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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하는 취준생에게 계획이 가능할까?

묘수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30살 대학원생 김씨는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 지금은 고시원 총무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매일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물려받은 재산도 없고 홀연단신으로 대학을 졸업을 하고 나니, 남은 것은 한국 장학재단에게 빌린 돈이 16,462,560원입니다. 그저 열심히 공부했을 뿐인데 학자금 대출로 인하여 저신용자입니다.

돈을 빌릴 때만 해도 대학을 졸업하면 바로 갚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취업기간이 늘어나면서 빚은 무섭게 쌓여 갔습니다. 문제는 생활비였습니다. 대학 생활은 장학금으로 거의 내지 않았지만, 생활을 하기 위한 장학재단 대출금이 4년간 2,000만원이 되었습니다. 데이터 분석가를 꿈꾸던 청년은 그렇게 빚쟁이가 되었습니다.

밥값, 집값, 옷값 할 수 있는 것은 다 아껴봤지만 상황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연체된 다른 빚을 합하면, 빚은 2,000만원 정도입니다.
고시원 총무로 받는 월 90만원의 급여로 원금은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 월급을 200만원 밖에 못 받는다고, 이백충이란 말이 젊은이 사이에서 돌고 있는데요.
  사실 그것도 저에게는 부러운 이야기예요.
  빚이 없고 월 수입 200만원 정도만 되면 그걸로도 만족할 것 같아요. "

- 2017년 EBS 다큐 시선 '빚을 권하는 사회' 중


정상적인 사회에서 대학원까지 공부한 사람은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노력의 과정이나 그 결과를 검증받았다고 보이는데, 김씨는 경제에서 낙오자가 된 것 같습니다. 고학력이 반드시 고소득이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취업이 되고 불편하지 않은 경제적 상황은 되어야 누구나 자기 꿈을 위해서 공부하고 노력할 수 있는 정상적인 사회일 것 같은데, 대학원생 김씨는 작은 방에서 먹고, 자고, 입는 것을 극도로 아껴도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습니다.


김씨는 무엇을 잘 못한 것일까요?


데이터분석가가 되고 싶어서 대학원까지 진학한 젊은이는 잘 못한 것은 없습니다. 부모의 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코인이나 주식, 부동산 투자에 성공을 기대하지 않은 것도 잘 못이라고 탓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았지만, 현재 김씨는 고시원 총무로 사는 취준생입니다.

거주할 고시원 총무실을 얻은 대신에 월 90만원을 받고 주경야독을 하는 김씨에게 빚을 먼저 갚으라거나 저축을 제안하는 따위로 그의 미래를 계획하는 것은 교만한 짓입니다. 빚을 먼저 갚는다고 그가 원하는 취업이나 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심지어 그 어떤 제안도 지금 상황을 넘어서는 미래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씨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안하시겠습니까?


노력을 했지만 순조롭지 않은 취업과 가난이 개인의 잘 못이 아니라 해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합니다. 불행히도 사회가 '부모 운빨 게임'임을 탓하고 공정해지기를 기다리는 것으로는 지금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김씨는 상황을 계산적으로만 보면 원금을 상환하지 않고, 이자만 상환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학자금 대출도 곧 거치(이자만 내는 기간) 기간 10년이 끝나고, 원리금 상환 10년으로 전환이 될 텐데, 그때의 지출부 담은 5배에 달합니다.

학자금 원금 1,650 : 이자 1.7%  = 거치이자상환 매달 28,333원
학자금 원금 1,650 : 이자 .17% = 10년 원리금 상환 매달 149,615원

나머지  300만원이 조금 넘는 저축은행의 빚도 6년간 5만원씩 총 내고 빚은 그대로라고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 이자상환으로 연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저축은행의 이자는 20% 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현재 김씨는 이자로 매달 9만원씩 내면서 2,000만원의 빚을 유지하고 있으니, 이자가 높은 빚을 갚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축은행의 빚은 한 번에 300만원을 갚는 것만 가능해 보이니, 우선 300만원을 모으는 것부터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90만원의 급여에 매일 3분 카레만 먹는다는 김씨에게 매달 20만원씩 1년이 넘는 시간을 저축을 해야 하는 각박한 현실을 알려주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20만원씩 15개월이 지나서 300만원의 빚을 갚고 나면, 15만원씩 10년을 갚는 1600만원의 빚이 남습니다.

그러니, 당장 90만원의 급여로 빚을 해결하는 계획이 생활비가 없어서 대출을 이용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김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김씨의 문제는 당장 급여를 늘려야 하는 것이고, 급여를 늘리자면 20여년간 공부해 온 취업과 꿈을 포기해야 하는 문제로 바뀝니다. 어쩌면 김씨에게 당장의 급여를 위한 선택은 마치 지금까지 해 온 인생이 모두 부정받는 것일지 모릅니다.


계산적으로 만들어지는 계획이 묘수가 아니다.


김씨가 월 90만원을 받으면서 학업을 하고 있는 것과 당장 학업을 할 시간에 시간당 만 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 중에 아르바이트가 계산적으로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빚을 해결하고, 생활비에 조금이라도 여유를 갖으려면 20여년의 공부를 포기해야 합니다. 그리고, 공부를 포기하는 것은 기대한 더 나은 직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업을 유지하고 취업을 하려면, 당장 빚을 줄이기보다 지금의 낮은 비용으로 현재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습니다.


수입이 적어서 미래가 궁핍한 것은 현실입니다. 궁핍의 미래는 비관이 아니라 현실이고, 현실적인 예측을 비관이라고 보는 것이 오히려 판타지입니다.

그래서 김씨에게 현재 상황에 대한 약간의 조언을 줄 뿐, 김씨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계획이라고 쉽게 제안할 수 없습니다.


수입이 적어서 생기는 불편을
해결 해 줄 마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것은 크기의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500만원을 버는 사람도, 1,000만원을 버는 사람도 자기가 원하는 미래보다 수입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금의 소득을 아껴서 저축과 투자로 해결해 보려고 하지만 김씨에게 해결책을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문제는 소득이고, 저축이나 투자의 계획은 현재의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선택을 위한 자료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소득이 많을수록 선택지는 더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만, 그것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업고, 혹여나 저축이나 투자로 해결책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비현실적인 수익률(이자)로 우리를 현혹하는 상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묘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삶의 방향성을 잡아야 합니다.


김씨의 미래가 아득히 답답할 수도 있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닿을 거리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의 선택이 어떤 현실인지를 직시하는 것입니다.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여 인식하는 것은 긍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긍정으로 포장된 가짜 미래를 직시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의 시작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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