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한다. 그 책임은 단순하다. '계속'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과정이든 끝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본문 - 33p]
이제는 성취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다. 예전에는 그저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한때 성취감에 취할 때도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는 피드백에 금세 공허해졌다. 어쩌면 다 욕심이고 결과를 지나치게 기대한 탓일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그때의 나는 열정적으로 소비한 과거의 시간을 보상받고 싶었던 것같다.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다 잘되는 것도 아니어서 욕심을 낼수록 속이 아렸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고 성취감도 예전 같지 않은데 이 일을 계속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시간이다. 그 안에 하루하루를 연결하는 가늘고 긴 감각이 있다. 결과보다 과정에서 얻는 확실한 기쁨, 가치 있는 것을 만들고자 하는 긴장감, 제대로 살고 있다는 생동감이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아침에 눈을 떠서 할 일이 있다는 건 내 시간의 쓸모를 느낄 수 이쓴 일이기도 하다. [본문 - 51p]
실패하지 않고 해낼 수 없다면, 차라리 실패도 계획의 일부라고 합리화하면 어떨까. 계획에 실패를 넣으면 좌절하지 않는다. 계획된 실패였으니까. 성공하기 위해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괜찮아진다. [본문 - 82p]
한때 누군가의 기대 앞에서 망설인 적이 있었다. 잘 해낼수 있을지 두려웠다. 기대한 만큼 실망하는 마음을 아니까. 이제는 내 능력과 체력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적당히 몸을 추스른다. 엄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서, 가능한 만큼만 행복하면 된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적당히 행복하다. 완벽한 행복이 아니라서 더 좋다. [본문 - 115p]
9년차 프리랜서 봉현작가의 단정한 에세이.
프리랜서지만 사실 프리랜서의 삶은 프리하지 않다. 오히려 안정적인 직장인보다 더 치열하게 나를 지키며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하루 루틴을 스스로 결정하기에 봉현작가는 매일 단정하게 Ctrl + C, Ctrl + V를 하고 있다.
매일을 반복하는 것이 지루하고 괴로울 수 있겠지만 이것이 얇게 차곡차곡 쌓이면 결국 반복의 결과물이 나온다. 돌아보면 꾸준히 하길 잘했어, 하는 것들이 하나쯤은 있을것이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가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현작가는 실패도 계획의 일부라는 생각의 전환을 선사한다. 실패 좀 하면 어떠랴, 이것 또한 나인것을.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체중계에 올라가 몸무게를 잰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 한컵을 벌컥걸컥 마신다. 출근 준비를 한 뒤 시간이 좀 남는다면 책을 읽는다. 매일 아침 정해진 루틴이다. 그리고 7월 말부터 매일 한줄이라도 글 쓰기를 하고 있는데 엊그제는 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우면 꼭 지켜야 하는 성격이라 일부러 계획을 잘 세우지 않는다. 원래 같으면 글을 쓰지 못함에 머리를 뜯으며 죄책감에 시달렸어야 하는데 어쩐지 마음이 편해졌다. 단정한 반복과 무리하지 않는 나. 맞다 엄청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내 마음을 열고 들여다 본듯한 내용이 많았다. 그리고 위로 받았다.
나역시 단정한 반복의 힘을 믿는다.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거야]는 불안한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따뜻한 말들을 건네고 괜찮다고 위로를 해준다. 매일의 작은 반복이 우리의 삶을 가득 채워 줄거란걸 얘기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