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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고 출근을 안 했습니다.

※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직장인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미디어 관련 중견 기업의 과장 2년 차로 일하고 있는 여성입니다.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30대를 갓 넘긴 이 시점에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서너 달 전부터 제가 이상해진 것을 스스로 느낍니다. 요즘은 매일매일 온몸에 힘이 없고 늘 피곤합니다. 또한 전과 다르게 일에서 흥미도 떨어집니다. 그런데 허기는 자주 느껴서 가끔씩 폭식까지 하기도 합니다. 이러다 보니 업무에서 안 하던 실수도 하고 집중도 잘 안 돼요. 오늘은 월요일이었습니다.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 화장대 앞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순간 눈물이 차오르더라고요. 회사에 가기 싫다는 외침이 들려왔습니다. 직장생활 8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너무 당혹스러웠습니다.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썼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래서 본부장님께 문자를 드렸습니다. 출근을 못할 것 같다고요. 거짓말로 엄마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결국은 결근했습니다. 이런 제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창피하게 느껴집니다. 저 왜 이러는 걸까요?      







A. 화장대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을 당신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네요.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요. 그 마음을 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역시 회사 일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두며 산적이 있었거든요. 그땐 저도 정말 일밖에 몰랐습니다. 출근하는 날 아침 샤워를 할 때부터 그날 할 일 들에 대해서 생각을 하곤 했지요


 ‘미팅에 필요한 자료들을 내가 출력해두었었나’, ‘오후에 있을 매니저 간담회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그래서 사워를 하다가도 떠오른 생각을 까먹기 전에 물 묻은 손으로 휴대폰에 메모를 하곤 했지요. 그렇게 매일 출근 전부터 출근을 했습니다. 퇴근을 해도 퇴근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로지 머릿속 일이 떠나질 않았었거든요. 특히나 제가 근무했던 면세점은 밤늦게까지 운영되었습니다. 그래서 퇴근을 하더라도 매장의 운영상황에 대해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2,3년 정도 근무하다 보니 어느 순간 회의감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해서 뭐하나’, ‘이 삶이 나를 위한 삶인가, 회사를 위한 삶인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일하는 목적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답은 바로 ‘가족과의 행복’이 목적임을 깨달았습니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갖고 가족과 여유 있는 삶을 즐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죠. ‘가족과의 미래의 행복을 위해 나는 지금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을 지금 당장 보낼 수는 없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가족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졌습니다. 갑자기 서글픔과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그 후로는 지금의 행복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아내,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회사 일을 우선에 두던 습관도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회사일과 집안일이 겹치면 열에 여덟은 집안일을 우선으로 처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렇게 해도 생각보다는 회사에서는 큰일이 벌어지지 않더군요. 지금은 이런 생각도 합니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은 일과 삶을 정확히 5:5로 맞추는 삶이 아니라는 생각을요. 어쩌면 자신의 삶에 8, 일에 2를 맞추는 것이 워라밸의 황금비율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일이 아무리 중요해도 내 삶 자체를 대신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죠. 일이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내 삶안에서 녹아있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일과 삶을 구별해 일을 일로서만 대한다면 일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어려울 것입니다. 당신이 현재 느끼시는 무기력감과 허무함은 일시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잘 낫지 않는 감기처럼 오랫동안 지속될 수도 있어요.


우선은 현재 기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보세요. 일에만 몰두해온 당신이 어느 날 극도의 무기력감을 느끼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당신뿐만 아니라 저도 그랬고 많은 직장인들이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문제거든요. 당신도 모르게 상사에게 거짓말을 하고 출근을 안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상황에서 지금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출근하기 어렵다고 상사 분에게 솔직히 말하기도 어렵죠. 물론 잘했다고 말씀드릴 순 없지만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 큰 죄책감을 갖지 마세요.


그리고 당신이 꼭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당신의 진정한 삶의 목적을 찾는 거예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그러고 나서 지금의 일을. 지금의 회사를 바라보세요. 왜 일을 열심히 할까요? 삶에 대한 목적과 의미 없이 무조건 일만 열심히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그것은 아무런 목적지 없이 시속 200km로 사막을 질주하는 것과 같습니다. 속도의 쾌감을 즐길 수 있을지언정 질주 후에 남는 허무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심리학자 아들러(Adler)는 우리가 진정한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 세 가지 인생 과제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일의 과제, 친구의 과제, 사랑의 과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여기서 일의 과제는 세 가지 인생의 행복 과제 중 하나일 뿐입니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그러므로 적당한 인간관계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야겠죠. 당신의 힘든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나 동료를 만나보세요.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는 단 한 명이라도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만남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다 보면 당신 스스로 마음이 풀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예기치 못한 그 사람의 경험과 조언을 들으며 최근에는 느끼지 못했던 활력 감과 용기가 당신의 깊은 곳에서 뿜어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랑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무기력감과 우울감으로 인해 폭식을 하기보단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 하나의 음식도 맛있게 나누어 먹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뒀으면 좋겠어요. 아주 맛있는 음식을 혼자서 배 터지게 먹기보단 조금 평범한 음식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먹을 때 저는 더 행복을 느꼈거든요.


언젠가 유행했던 한 TV 광고 멘트가 생각나네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저는 이걸 당신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열심히 일한 당신, 당신의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라’라고 말이죠. 당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는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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