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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Feb 03. 2023

17개월 차 쌍둥이 자매의 귀여움 모먼트

각자의 귀여움, 공동의 귀여움

엊그제까지 고민이 두 아이의 걸음마였고, 작은 꿈이 두 아이의 손을 나란히 잡고 공원에 가서 걷는 거였다. 걸음마 문제는 첫째가 걷자 좀 마음이 놓였고, 둘째도 어느새 금방 따라 걷게 되었다. 둘 다 걸어 다니자 육아가 다음단계로 나아간 기분이었달까. 확실히 좀 수월해진 면이 컸다. 발달 단계의 한 코스를 통과했기 때문이어서일까, 내 육아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이제 다 키웠네”라는 말까지 하셨다. 하하.


둘 다 걸어 다니기 시작했어도 처음 일주일 정도는 그렇게 따라다니면서 잡지는 않아도 되었다. 다행히 엄마가 있는 주변으로 탐색하듯 돌아다니고 이내 다시 엄마 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이었다. 어느 누가 먼저랄것 없이 망아지마냥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 나는 몸도 바쁘지만, 눈은 두배로 바빠진 듯하다. 아무래도 혼자서 둘을 데리고 다니기는 좀 버거워진 게 사실이다. 걸어 다니니 유모차에 앉지 않으려 할 때도 많고, 엄마 손을 잡고 걸으려 하지도 않는다. 혼자 둘을 데리고 외출하긴 부담이 드는 요즘이다. 그만큼 애교도 한 단계 나아간 둥이들은 여전히 귀엽다.


요즘 첫째는 부쩍 이런 행동을 많이 한다.


1. 아이들 보면서 중간중간 에세이나 육아 서적, 단편 소설류를 찾아 읽곤 하는데 그 책을 거실이나 방 곳곳에 두게 된다. 소파에서 읽다가 소파 팔걸이에 놓거나, 방에서 읽으면 책상 한켠에 놓아둔다. 첫째는 둘째보다 더 자주, 더 먼저 엄마 물건을 찾아 가져오곤 한다. 가져다주면 일단은 ‘고마워’를 크게 외친다. 어이없고 고마운 웃음이 나온다. 어떻게 엄마가 보던 책인지 알아서 가져다주는지 고맙고, 정말 귀엽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책을 읽을라 치면 놀아달라고 방해한다. 당연히 책은, 읽지 못한다.


2.  책만 가져다주는 건 아니다. 건조기에서 꺼낸 내 홈웨어 바지나 침대 위에 걸어둔 외출용 바지도 곧잘 가져다준다. 문제는 이때 둘째도 다가와 엄마 바지를 빼앗아 가며 자기가 갖겠다고 떼를 쓰게 되면서부터다. 자기가 먼저 든 바지를 빼앗긴 첫째와 가져가려던 걸 제지당한 둘째가 동시에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한다. 그러면 친정 엄마가 방에 들어가 내 바지 아무거나 다른 거를 가져다주시면서 싸움이 끝난다. 외할머니는 뭐 이런 거 하나로 싸우냐며 어지간한 쌍둥이라는 듯 혀를 끌끌 차신다. 정말 별 걸 다 갖고 싸우는 쌍둥이들이다.


3. 이 아이는 나중에 커서 물건을 참 잘 챙기려나 보다. 보통 친정 엄마는 집에서 실내용 슬리퍼를 신으시는데, 첫째는 수시로 할머니 신발을 갖다 챙겨드린다. 정말 수시로다. 엄마가 식탁 의자에 앉아 식사하시며 신발 한 짝을 벗어놓으시면 또 기횔 잡아 할머니 슬리퍼 신으시라며 두 손으로 들고 ‘어, 어’ 한다. (아마 ‘이거, 이거 신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을 거다) 그러면 우리 엄마는 피식 웃으시며 “아유 수빈이 고마워~” 하신다. 더 귀여운 건 할머니 외출하셨을 때 그 신발을 어디서 찾았는지 본인이 한 켤레 두 짝을 다 신고 아주 천천히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닌다. 그 모습은 정말 웃기고 귀여우면서 (넘어질까) 조마조마하다.


