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중반 여자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내 “작가의 서랍’에는 발행되지 못하고 저장만 된,
그날의 감정과 뒤섞인 글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글들을 들여다보니 1년 전에도 나는 이 팀, 이 회사를 곧 탈출하겠다며 힘들지만 희망을 품고 있었다. 그때는 팀 내에 텃세도 너무 심해서 힘들었고, 업무도 다 처음 하는 거라 회사를 옮기지 않았는데도 재입사를 한 기분이었다. 누구도 날 환영하지 않았고, 나도 내가 원한 이직 느낌도 아니었으니까. 1년 후, 뭐가 변했을까?
1년 후, 나는 별 반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주변은 계속 변한다.
같이 협업하고 의지하고 일하던 동료 팀원이 떠났고, 팀장은 1년 동안 4번이 바뀌고, 그럴 때마다 팀의 비전, 목표, 업무 추가나 변동으로 남은 팀원들끼리는 이제 소리 없는 팀 탈출 게임이 시작되었다.
남아있는 팀원들 중 상당수는 대리급이다. 우수갯소리로 ‘실질적 실무를 모두 대행한다는’ 의미에서 “대리”. 수요가 많은 만큼 그들을 찾는 팀도 많다. 이직 시장에서는 차장은 대리가 부럽다. 그들에 비해 나는 직급으로도 연봉으로도 너무 무겁고 부담스러운 존재다. 다른 팀으로 간 후배는 나에게 이러다 팀에 차장님만 남을 거 같다고 걱정했다. 3명의 과장 중 마지막으로 팀 탈출한 그녀. 우리 팀에는 이제 허리가 없다.
지난 한 달 반 사이, 팀장님이 바뀌고 업무를 대폭 변경하신다는 공표 후 팀은 새로운 불안 모드에 빠졌다. 팀장님이 말하는 앞으로의 팀 변화보다 현실에서 실무자들이 해결해 달라는 실무적 이슈들을 다 무시하시기 때문이다. 우리는 오늘도 그 일들을 하고 있는데 팀장님은 본인이 했던 기획이나 전략 업무 외에는 마케팅 실행단에서 진행하는 잔업들이 모두 ‘중요하지 않은 일’, ‘조만간 사라질 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팀에서 했던 일’이라고 표현하셨고, 제대로 듣지도 이해하려 들지도 않으셨다. 동상이몽에 불통으로 점점 서로 멀어져만 가고 있다. 그 와중에 팀에서 2명이 빠졌고 1명도 다음 달에 빠지니. 본인이 맡으면서 팀원들이 다 팀장때문에 나간다는 말이 돈다며 힘들어하시고, 남아있는 팀원은 충원 전 까지는 업무가 추가되니 못한다고 하며 팀 탈출을 알아보고 있다. 우린 모두 지쳤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은 한 팀에서 일하고 있지만 각자 머릿속에서는 사표보다는 팀 탈출을 누가 먼저 할 것인가의 무한경쟁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 명의 팀원이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이 거의 100프로 확실시되었다는 말을 들은 날, 나는 거기다 우연히 전에 내 팀원이었던 대리가 이직으로 곧 퇴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는 자의 시선]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밤.
야속하게도 파도에 휘몰아치듯, 하루 사이에 많은 감정이 몰아친다.
EP1. 조직을 떠나는 대리
전 팀에서 나를 너무 힘들게 했던 그 팀원이 1년 만에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한다고 한다. 내가 우리 팀으로 데려오면서 처음 온라인 마케팅 업무를 시작했는데 2년 만에 나름 전문가가 되어 해당 직무로 이직을 한단다. 이직을 대기업 계열로 했다는 것도 놀라웠고, 현 시국에 두 군데나 결과를 기다리거나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라고,.(지난 1년 동안 내가 면접을 보러 간 적이 몇 번 이던가? 싶고…) 직무 포지션이 온라인 마케팅이라고 하여 더 놀랐다.
내가 평가자였을 때에 내 판단이 틀렸던 걸까, 기본기가 없고 업무를 대하는 태도나 지시 사항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 팀장에게 가스 라이딩을 하던 그 시간들… 그저 리더인 나와 업무 스타일이 안 맞았던 걸까. 지금의 팀장은 그녀가 혼자서 열심히 잘한다고 했다. 하지만 떠나는 이유 중 하나가 새로 오신 실장님과 맞지 않아서 나가는 부분도 있는 듯하다고 했다. 가끔씩 업무에 대해서 깊게 찔러보는데 그런 게 싫다고 했다. 그 의미는 그녀의 업무를 파고들면, 그녀의 약점이 보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녀의 조직 탈출은 성공하였으니 그녀가 위너(winner) 아니겠는가. 씁쓸히 ‘잘됐네….’라고 작게 내뱉으며 집으로 왔다. 내가 먼저 탈출하고 싶었는데… 먼저 이곳을 떠나 그들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도 이직을 하게 될 때까지의 많은 노력도 했을 것이다. 작년에 친하게 의지하던 대리가 퇴사 후 흔들렸고, 같이 일하던 웹디자이너도 퇴사하면서 더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있는 해외 쪽에선, 더 다양한 마케팅 업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긴 하다. 이직이 항상 한 사람의 능력과 경쟁력을 온전히 투영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고 잘 평가받고 선택받았다는 건 자체가 그녀가 면접을 충분히 잘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가서 업무를 잘하는 건 또 별개지만. 내가 그녀의 팀장이었을 때 힘들었던 시간들이 떠올라 이런저런 자괴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내게 상처 준 사람에게 웃으며 축하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게 그게 그리 나쁜 마음은 아니지 않은가. 내 상처는 쉽사리 치유가 되지 않는다.
