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친한 동생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옷 잘 입는 건 하나도 손해 볼 일이 아니야. 적어도 깨끗하고 멀끔하게 다니면 너의 태도도, 너를 대하는 태도도 다를 거야."
외적인 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한다고?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사람을 오래 겪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가장 큰 기준은 그 사람의 외적인 부분이다. 수준에 맞지 않는 비싼 옷이나 잔뜩 힘주고 꾸미라는 얘기가 아니다. 보풀 없는 깨끗한 니트, 주름 없는 셔츠, 얼룩 없는 흰 티셔츠 같은 것들을 의미한다. 때와 장소에 맞는 옷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내가 걸치는 모든 것 외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태도'다.
Attitude.
태도중에서 나는 친절과 상냥함을 우선으로 친다.
여기, 유명한 드라마 대사가 있다.
크으...이런 대사는 어떻게 쓰는 걸까. 한참 SNS를 떠돌고도 잊을만하면 나오는 명대사.
진심이 아닌 친절은 진짜가 아니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저 사람이 진짜 내가 반가워서 인사를 한 걸까? 상투적인 안부 인사가 굳이 필요할까? 나를 싫어하는데 왜 연락을 하지? 이런 생각들은 인생에 하등 도움 안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었다. 타고난 밝음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알러지가 난 듯 싫었다. 나에게는 없던 마냥 무해하고 밝은 사람들. 화 한 번, 짜증 한 번 낼 줄 모르는 그들이 슬며시 내 삶에 스며든 후로는 나도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이 좋다. 내가 안겨 울며 위로받는 존재들은 항상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포근하고 보드랍고 따뜻한 그들은 세상의 빛과 소금이다! 드라마 단골소재 중 하나는 서브 남주=츤데레+나쁜남자+치명적인 매력이다. 어릴 때는 나도 서브 남주에게 한 표! 였지만 여주를 차지하는 건 항상 한결같이 다정하고 따뜻한 남주였다. 츤데레식 다정함은 다정함의 정석을 이기지 못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 나는 정석이 더 좋다.) 진심 아닌 친절이면 좀 어떤가. 주변 분위기와 상대를 고려해서 (아무리 상대가 싫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준 것만으로도 고마울 일이지.
몇 시간째 밀려드는 손님에 포스에 발이 묶여 기계처럼 주문을 받던 중, "봉투에 담아드릴까요?"라는 형식적인 질문에 "그렇게 해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을 듣고 3초간 벙쪘다. "네."도 아니고 "감사합니다."라니. "그럼 이걸 그냥 들고 가요?"라는 가시 박힌 말 대신 차분하고 의연한 친절이라니. 내가 응당 드려야 할 것을 되려 받은 기분이었다. 말 한마디에 휘청이는 하루가 힘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훅 들어오는 친절은 다시금 인류애가 샘솟게 한다. 고마워, 미안해, 고생 많았어 와 같은 감정의 표현+공감은 친절의 기본이 아닐까.어디서부터 친절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간단한 표현부터 시작해 보자. 고마운 마음만 갖고 있는 것과 입으로 내뱉고 문자로 표현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표현함으로 우리는 친절함을 한 겹, 더 멋스럽게 걸쳐본다. 내가 말하는게 곧 나다.
한길과 '친절함'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나눈다. 타인에게 좋은 말과 에너지를 주는 것, 친절을 베풀고 상냥하다면 조금 더 좋은 삶이 될 거라는 믿음. 비록 그 친절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우리는 친절한 사람으로 남자고. 위인이나 좋은 사람은 못 될지언정 친절한 사람으로 기억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