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내 사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처음으로 불편한 관계에 대해 경험했다.
동등한 위치가 아닌 상황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관계'가 이렇게 타격이 클 수가 있다는 게 참 놀라웠다.
그러면서 동시에 나는 스스로를 엄청 갉아먹었고 그 때문에 우울증 비슷한 게 왔었다.
그 시절의 대부분이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한 가지 기억에 남던 순간은
오빠의 품에서 펑펑 울었던 어느 저녁 밤이었다. (오빠는 나의 남자 친구이다.)
그날의 감정은 복잡했다. 따뜻하게 안아주던 품속에서, 누군가에 대한 분노와 우울감 그리고 묘한 안정감을 느꼈다.
그날 이후, 한 2년인가..? 의 시간이 지났는데, 최근 나는 또 한 번 비슷한 경험을 했다.
회사에서 굉장히 싫어하던 인물과 감정을 잘 숨기며 잘 지내고 있던 와중에,
엄청나게 얄미운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동안 나름 잘 다스리고 있다고 생각했던 짜증과 싫음, 얄미운 감정들이 몰려와 내 하루를 아주 힘들게 했다. 날은 화창하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웃고 있는데
나는 그 사람들 틈에서 짜증의 순간들에 사로잡혀 혼자 흑빛이었다.
애써 마음을 꾹꾹 누르며, 나를 보러 찾아와 준 오빠와 만남의 포옹을 하는데...
그 순간, 그게 참 행복했다.
나름 불편한 관계들 속에서도 자연스럽게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들이
다 바보 같게 느껴질 정도로 편안했다.
이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한 기분이구나...
그간 내가 느꼈던 편안함은 거짓이었구나. 싶은 기분...
오빠는 나에게 그런 존재다. 늘 따뜻함을 주는 사람.
편안하고, 조용하고, 나른한 사람.
그날의 햇살은 오빠와 참 잘 어울렸다. 선명한 하늘, 살랑살랑 부는 바람, 마스크 사이로 들어오는
신선한 공기들이 오빠와 아주 잘 어울렸다. 그런 사람이 내 옆에 있으니, 똥파리들이 질투를 하나보다.
감사함을 계속 안고 좋은 사람들만 챙기며 살아야지. 좋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게 살아야지.
사랑하는 사람들. 내 사람들.
사진계정 : @druphoto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