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마의 브랜딩 Oct 12. 2022

10년 넘게 망설이다, 시작 후 두달 만에 맺은 열매

엄마의 브랜딩 009 [웹툰]

나는 만화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초등학생 때 연습장에 만화 시리즈를 그려 판 적도 있었다. 무지할 때가 가장 용감하다고 했던가, 상상속의 이야기들을 만화로 풀어내는게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그린, 세상에 딱 1권있는 책_이라는 컨셉으로 판매했는데 생각보다 잘 팔렸었다.(이후 엄마에게 혼나고 판매는 곧 접혔다.)


20대 초반쯤, 웹툰 시장이 시작되었다. 굉장히 시작이 미미할 때라 진입하기가 굉장히 좋았다. 고등학교때까지 노트나 동아리에서 출간하는 소책자에 일상툰을 그렸는데 많이 재미있어했었다. 그래서 이참에 웹툰쪽으로 본격 시작해볼까 엄청 망설였었다. 하지만 나는


1) 더 잘 그린 다음에 들어가야지(완벽주의)

2) 어떻게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지 모르겠는데..시작을 알아보기가 두려워(시작의 두려움)

3) 위의 두가지를 나는 금방 끝낼거야(막연하고 추상적인 낙관주의를 표방한 회피)


이 세 가지 이유로 몇 년을 스르륵 보내버렸다. 결국 혼자 끄적인 수많은 콘티와 기획 노트만 남긴 채 나는 움직이지 못했다.


*첫번째 교훈: 준비되고 시작하는게 아니라, 크게 맥락을 잡았다면 시작부터 하고 수정해야 한다. 일 잘하는 사람들의 순서는 대충시작-빨리 진행-잘(완성도 있게)마무리_라고 하지 않던가.


 몇 년이 지났다. 웹툰이 엄청 지금처럼 다양한 매체로 활성화 되기 전 1차 활성화가 되었던 시즌이 있었다. 처음 웹툰이 나오로 4~5년 뒤쯤이었는데 그 때는 포토샵 등 기본 프로그램을 배우고 진입할 기회가 생겼다. 오프라인 샵에서 테스트해 본 캐릭터 제품 판매들도 반응이 좋았고, 잘하면 되겠는데..?라는 어떤 감이 왔다. 하지만


1) 조금만 더 준비해서 하면 더 좋지 않을까?(완벽주의)

2) 잘되는 감을 잡았으니까 준비되면 더 잘하겠지(막연한 낙관주의+게으름)


이 두가지로 또 패스..어쩌면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시작에 대한 두려움. 그렇게 또 몇 년이 흘렀고, 나는 결혼 후 중국에 가게 되었던 것이다. 총..첫 결심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중국에서 죽을뻔한(?) 경험을 겪고 난 이후, 한국 오자마자 컴퓨터 학원을 찾아가 상담직원을 만나고 내가 한국 있는 동안 들을 수 있는 포토샵 강의를 소개받았다. 그리고 강사 선생님을 만나


1) 기본툴 어느정도는 다룰수 있다+포토샵으로 간단하게 그릴 정도의 툴을 배우고 싶다(샘플그림 가져감/현재상태+정확한 목표제시)

2) 선생님이 수업하는 내용 따라 가면서+바로 적용해보고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고 싶다.(샘수업 존중+개인적니즈 요구)3) 지금 중국 사는데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배우고 싶다.(데드라인 어필)




위의 내용으로 요청 드렸고, 그날 바로 수업 등록해서 2달 과정을 들었다. 수업시간은 내가 배우고 싶은 포인트+연습으로 진행 되었고 나는 두달간 대만족하며 배웠다. 실행하면 이렇게 쉬운것을 뭐 그렇게 어렵게 10년동안 붙들고 있었을까 싶었다. 나는 중국에 돌아와 바로 도전리그에서 연습을 해봤다. 멋모르던 초등학생때보다 생각이 많아진 지금도 될까? 싶었던 쪼랩 독박육아엄마의 육아기록이었다.


첫 댓글이 달렸던 순간, 심장이 쿵쿵 거렸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때는 그 이후 3-4년이 또 지난, 완전 웹툰이 활성화 되는 시즌이라 포털 사이트 진입은 더 어렵겠구나 싶었다.(하지만, 스토리가 빼어나게 공감되는 등 장점이 특출나게 강한 뭔가가 있다면 될 수도 있는거였다. 그것 또한 나의 선입견이었음.) 아무튼 그렇다면 도전리그에서 계속 연습하는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두달 뒤,


2016.01.12 '날라리 크리스천' 첫 데뷔(?)날

갓피플에 날라리 크리스천_이란 이름으로 만화를 올리게 되었다. 이 의미는 내게 독박육아의 힘듬을 털어낼 수 있는 힐링 열매였으며, 10년 넘게 망설였던 성취 열매였으며, 이후 내게 여러 기회를 준 시작 열매가 되었다. 첫 연재승인 메일을 받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거였구나_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 시간들이었다.


*두번째 교훈: 일단 움직이고 시작하면 뭐라도 된다. 움직이면 두달만에라도 뭔가 열매가 생긴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10년 넘는 시간동안은,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었다.


https://gp.godpeople.com/cartoon/79663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아도 됐던 거였는데 웃음이 피식피식 난다. 하지만 내 장점 중 하나는 뒤돌아보거나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돌아가도 당시의 나로서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앞으로의 선택들을 잘하면 된다고 본다. 또한..굳이 찾자면 실행력이 느려 갖게 된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시작 못하는 사람들이 왜 못하는지 파트별로 이유를 알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실행할 수 있게 잘 돕게 된 것이다.


-심리적으로 못 움직이는 사람에게는 격려와 용기의 마인드셋팅

-너무 목표가 거대한 사람은 대상의 현재 상황을 파악해 할 수 있는 분량을 쪼개서 제안

-너무 쓸데 없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것을 제거

-일종의 성취가 먼저 필요하다면 현실적이고 빠른 성취거리를 제안


막혀본 사람이, 막히는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왜 시작을 못하는지 아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작을 돕는건 매우 잘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움직이게(?)한 동화작가, 학생 작곡가, 강사, 유튜버, 요리사, 개인 사업가, 연애고자, 체중감량 등등_지금 생각해보면 역시나 모든 상황은 일장일단이 있구나 싶다.


결론: 그러나 일단 무조건 시작합시다!!


(다음편에 계속..)


#엄마의브랜딩 

이전 08화 인생 사는데는 후진이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