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을 내편으로 만드는 5가지 방법
금요일날 우리팀이랑 2월에 일한 것에 대한 회고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를 잊기 전에 써둔다. 우리의 1월 회고에서 나온 이야기가 “소소한 칫챗을 많이 하자”여서 어제 회고에서도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하루가 생각한 것처럼 진행이 안될때 빨리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면 좋고 해야할 일을 알고 있고 리스트도 해놓았지만 꾸준히 일정한 때에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매일 저널을 쓰는 것, 매일 아침에 할일을 리스트하는 것, 매일 먹어야 하는 약을 시간 맞춰 먹는 것, 일주일에 네번 카디오 운동을 하는 것, 매주 빨래를 하고 개는 것, 인생의 대부분 시간은 이런 루틴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런 루틴은 한다고 해서 크게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닐 때도 많은데 안하면 다른데 큰 구멍을 낸다. 작은 루틴을 제대로 제때 해놓지 않으면 진짜 중요한 일을 할 시간과 에너지로 결국은 훨씬 더 크게 갚아야 한다.
빨래를 주말에 제때 안해놓으면 주중에 필요한 옷이 없어서 곤란하고, 그로서리 쇼핑을 제때 해놓지 않으면 먹을 게 없어서 나가서 시간과 돈을 훨씬 많이 들여서 사먹어야 하고, 커피를 제때 마셔주지 않으면 나중에 두통이 오고 일이 안된다.
일하는 데도 마찬가지여서 제때제때 지금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 다큐먼테이션을 해두지 않으면 지금은 눈에 안 보여도 결국은 크게 빵꾸가 나서 땜빵을 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써야 하고 (그나마 그렇게 해서 땜빵이 되면 다행이고), 아침에 해야할 일을 리스트하고 우선순위 잡는 일을 하지 않으면 하루를 바쁘게 보내도 중요한 일은 안되어 있어서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허덕거리게 된다.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올해는 그 루틴들에 대해서 좀더 신경을 쓰려고 하고 있는데, 요 몇달간 해보고 승률이 좋았던 팁을 공유한다.
작년에 남편과 내가 10년째 해오고 있는 Personal Annual Planning 하는 것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에게 쉐어하는 워크샵을 하면서 이런 쪽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랑 같이 팁을 쉐어 했는데 그때 나도 배운 것이다. 아침이나 저녁에 해야할 일들을 리스트를 만들어서 혹은 트렐로로 만들어서 붙여두면 “다음에는 뭘 할까”라는 생각의 사이클이 필요없이 자동적으로 그 다음 것을 하면 되어서 습관이 붙기가 쉽다고 한다.
난 아침 루틴이 5시에 시작해서 9시에 일 시작하기 전까지인데, 중간에 타이가 일어나서 학교가기까지의 1시간은 타이의 루틴에 맞춰야 하는 액자 구조가 있고, 남편이 출장을 가거나 하면 학교까지 데려다 줘야 하는 왕복 1시간을 거기 끼워맞춰야 해서 루틴 모듈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한 것은:
5시-6시 : 일어나서 화장실 간 김에 체중계 오른 후, 차를 마시면서 일기쓰기. 밤사이의 메시지들 확인.
6시-7시: 김타이의 루틴에 맞춤. 그의 루틴은 세수, 양치질, 옷입기, 아침 먹기, 산수 게임, 등등이 있음. 7시에 땡 집에서 나가야 학교 시간을 맞출 수 있음.
7시-8시: 개와 함께 운동하러 나갔다오기 혹은 개 산책 후 운동하러 가기. 타이 라이드를 줘야 하면 이 시간이 사라지거나 이것과 다음 시간이 뒤로 밀림.
