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는 나랑 꽤 잘 맞다. 내가 했던 몇 안 되는 업무 (e.g., 강의, 교육, 영업, 번역, 연구…) 중에서 제일 괜찮았던 것을 꼽으라고 해도 자신 있게 지금의 일을 고를 수 있을 정도다.


  회사라는 조직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있다. 어쨌든 ´MBA’라는 것은 일과 직장을 학문으로서 연구하는 ‘경영 전공 아니던가. 매니지먼트를 복수 전공하며 책에서만 봤던 것들을 돈을 받아가면서 공부할  있다고 생각하면 흥미로운 것에 더불어 ‘개이득같기도 하다. 회사 생활 만으로 조직의 성공  실패 사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는 셈이다. 회사 문화와 직원 복지를 이론과 더불어 비교해볼 때도 있다. 내가 속한 이곳을 이론과 비교해볼  얼마나 성장, 발전 가능성이 있는 곳인가, 직원들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현재의 시스템과 퇴사  이직률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다소 석사스러운 얕은 수준의 연구 주제로 엮어 생각해보기도 한다.

 https://naver.me/xQN6SleH


하지만 이와 동시에 단순히 ‘직장인’으로서의 나의 삶이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동종 업계 대비 신입 초봉이 좋긴 하지만 여전히 가파르게 치솟는 인플레이션과 비교해볼 때 언제까지 만족스러워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마치 자동차 부품처럼 돌아가는 직장생활은 ‘내가 아니어도 그 누군가가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기저에 깔려있기도 하다.


내가 가고자 하는 산업의 효용가치가 과연 몇 년 정도 일지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쪽으로 가면 한 10년은 잘 먹고살 수 있을 거야’라기에 아, 앞으로 10년은 그래도 내 자리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뒤집어 생각하니 마흔도 되지 않은 삼십 대 중반에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전문성을 쌓은 내 길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마흔도 되기 전에 또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다니. 가장 ‘무난’하다면서 제일 ‘치열’하고 ‘뜨거운’ 회사원의 세계가 아닌가.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은 또 어떤가?)


그래서 나는 매일 퇴사를 준비한다. 더 실력 있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여러 책을 읽고, 외국어를 공부하고,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지만, 언젠가 나의 일이 사라져도 살아남기 위해서 마치 우아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움직이는 백조의 물밑 다리처럼 계속해서 연구하고 노력한다. 그러다 보면 일을 더 잘하게 될 테니까 타의로 인한 퇴사를 하지 않게 되겠지만, 찾아온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매일 퇴사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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