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에세이
영화나 tv에 보면 조근조근 아이와 대화하고, 화를 낼때도 "오, 저런! 얘야-" 뭐 이런 느낌으로 얘기하는 엄마들이 있다. 싱글일때, 그녀들을 보며 나도 저런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상상하곤 했었다. 난 아이 셋을 낳을거야! 그리고 저렇게 아이들과 도란도란 얘기하며 우아한 엄마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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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우아하고+자기관리 철저하고+자기 삶과 시간을 야무지게 관리하는
이것이 내가 생각한 엄마가 된 내 모습이었다. 아! 그러나 해외에서 오리지널 독박육아를 하며 육아와 현실의 찐리얼다큐와 마주하고 만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 아이와 24시간!(24시간이 핵심이다) 함께 있어야 하고 누군가를 끊임없이 케어해야 하는 환경, 그 속에서 발견되지 않는 내 시간. 안나고 아이가 있으니 나가거나 만나는 사람도 굉장히 제약이 많아진 환경에서 나를 관리한다는 것은, 해도 티도 안나며 할 맛도 안나며 해봤자 아이와 있을땐 걸림돌까지 되는(악세사리, 파운데이션 등) 것들이었다.
집에만 있으니 운동도 못하고 살은 오르고 더 축 처지고x무한반복. 그나마 아이를 어린이집 보내며 헬스랑 수영 끊고 텐션을 조금씩 찾아가긴 했지만, 그래도 그 한두시간을 제외하고는 만만치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가 자란 지금은 그때보단 훨씬 수월하지만 이제서야 우아한 엄마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했었는지 깨달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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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요리해주는 분
2)집안일 해주는 분
3)아이 봐주는 분
⠀이 세 분이 계시면 우아한 엄마 되기는 가능하다. 일을 하든, 전업주부이든 내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고, 누군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고, 나를 꾸미거나 관리할 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결국 돈이 전부냐_라기보단 현실/팩트를 말하는 것이다. 공동체나 대가족 사회에서는 저런 역할들을 가족들이 많으니 나눠서 해서 분담이 되었던 것이고 돈이 되면 할 수 있는 여건에서는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옵션으로 하면 된다고 본다.
물론 이 세가지 없어도 어떻게든 현실을 버티고 살 수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서와 내면의 질을 높이며 나를 채우며 육아하기에는 있으면 좋긴하다. 대체항목도 가능하다. 나의 경우 요리는->반찬사기로 대체를 하며 요리의 부담을 좀 덜었었다. 중국은 수돗물이 석회수라 재료손질의 시간이 2배가 걸리기 때문에 한국 지인분의 반찬배달로 그나마 친청찬스라 생각하며 버텼던 것 같다.
집안일의 대체는 미니멀라이프로 확 바꿔버렸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나 뭔가 절차,형식이 다 있고 구성된_맥시멀리스트에서 육아와 기동성의 초 심플을 위한 완전 미니머라이프로 말이다. 청소도 완전 심플하고 장난감도 아이가 가지고 노는 시즌에 맞춰 그때그때 구매하거나 다른 집과 바꿔 가지고 놀거나 대여 등등_최대한 우리 집에 물건이 많이 없도록 꼭 쓰는 것만 배치시켰다. 덕분에 청소시간도 엄청 줄였다.
아이 봐주는 부분이 가장 힘들었다. 특히 초창기 2년 가까이는 아이가 너무 어려 기관에 맡기기 어려워 나름 에너지틱하고 많이 다닌다고 했지만서도 체력적 한계+환경적 한계로 아이와 24시간!!!!함께 하는게 정말 어려웠다. 퇴근후나 주말에 아이를 잠깐 남편이 봐줄때가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다. 그 역할이 잘되면 정말 엄마는 충전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채우며 다시 하루를 보낼 힘을 얻지만, 이 부분이 잘 안되거나 되더라도 서로 힘듬으로 다투고 갈등이 생겨버리면 이땐 그야말로 너덜너덜의 시즌이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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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문득 생각이 나서 남겨본다. 육아와 결혼을 하며 가치관도 인생관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하지만 싱글일때보단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정말 중요한게 어떤 것들인지 그 시간들을 통해 완전 추려졌기 때문이며, 싱글일때의 그것을 몰라 방황했던 시기를 두번다시 겪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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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저 3가지 항목에, 필요한 부분에 시간이나 돈이나 둘다 안된다면 도와달라는 찬스라도 확실하게 쓰면 좋겠다. 요즘은 어플로 아이 잠깐 봐주는 서비스도 사용할 수 있고 공공기관등에서 아이 봐주는 케어도 가능하며(절차등은 뭐 있다고 한다) 반찬, 이유식은 말할것도 없고 집안일도 정말 안되겠다 싶을땐 가정의 평화를 준다는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등 여러 대안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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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가지가 모두 여의치 않다! 할때는 <좋은 것은 싫은것 보다 강하다>의 방법을 써야 한다. 힘든 것들이 완전 커버될 만큼의 내가 좋아하거나 나에게 활력을 주는 것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내가 기분좋고 너무 가슴이 두근거리고 활력이 퐉퐉 생기는 일이 있으면, 집이 더럽고 육아가 힘들고 짜증이 났던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인다. 그래! 그럴수도 있지! 그러며 관심사가 확 그쪽으로 쏠리게 되고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우니 아이와 가정에도 더 신경쓰며 거뜬하게 해내게 된다.
나는 그게 수영이고 운동이었고, 한국 왔다갔다하며 바리스타 자격증 따고 카페에서 일해본 것과 해외에 홀로 있는 시간속에서 웹툰을 그려 사이트에 연재해본 것과, 배우고 싶었던 수업들과 강의를 들으며 강의 아르바이트를 해보게 되고 평이 괜찮아 전공과 연결시켜 아예 강의쪽으로 해봤던 경험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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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간이 주어진 것 자체가 너무 소중하고 귀해서 그걸 그냥 날릴 수 없었고 짬날때면 뭐라고 배워보고 해보고 계속 움직였으며 그게 작은 열매로 맺힐때 정말 너무 힘이 되고 즐겁고 신이 났었다. 뭔가 하나씩 해냈을때 중국에서 혼자 펑펑 울었던 기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때의 눈물은 몇년간의 고생과 힘듬의 만감이 교차하는 것들과의 마주함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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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인 4)엄마가 즐겁고 행복할 거리를 찾는다.
이 부분이 충족되면 그렇게 우아하지 않아도 괜찮아진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에서의 나를 사랑하고 아끼게 되며, 시간이 지나 아이가 자라면서 우아할 수 있는 항목들을 찾아보게 된다. 싱글일때처럼 모든것을 다 갖춘 우아함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화낼때 버럭! 하던 한순간을 한번 더 절제해보는 실행력에서 우아함을 찾는다. 설명했던 것을 또 한번 설명해야할때의 짜증을 한번 더 인내하며 부드럽게 말하며 우아함을 찾는다. 그렇게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우아한 엄마가 되어가고 있고, 우아한 엄마의 성장은 완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며 과정을 즐겨야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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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박육아로 너무너무 힘들 엄마들이 정말 힘을 내면 좋겠다. 이 모든 시간은 지나가고, 스스로를 자책하지 말고 지금도 충분히 괜찮으니 자신을 챙기며 든든하게 잘 버티고 있으라고. 지금 시간을 버티면 그 어떤 일을 하든 뭘하든 웃으며 할 수 있는 투지력과 근성이 생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