EP2. 팀을 떠나는 대리
팀 이동 후 싫든 좋든 같은 직무에 배치되어 1년 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대리도 곧 다른 팀으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 달 전 온라인 마케팅만 오롯이 한다며 전 팀장에게 말해 이 업무를 다 가져가 놓고 2주 정도 지나서는 막상 나에게는 ‘자기는 팀을 곧 떠날 거고 내가 그 업무를 다시 맡게 될 거라며 자기만 믿고 기다리라’고 했다. 내가 기뻐해야 할까? 기다리라면 감사합니다 하고 내가 업무를 다시 받아야 하나? 대리가 차장에게 할 소리인가? 차장이 대리가 하는 일을 다 받아서 해야 하는, 거기다 그가 발려놓은 일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내 일이 될 수도 있었다.
팀장님이 대리의 실무적 능력과는 상관없이 그를 선택한 것에 화가 났던 거고 온라인 마케팅을 안 해도 그만이었다. 그런데 팀에서 이렇게 빨리 나갈 거면 업무를 분리하지 말지. 왜 본인이 그렇게 혼자 하겠다고 했는지, 너무 이기적인 행동에 화가 났고, 나를 배려하는 척하면서 나를 이용하고 뒤에선 본인이 혼자 일을 다 하고 다른 사람들은 비협조적이라고 하는 그의 행동이 너무하다 싶었다.
그의 업무 스타일은 외부에서는 친절한 예스맨. 팀 내에서는 팀 업무 외에 다른 일을 다 가져와 서 본인이 바빠서 혼자 정신없어하는. 그래서 오히려 팀 내부에서는 나중에 팀원들이 대신 수습하게 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표현을 이상하게 하여 불만이 커져갔다. 모든 업무 협업 접근방식이 “내가 매번 도와준다” “대신해준다”라고 강조하고, 일처리를 도외서 해주겠다고 가져가서 하다가 본인이 바빠지거나 뒤에 일이 어그러지면 중간에 팀장님을 이메일에 참조로 걸거나 이 뒷부분은 담당자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것까지 내가 해야 하나, 난 너무 힘들다’라고 자리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 그럼에도 팀장들은 퇴근 후에는 (학위 공부로 야근을 하면서도))매번 야근하고, 주말에 사무실에 나와 일했다며 늦은 시간에 팀장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카톡을 하거나 메신저로 퇴근 보고를 하기도 하니 완성도는 떨어져도 밤이건 주말이건 (티 나게) 솔선수범해서 일해주는 그 대리를 칭찬했다. 팀장님들은 본인의 담당 업무랑 상관없어도 적극성 있는 그를 좋아했다. 그래서 팀장들에게 칭얼거리면서 ‘팀장님 저 일 너무 많으니까 이제 이 일에 투입시키지 말아 주세요.” 말하기도 하고, 팀장들은 의욕이 앞서 여기저기 나서 주고 도와주는 그가 “미안하고 고맙고 그 대리가 일이 너무 많다’고 하면 그가 원하던 데로 업무 조정을 해준다. 배려리는 이름으로..
나와 같이 일하면서 들어가기 싫은 회의, 하기 싫은 건 직급을 거론하며 대리 나부랭이보다 차장님이 들어가야 한다며 나를 떠밀더니, 팀장님들에게는 혼자서 본인이 일을 다 했다고 하고, 나중에는 혼자 해도 된다고 하고,, 이제는 팀에서 자기는 ‘욍따’라고 소문을 내며 팀을 이동한단다. (본인이 나에게 수차례 왕따는 자기가 만든 콘셉트이며, 그렇게 하는 게 회사 다니기 편하다고 했고, 지금 팀의 팀원들이 다 가식적이고 자기랑 안 맞는다고 했다) 그런 연기를 하면서 지내는데도 새로운 팀장님은 그걸 믿으셨다.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다른 팀에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럼 지금 남아있는 우리 팀원들은 가해자인 걸까? 그렇게 이야기하시면 남은 팀원들은 뭐가 되는 것일까? 팀장님의 대처가 너무 아쉽다.
난 그가 1년 동안 필요할 때만 방패 막이로 나를 이용했다는 걸 너무 늦게 느꼈다. 솔직히 이 팀에서 업무도 새롭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 힘든 건 있었고, 경황이 없었다. 이제 내가 다시 그가 어질러 놓은 일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부터 화가 난다.
어느 순간, 현실에 충실했는데,
나는 갈 곳이 없어진 느낌이다.
새벽까지 공고를 뒤적인다.
자신이 없다. 지원을 안 한다.
다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다듬지만
나이가 들어 이직은 더 쉽지 않다.
이제 내가 한 조직에서, 모르는 팀원들과
할 수 있는 게 뭔지 자꾸 소심해진다.
젊음에서 오던 폐기, 열정,, 자신감은 지난 3년의
경험에서 많은 걸 바꾸어 놓았다.
우리 팀 외부 채용 건으로 이력서를 검토해도
그들이 보이지 않고 자꾸 그 속에서 서류심사
평가저들에게 보여질 내가 보인다.
‘미열람’일까? 열람일까?
항상 글의 마지막은 긍정이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싶다.
내가 무엇으로 인정받아야 하는가…
인생 전반을 다 평가받는 기뷴이다.
그래도, 그럼에도…
난 팀 탈출에 성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