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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마의 브랜딩 Dec 06. 2024

워킹맘이 방학동안 느끼는 것들

(ft.미완성을 수용한다는 것)

또또가 일주일에 한두번정도 아침에 같이 회사를 따라오고 있다. 아침일찍 일어나 같이 맥드라이브 쓰루에서 해쉬브라운을 먹으며 오는길 도란도란 얘기한다.

회사 앞 스타벅스 카페에서 먹고 싶은 아침메뉴를 골라 가져온 숙제랑 책이랑 읽으며 엄마를 기다린다.

점심때 같이 점심을 먹고, 회사 건물 카페로 같이와서 본인만의 드로잉이나 영상편집작업(?)을 하고 단축근무 퇴근을 함께하며 학원으로 이동하거나 나들이간다.

단축근무를 하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정인데, 이 코스를 아이는 그렇게 좋아한다.

초등학교 때 엄마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한 적이 있었다. 초등학교 방학때, 텅 빈 집에서 동생과 주전부리를 챙겨먹으며 하루종일 tv만 봤다.

만화영화를 실컷 보며 처음엔 참 좋다고 생각했었다. 머리가 울렁거릴 정도로 봤던 것 같다. 방학이 끝날 무렵, 나는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꼈고 뭔가 외로웠다.

다른 엄마들처럼 학원에 뺑뺑 돌릴까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뺑뺑이 학원을 다녀봐서 안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은 채 다니는 학원은 공허한 의무감의 노잼시간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 파트를 파악해서 잘할 수 있게 짚어주고 세워주는 것을, 학원 선생님들께 전적으로 의지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요즘 퇴근 후 저녁에 30분씩 아이의 부진한 파트 학습도 봐주고 있다.

엄마가 되면, 아이가 자라면 주변에서 듣는 얘기들이 많다. "어떻게 키워야 한다", "어떤 학원은 필수다", "어떻게 모임을 가져야 한다"

지혜롭게 필요한 얘기를 분별하는게 요즘은 좀 어렵다고 느낀다. 나 자신이 뭔가 부족한 엄마로 느껴질때가 많다. 아이를 키우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 언제나 미완성이라고 느낀다. 미완성이라 답답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온전한 셋팅값이라는게 나올까? 싶다. 평생 안나올 것 같다. 그래서 미완성을 인정하고 수용하기로 했다.

오늘의 미완성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언젠가 다가올거란 온전한 셋팅상태를 기대하고 기다린다는 것. 지금 주어진 만찬을 즐기지 못하고 나중에..나중에..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매일의 행복을 콩알만한 크기라도 찾아내서, 음미하며 누리고 싶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어떤 학원에서 뭘 배웠는지보다, 엄마랑 차타고 가며 먹었던 해쉬브라운, 가면서 나눈 대화, 느낌, 끝난뒤 운동가고 나들이가는 시간들을 추억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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