4. 엄마가 책 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줘서일까. 아니면 쌍둥이 특성상 다른 아이 낮잠 잘 때 조용조용히 읽어주던 게 책이라서였을까. 둘 다 책을 가까이하는 편이긴 하다. 첫째는 종종 스스로 책을 찾아 혼자 ‘야아웅~’ 한다던지 ‘부엉부엉’ 하는 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 책을 좋아하면서도 사실적인 그림이 나오면 멀리 도망가는 게 우습고 귀엽다.


5. 요즘 첫째는 동생 챙기기에 바쁘다. 삼촌이 출장 중 영국에서 사다준 핸드메이드 옷과 모자가 두벌 있다. 아마 이제 옷은 작아서 안 맞으려니 싶은데, 모자는 정말 매일같이 썼다 벗었다 잘한다. 첫째는 꼭 혼자 쓰지 않고 동생을 갖다 주며 ‘어, 어’ 한다. 같이 쓰자는 소리다. 모자만 잘 갖다 주는 게 아니라 쪽쪽이도 혼자만 하지 않고 너도 하라며 나눠주고 과자도 곧잘 나눠준다. 둘째는 안 그런다. 언니 갖다 주라고 심부름시키면 꼭 둘 다 들고 도망간다. 첫째는 “이건 유빈이 갖다 줘~” 하면 냉큼 갖다주고 나를 보며 씨익 웃는다.


6. 아이들은 걷기 시작해도 워커나 마트 카트를 끌고 다니는 걸 좋아한다. 잘 걸어 다니다가도 옆에 워커가 보이면 그걸 끌고 거실을 누빈다. 웃긴 건 너무 천역덕스럽게 갑자기 워커를 끌고 무표정으로 돌아다닌다는 거다. 엄마만큼 바쁜 첫째다.


7. 미국에 있는 남편이랑 영상통화를 매일 하는데, 아빠랑 영상 통화를 하다 아빠가 “이마 어딨어?” 하면 룰루랄라 사운드 벽보에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의 그 ‘이’마를 가서 가리킨다. “수빈이 이마~”라고 물어보면 그때서야 자기 이마를 가리킨다. 바나나며 사과며 아이스크림, 자전거, 자동차, 나무, 마이크, 우유, 라디오까지 이제 모르는 게 없는 첫째다.


둘째는 요즘 이런 모습이 참 귀엽다. 작고 예쁜 게 인형 같아서 아주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1. 둘째는 별을 참 좋아한다.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도 좋아하고 할머니방 전기장판 위에 깔린 별 모양 담요도 들춰내 손으로 ‘반짝반짝’ 한다. 언제 이불 아래 담요를 본 거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기억력이 참 좋다. 책에서 별모양이 나오면 두 손을 돌려가며 ‘반짝반짝’을 시작한다. 잠깐하고 마는데 그게 참 귀엽다.


2. 둘째는 새침데기다.  첫째가하는 장난감마다 가서 빼앗고 자기가 하려고 한다.  때도 언니가 뭐하고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가 남의 떡이   보인다고 그게  좋아 보이는 지 냉큼가서 빼았는다. 심지어 첫째가 물고 있는 공갈 젖꼭지도  채가서 자기 입에 물기도 한다. 엄마가 제지할 틈도 주지 않을 만큼 재빠른 행동이다. 그렇게 빼앗가서는 아무  없다는  시큰둥하게  지나가 버린다. 보통 쟁이가 아닌  같다.


3. 두 아이 모두 엄마나 할머니 물건을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특히 양말이나 옷을 잘 구분하는데, 할머니가 잠깐 신고 벗어놓은 양말을 꼭 가져가서 자기가 신는다. 웃긴 건 잘도 두 켤레 다 신고 돌아다니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웃음만 나온다.


