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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루 Jul 24. 2020

늘 후회를 달고 사는 삶

백수생활 한 달 차. 무려, 벌써, 한 달 차... 나는 사실 백수를 결심하면서 3달간의 시간을 나에게 주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고, 회사를 다닐 때는 누려보지 못한 한가로운 일주일을 어떻게든 알차게 꽉꽉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퇴사 후 하고 싶은 일은 몇 가지 있었지만 그것을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지는 자세히 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퇴사 첫날 나는 그것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길들은 몇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늘 좋아해 왔던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추가로 내가 앞으로 어떤 곳에 취업해야 할지 미래의 길을 정하는 일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아주 많은 사람이기에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게 아주 중요했다. 몇 가지의 계획을 정하는 동안 나의 백수 생활은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학창 시절의 '방학' 같았다.


학창 시절 3개월의 시간을 겪고 나면 우리에게 아주 선물 같은 방학이 온다. 방학이 오기 일주일 정도 전부터 학교에서는 방학 계획표를 세우라고 하는데, 그때 나는 3달 안에 내 인생을 바꾸겠다는 엄청난 의지로 지키지도 못할 약속들을 시원시원하게 써 내려갔다. 운동을 열심히 하고, 저축을 열심히 하고,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그런 휘황찬란한 계획. 그러고 나서 나는 늘 그렇듯 밤낮이 완전히 바뀌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언제 3달이 갔냐며 생떼를 쓰는 나를 발견했다. 그것과 같았다 나의 백수생활은.


순간의 귀찮음들이 모여 나는 매일 밤마다 후회하는 삶을 살았다. 운동을 하겠노라 다짐하며 잠이 들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시간이 너무 늦었다, 날이 너무 덥다' 혹은 '비가 온다' 등등 별의별 이유로 포기했다. 매일 저녁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과 그림을 보며 책을 더 열심히 읽고 그림을 열심히 그리겠다고 다짐했으나, 한편만 더 보고 그만 보자는 영상이 계속 꼬리를 물었다. 너무 재밌었다. 조용하지 않은 그 시끄럽고 현란한 영상들이.

하루 5분이라도 몸을 일으켜 시작했더라면 달라졌을 것들이었다. 나는 후회했다. 후회하는 나 자신을 후회했다. 후회하고서도 정신 차리지 못하는 다음날을 후회했다. 그리고 그 후회하는 삶들의 끝에 어느덧 백수 한 달 차가 되었다. 차라리 그 후회하던 시간에 열심히라도 놀았으면 덜 후회했을 텐데... 정말... 후회로 가득 찬 삶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늘 후회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내가 살아오면서 겪었던 무수한 선택지에서 다른 답을 골랐어야 한다는 후회. 더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후회. 그럴 시간에 현재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후회. 그 후회를 하고 있다는 후회. 후회하는 삶들을 끊어내야겠다가도 당장의 그 5분의 귀찮음을 이기기가 쉽지가 않았다. 나의 고질병은 허리 디스크도, 거북목도 아닌... 후회다. 나는 늘 후회를 달고 산다. 


(+) 이 병을 낫게 하기 위해 약을 먹거나 수액을 맞거나 수술을 할 수는 없지만, 난 스스로 처방전을 내려주었다. 난 좀 더 분명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단 5분이라도 해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귀찮음을 모이게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겠다... 그렇게 하도록 항상 노력해야겠다. (후회를 없애는 수액이 있으면 당장 맞으러 가겠습니다... 언제든.)




드루(@hey_dru)

사진계정 @druphoto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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