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햇살이 느껴지는 집
이 곳은 건축주 어머니께서 혼자 거주하시던 공간으로 의상 창고와 주거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이제는 대를 이을 건축주와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이 이곳으로 입주하게 되어 목적에 맞는 새로운 공간이 필요했다. 건축주의 어머니부터 건축주까지 109년의 시간 동안 영화 의상에 몰두하시는 그들의 인생에서 지난 역사가 고스란히 느껴지듯이 한적한 이 집을 통해 그 역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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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건강하시길 바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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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단열과 빛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로 인해 어둡고 침침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또 옥상에는 쓰지 않아 낡아버린 컨테이너 박스가 방치되어 분위기는 더욱 삭막하게 만들고 있었다. 폐가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이곳은 지금의 할머니와 건축주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공간이었다. 앞으로 그들이 평생 살아갈 공간이기에, 이들의 성격과 어울리는 밝고 따듯한 공간으로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햇살이 많이 비칠 수 있도록 집의 일부를 남향으로 각도를 변경하고, 그 위에 얹힐 직원들이 이용할 컨테이너 박스도 방향을 1층과 동일하게 비틀어 채광량을 높였다. 창문의 형태와 컨테이너 박스의 방향에 각도를 조금 변경했을 뿐인데 기존 집의 사각형 형태를 탈피하며 일반적이지 않은 새로운 주택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설계를 90도가 아닌 예각의 형태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버려지는 공간들에 대한 의구심이 담긴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새로운 시도에 흔쾌히 허용해주신 건축주의 협조와 한정된 예산 안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노력이 합쳐져 무사히 완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1층의 방과 컨테이너 박스가 기존 건물에서 돌출되고, 이와 기존 건물 레이아웃의 조화 속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간들이 일반적인 사각형 집이 아닌, 건축주와 닮은,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집이 완성되고, 오랜만에 방문하여 건축주와 할머니를 만나 뵈었다. 햇살이 좋은 날, 마당에 파라솔을 설치하고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두 분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할머니께서는 아침마다 현장을 둘러보시며 말씀하셨다. “죽기 전에 마지막 집이니까, 잘 지어줘요.” 그때는 부담 때문인지 아무런 리액션을 못 해 드렸지만 누군가에게 마지막 집을 지어준다는 것에 설렘도 느껴졌던 곳이다. 이곳에서 할머니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Architects : Starsis
Architects in Charge : Han Sunny
Designer : Park Hyunhee l Yi Hyejin
Location : Danwol-myeon, Yangpyeong-gun, Gyeonggi-do, Republic of Korea
Area : 237.46 sqm
Construction : Starsis
Photographer : Hong Seokgyu
Project Year : 2017
Article : Mr. 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