4. 둘째는 흥이 많다. 남편도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고 나는 노래와  전부  즐기는 편인데, 둘째는 아마  흥을 타고난  같다. 언제든 음악이 나오면 들썩들썩하고,  조그마한 몸으로 일찌감치 리듬을 타고 있는  보면 뻔하지 않은가. 뽀로로 노래방 마이크를 들고 ‘아아아하면서 거기서 나오는 음악에 덩실덩실 거리는 모습을 고 있자니  남편이 이승기의 ‘금지된 사랑버전을 따라 부르는 모습이 오버랩됐다. 참고로 둘째는 아빠 판박이다.


쌍둥이 육아는 사실 둘이라서 네 배로 힘든 점이 많다. 하지만 귀여움도 딱 배 이상이다.


1. 둘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헤어를 하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는 모습 자체가 너무 귀엽다. 다다다다 하며 잘도 걸어 다닌다. 넘어져도 엄마가 시킨 대로 씩씩하게 일어나 손을 탁탁 털고 아무 일 없던 듯 다시 걸어간다. 그러다가 둘이 같이 고조되면 소리를 지르면서 뛰어간다. 아이 하나만 있었으면 걸으면서 소리까지 지르지는 않았을 것 같다. 둘 다 흥이 많은 아이들이다.


2. 이 또한 기분이 좋을 때 나오는 행동이다.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어딘가를 갈 때 둘 다 기분이 좋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몸을 들썩들썩한다. 엄마로선 아이들 힘의 무게까지 감당해야 해 힘들지만, 발랄함에서 나오는 기운이 전해져 힘이 솟는다. 아무래도 셋다 흥이 많은 게 분명하다.


3. 흥과 관련해선 마이크를 빼먹을 수 없을 것 같다. 뽀로로 노래방은 하나라 마이크도 한 갠데 늘상 이 마이크로 둘이 싸운다. 그러다가 마이크가 자기 손에 들어오면 바로 입에 대고 ‘아아아’ 하기 시작한다. 엄마가 ‘아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는 걸 여러 번 보여줬더니 ‘아아아’ 만큼은 서로 하고 싶었나 보다. 머리까지 흔들며 마이크 쥐는 폼이 예사롭지 않다.


4. 아직까지는 아이들을 다른 방에서 재우고 있다. 밤 10시 정도가 되면 둘 다 졸린 기색을 보이는데, 웃긴 건 각자 본인들이 자는 방을 알고 찾아 들어간다는 거다. 별거 아닌 행동일 수 있는데 뭔가 귀여웠다. 습관은 힘이 세다.


5. 잠들기 전 우유를 주면 자기가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나한테 건넨다. 자기가 우유 마실 때까지 갖고 있다가 달라고 할 때 돌려주라는 뜻이다. 우유를 훽 낚아채며 쪽쪽이를 던질 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이젠 옆에 있는 엄마 보고 갖고 대기하라는 거다. 아이들이 점점 크고 있는 게 이 작은 행동 하나를 통해서도 보인다.



육아가 고되고 지치는 날은 정말 정말 빨리 컸으면 하다가도, 이렇게 나도 모르는  아이들은 자라고 있음을 느낄  천천히 컸으면 하고 바란다. 아이들은   가장 예쁘다는  내가 직접 육아를 하게 되니 알게 되었고, 하루는 더디 가는  같다가도 지난 사진을 보면  언제 이렇게 컸지 하고 느낀다. 이제야 엄마들이  신생아 사진이나 걸음마기 전의 영상을 찾아보는지   같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에는 지금이  너무 아쉬울 것이다. 아이들 둘이 깊은 잠에 들어가고 이렇게 아이들과의 시간을 복기하는 시간,  다른 엄마로서의 자아를 찾게 되는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들이 이때 이렇게나 귀여웠다고, 엄마는 그때 이렇게나 너희를 사랑했다고, 지금  시간이  마음을   알게  주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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