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완완 Aug 18. 2023

어른의 어휘력

진지한 끼적임 3

  '어른’의 사전적인 의미는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어휘력’은 어휘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네이버 사전 참조) 이 책을 읽으면 나 역시 ‘다 자란 사람’다운 어휘력을 갖출 수 있을지, 또 자기의 삶을 더욱더 잘 영위하려면 힘이 필요한데 그 힘 중 하나인 어휘력을 갈고 닦을 수 있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맞춤한 낱말을 구사하려면 불필요한 곁가지 서술을 줄여 효율적일 뿐 아니라, 그 낱말을 디딤돌 삼아 하려는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자유자재로 발전시킬 수 있다. 사람에 대해서는 이름을 안다고 다 안다고 할 수 없지만, 사물과 현상은 맞춤한 이름을 알면 거의 아는 것이다. 단순히 이름만 아는 게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세상을 아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얼버무리며 복잡하게 설명했던 그 단어들은 분명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가 그 이름을 정확히 부르지 못한 까닭은, 그 단어의 이름을 알기 위해 시도조차 안 했기 때문이다. ‘시도’라는 어휘를 쓰기도 사실 아깝다. 관심이 없었지. 곁가지 서술을 붙이며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안심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딱하다.


올바른 어휘를 쓰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단어를 찾아보고 노력하는 것은 곧 올바르게 대상을 바라보고자 하는 자세의 첫 시작이 되지 않을까. 또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 과정의 일환이 결국 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는 계단이 되리라 믿는다.


 이제부터가 꼴도 보기 싫은 맞춤법들이다. ‘되다’와 ‘돼다’, ‘께요’와 ‘게요’, ‘가르치다’와 ‘가르키다’이다. 그렇게나 자주 쓰는데 번번이 맞춤법을 틀린다는 건 무식보다 무서운 무심함이다. 그 무심함이 정말 꼴 보기 싫다.


주어나 목적어를 당하게 만드는 피동형도 꼴 보기 싫다. 우리말은 형용사와 동사가 잘 발달해 구태여 피동형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믿겨지지 않는다. 불리워진다. ‘지다’가 대표적이다.


 저자는 어휘력뿐만 아니라, 맞춤법이나 기본문법도 안내하고 있다. 그동안 숱하게 사용한 문장 중 잘못된 문장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으며 또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남발한 게 창피했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 혹은 그것을 업으로 삼고 싶은 사람에게 재능으로 쓰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쓰는 거라고 말을 한다. 한마디로 무식하게 써야 실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도 맞다. 하지만 결국 글은 타인에게 전달되는 것 아닌가. 올바른 맞춤법과 문법은 꼭 첫인상 같다. 생각보다 첫인상은 상대와 관계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관문으로 통한다. 내 마음을 전달하기도 전에 맞춤법과 문법을 보고 피해버리면 유익한 글을 만들기 위해 들여왔던 내 노력이 정말 아까울 것이다.


 그리고 다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내 마음을 깊게 울렸던 부분이다.


생각이 언어를 오염시킨다면 언어도 생각을 오염시킬 수 있다” 조지 오웰이 한 말이다. 가격을 매길 수 있는 상품이나 가축 등에 쓸 어휘를 사람에게 쓰지 않는지, 사람이 하는 일을 도구나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지 않은지, 늘 말본새를 점검해야 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세는 생각보다 훨씬 우리에게 배어 있지 않아 자기도 모르게 적절치 모산 어휘를 쓸 수 있다. 아직 배우지 못했거나 잘못 알아 그렇다. 문제는 다음이다. 모르거나 잘못 아는데 올바로 알려 하지 않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이 책의 부제목은 ‘말에 품격을 더하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힘’이다. 흔히 ‘품격있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는가. 품격은 사람의 타고난 바탕과 성품을 의미하는데, 유의어로는 품위가 있다. 품격의 의미만 찾아봤을 땐 그리 와닿지 않았는데 품위의 의미까지 찾아보니 품격있는 사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다. ‘갖추어야 할’이라고 다소 강제성이 깃들여 있다. 네가 사람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고상함, 존경할 만한 위세 등이 품위이다. 품위를 갈고 닦는 방법은 물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제일은 상대방의 품위를 진심으로 지킬 때 나오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시작은 그 사람에 대한 인식, 즉 나와 동등한 사람, 품위를 갖춘 사람으로 여기는 것이며, 그러한 인식과 함께, 내가 그 사람에게 사용하는 언어이다.


 현재 166페이지까지 읽었다. 매일 밤 자기 전 한 장씩 읽고 있는데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의 주목적은 ‘어른다운 어휘력을 갖춘 사람 되기’ 정도였는데, 이제는 더불어 ‘품격 있는 사람 되기’로 그 목적을 추가했다. 단어만 알고 품격이 없으면 그저 ‘국어사전’에 불과하다. (게다가 내가 좀 안다고 모르는 사람을 깔보면 소위 말하는 ‘밥맛’이 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결국 ‘품격 있는 사람’으로 곧 올바른 어휘와 문장을 사용하면서 주변과 더 이롭게 소통하는 사람, 나의 품격뿐만 아니라, 상대의 품격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방향키가 되는 책을 만나 기쁘다. 매 장을 펼칠 때마다 눈으로 새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새길 것을 다짐하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단, (.) (그림책 원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