8시-9시: 샤워하고 아침먹고 커피갈아서내려서 커피잔 쥐고 책상에 앉기. 어제 일한 기록을 아카이브 하고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적어놓기
이렇게 되어 있고, 김타이의 1시간짜리 아침 루틴과 2시간짜리 저녁 루틴은 프린트 되어 집의 벽에 붙어있다. 애한테 읽기 가르치려고 만들어서 붙여놨는데, 의외의 효과는 찾아보도록 하기 좋고 뭔가 권위도 가지게 된다는 점이다. “저기 붙어있잖아 저대로 해야지!”
나의 저녁 루틴은 김타이 저녁 루틴을 같이하고 재우고나면 진이 빠져서 흐물흐물 해져버리는 고질적인 문제가 아직은 있다. 뽐멜을 써야하는 월요일 저녁에는 대체로 쌩쌩하고 힘도 있는 거 보면 accountability의 문제인듯.
아침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게 된 것은 실은 아침에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조용한 시간에 스포트라이트 하나만 켜놓고 우롱차를 마시는 시간이 좋아서였다. 집에서 일하지만 아침 9시에 땡 워크데이가 시작하는 것은 원두를 갈아서 드립을 내려먹는 게 좋은데 커피를 꼭 9시에 마시기로 해서다. 매년 애뉴얼 플래닝을 하는 것은, 애를 시어머님께 맡겨두고 남편과 둘이서만 좋아하는 호텔에 묵는 것이 좋아서다. 산더미 같은 빨래를 갤 때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손으로는 빨래를 갠다. 저녁에 귀찮음을 이기고 쌓인 설겆이를 할 때는 좋아하는 예능을 옆에 틀어둔다. 우리팀의 모님은 동네의 좋아하는 잔치국수집에 가서 국수를 먹고 옆의 스타벅스에 가서 일하는 것이 좋아졌다고 하신다.
좋아하는 일에 뭐가 엮여 있으면 좋아하는 걸 하는 힘으로 엮인 것도 같이 하게 된다.
루틴으로 하는 일은 그 중요도를 간과하기도 쉽고 거기 들어가는 자원(시간과 에너지)를 무시하기도 쉽다. 그렇지만 물리 법칙은 예외없이 적용되는 것이라 어김없이 시간이 들고 에너지가 빨린다. 그걸 무시하고 계획을 세우면 필패.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야 루틴을 정착시키는 데에 성공할 수 있다.
남편이 출장간 동안에 평소 아침 7시부터 9시 사이에 하는 일을 8시10분부터 9시 사이로 축약해서 할 수 없을까 시도해보았다. 첫날 하루 정도는 꾹꾹 눌러담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다른 날들은 어림도 없고 오히려 꾹꾹 눌러담은 것들이 퍽 터져서 다른 시간들의 생산성을 해쳤다. 그냥 물리 법칙을 그런가보다 받아들이듯이 받아들여야 하는 절대량의 시간 요구도 있는 것이다.
한번 만들었다고 해서 이게 계속 적용가능하리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주기적으로 살펴보고 더 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주고 불필요한 것, 아무리 해도 안되는 것은 빼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나도 내 루틴을 적어놓는 트렐로를 업데이트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동화 하면 훨씬 루틴을 지키기 쉽다. 매주 식료품을 사야하는 쇼핑을 아마존 프레쉬나 아마존 나우로 대체해서 매주 사야하는 품목들을 넣어두고 목요일 저녁에 주문하도록 알람을 걸어둔다거나,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루틴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이고 한번에 주르륵 하도록 하는 것도 나름 자동화가 되겠다. 중간에 멈추고 생각을 해야하면 “오늘 오후에 시간 좀 있던데 달리기는 그때해도 될 거야 (나중에 안함)” “이건 나중에 다른 거랑 같이 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나중에 안함)” 같은 유혹이 껴든다. 착착착 진행하는 자동화가 최고다.
내가 안해도 돌아갈 수 있도록 아웃소싱을 할 수 있으면 최대한 한다. 남편에게 아이에게 delegate 할 수 있는 것은 죄다 한다. 소프트웨어나 앱를 써서 루틴이 착착 진행되게 도울 수 있다면 거기 돈내는 것은 no brainer다.
//원작성일 3/20/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