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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프란 Mar 25. 2023

20개월 아이들의 어휘력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늘었고, 엄마는 의욕이 늘었다

점점 말할 수 있는 단어가 늘어나고 있다. 하루하루 크고 있고, 또 이만큼 컸다는 거겠지. 아직 단어에 불과한 의사소통이지만, 낯선 외국 여행에서 아는 단어 몇 마디로 통하듯 너희들과 나도 점점 핑퐁핑퐁 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아직 답답한 때도 있지만, 말귀를 어느 정도 알아듣고 필요한 단어를 내뱉는 시기임은 분명하다.


1. 가족 관련 어휘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발화한 말은 역시 ‘엄마’였다. 엄머, 음머로 시작해 엄마를 알아보고 엄마를 부른다. 아직 엄마를 찾으면서 ‘엄마’하고 부르는 적은 많지 않지만, 첫째가 간혹 문이 열린 방에 들어갔다 갇힐 때면 소지지름 다음으로 ‘엄마~’를 찾아 나를 놀라게 했다. 둘 다 엄마도 곧잘 하고 아빠도 잘한다. 가끔은 내가 “엄마 해봐”라고 시키면 “아빠!” 하며 엄마를 놀리기도 한다.


할미, 하삐를 시켜봤으나 아직 히읗 발음은 안 되는 것 같다. 언니, 동생 발음도 아직 아니고 둘째에게 ‘언니’를 가리키라 하면 첫째를 가리키고, 첫째에게 ‘동생’을 가리키라 하면 둘째를 가리킨다. 뜻은 알고 발음은 아직이다. 아마 좀 더 편한 ‘언니’라는 발음을 먼저 하게 되겠지.


2. 동물 관련 단어

한창 강아지랑 고양이 좋아할 시긴가 보다.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강아지와 고양이를 편애한다. 우리 아이들은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물론 동물 인형말이다.

제일 먼저 ‘야아옹’ 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고, ‘멍멍’은 아직 정확히는 못하고 복화술 하듯 뻐끔뻐끔하며 멍멍한다. 그다음으로는 꼬꼬를 잘한다. 아이들이 닭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말하게 되진 않지만 꼬꼬 소리를 낼 줄 안다. ‘짹짹짹짹 참새’ 하고 내가 운율을 맞춰주면 둘이 나란히 ‘째째’하며 따라 한다. 요즘 이 동물들 말고도 하마, 곰돌이, 토끼, 기린, 악어, 뱀,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 사자, 치타를 알고 가리킨다. 조만간 에버랜드 동물원에 데려가야 할 것 같다.


3. 된소리

어쩐지 어려울 것 같은 된소리를 잘한다. 처음 배우는 말인 아빠에 된소리가 들어가서 익숙하게 느껴진 걸까. 우리 애들이 가장 최근에 낸 새로운 소리가 ‘꼭꼭’이었다. 내가 ‘꼭꼭’ (약속해) 하면서 새끼손가락을 세우면, 둘이 검지 손가락을 세우면서 따라 하는 정도까지였다. 요즘은 손가락을 세우며 (여전히 검지 손가락이다^^) ‘꼭꼭’ 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신기한 한글나라 교본의 ‘꼭꼭 숨어라’ 제목을 보고 읽어주니 또 꼭꼭 소리를 따라 하는 거였다. 마침 그 책 표지에 고양이가 있어 아이들이 좋아하다 보니 자주 발음해 주기 시작해서 더 잘 따라 하게 된 것도 같다. 두 손을 눈에 포개면서 조막만 한 입으로 ‘꼭꼭’ (숨어라) 하는 소리를 듣는 게 요즘 육아의 재미다.


오늘 또 처음 따라한 말이 ‘꺼’(turn off)다. 엄마와 저녁때 금요예능인 서진이네를 보고 있었는데 둥이가 자고 싶다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소파 옆에 둔 리모컨을 첫째가 냉큼 들더니 이 버튼 저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리모컨은 ‘할머니 꺼야’, 혹은 ‘할아버지 꺼야’ 하면서 못 만지게 하는데 오늘은 손에서 놓질 않아 첫째 보고 끄라고 했다. 그랬더니 첫째가 바로 ‘꺼’ 소리를 따라 했다. 물론 티브이를 끄진 못했다.


4. 음식 관련 어휘

아마 본능적 어휘라 말할 줄 알게 된 게 아닐까. 아니면 자주 듣는 말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 싶다. 어느샌가부터 ‘맘마’라고 안 하고 ‘밥’이라고 하면서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아마 유아식을 시작하면서부터인 것 같다. 아이들은 밥이라고는 못하고 ‘빠’, ‘바’ 하면서 밥이라고 하는 것 같다. ‘물 줄게’ 하면 ‘무’라고 따라 하며 물을 달라고 한다. 아직 받침이 어려운 거겠지. ‘까까’는 왠지 발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 따라 한다. 아마 까까를 준다는 말을 듣고 흥분해서 말을 따라 할 순간도 없이 몸이 먼저 과자 쪽으로 따라와서 인 것 같다. 아직 말보다는 본능이 먼저인 20개월 아이들이다. 귀여워라.


5. 대답 관련

아이들에게 ‘수빈이 물 마실까?’, ‘유빈이 주스 줄까?’ 하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응’하고 말한다. 그럼 나는 듣고는 ‘네라고 해야지’ 하고 정정해 준다. 그러면 둘 다 너무 귀엽게 ‘녜’ 하고 말한다. 바르게 ‘네’ 할 때도 있고, 대체로 ‘녜’ 하는 소리로 대답한다. 너무 귀여운 나머지 바로 주스를 꺼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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