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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갤럭시편지 Jun 02. 2024

짧은 임신과 회복

2024.06.02.

일 년 반 전에 짧은 임신을 경험했다. 이제 아이를 가져볼까 하던 참에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아이 소식은 나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이런저런 드는 생각도 많아서, 일은 어쩌지? 아직 마치지 못한 대학원 공부는 어쩌지? 체중 감량 많이 못했는데 어쩌지? 돈은? 미래는? 아이 엄마가 된다고? 아직은,, 아직은,, 그런 생각들. 그래서 병원에 다녀온 지 삼사일은 지나서야 파트너에게 이야기를 꺼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쿨한 척하며, 내심 기쁘면서도 걱정 한가득 임신 테스트기를 건네었던 그 순간을 기쁘게 기억한다. 병원에선 6주 정도 되었다고 하고 크기도 아기낭도 잘 크고 있다고 했었는데, 병원 다녀온 다음 주부터는 이상하게 몸이 가라앉고 컨디션이 축축 늘어졌다. 묘하게 불편하고 힘든 느낌이 계속돼서 임신 초기이니 그런가 보다 했는데, 병원에 가니 유산 기가 있다고 해서 일주일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었다. 그런데, 뭐가 안 좋았는지 알 수 없지만 잘 되지 않았고, 10개월의 마라톤을 걱정했던 마음이 기우로 그쳐, 50일이 채 안 되는 짧은 임신의 경험으로 남았다. 그 과정들은 많은 여성들이 아시다시피 출혈, 통증, 병원, 소파술, 링거, 울음 등등등. 오히려 몸을 회복할 때보다 멘털적인 부서짐이 나를 아프게 했는데, 미완으로 끝난 경험과 실패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실패라니,, 임신에도 실패가 있다니,, 그게 나라니. 어리석지만 평범한 자책과 열등감이 나를 짓눌렀고, 그렇게 아이 아이 양육 양육 목 메지도 않았으면서 임신과 출산에 집착하는 나를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1년 반 가까운 시간 동안 난임 치료든 뭐든 직접적인 임신 준비도 그에 대한 친지들의 스트레스도 없으면서 나는 나 스스로를 괴롭혔다. 소모적인 임신 테스트기, 배란 테스트기, 임신 관련 검색어들,,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괜한 미련 같은 시간으로 소모적으로 날 갉아먹었나. 얼마나 많은 아이 사진과 주변 소식, SNS 관련 피드들을 보면서 냉소적인 감정과 비난을 쏟아 냈나. 누군들 소셜미디어에 자신을 전시하고 나의 스토리를 드러내는 데 완전히 정치적으로 옳기만 하다고 자유로울 수 있을까. 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고 불쾌함이고, 누군가에는 열등감을 심어주고, 자기 자랑 아니 꼬아서 나를 부끄러워하고 상대를 비웃었 던 적은 얼마나 많았나. 나 또한 너무 그래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유달리 이른바 ‘임밍아웃’과 아이 소식에 예민했던 건, 짧은 임신이 내 실패라고 생각하는 사고의 오류, 마음의 상처 때문이 분명했다. 자, 이제 생각해 보자. 내 짧은 임신을 또다시 우린 아이 없어도 자유로워~와 같은 허영과 완전함으로 포장할 것인지. 아니면 고통스러운 난임 극복기? 난임으로 죽도록 고생하다가 포기하는 스토리? 아이 대신 반려동물이든 식물이든 키우면서 난 아이 안 부러워하는 일? 자연스럽지만, 우연스럽게 성공할 임신 성공기? 난 어떤 후속작도 현재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한테 50일짜리 짧은 임신 경험이 그 물리적인 시간보다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었다고, 그래서 그냥 일어난 일로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살피는 나 자신을 온전하게 인정하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어떤 자책이나 좌절도 뒤로 남겨두고,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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