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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의 내 모습은 나 같지가 않습니다.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직장인 분들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얼마 전에 팀을 옮겼습니다. 자원해서 이 팀으로 온 거죠. 그전 부서에서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거든요. 유유상종이라고 그 팀은 팀장님부터 팀원들 대부분이 조용하고 말수도 적은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활달한 펀이라 하고 싶은 말은 웬만하면 다해야 직성이 다 풀리는 스타일입니다.


 한 번은 전(前) 팀장님께서 ‘김 대리는 너무 말이 많아.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 일은 언제 하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마음의 상처를 좀 입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입을 다물게 되었고, 결국 팀 내에서 겉돌다가 새 팀으로 자원을 하게 된 겁니다. 

그런데 새로 온 팀의 팀장님도 좀 저와 안 맞았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이미지가 좋아 보이는 팀장님이었는데, 막상 직접 겪으니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랐습니다. 특히 특정 팀원에 대한 편애가 무척 심했습니다. 지난번 팀이 잘 맞지 않아서 새로운 팀으로 왔는데, 여기서도 적응이 참 쉽지 않네요.  내가 나답게 느껴질 수 있는 그런 환경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래의 나 같지 않은 나도 내 모습의 일부입니다.       


A. 제가 그 입장이라 할지라도 그런 팀장님이라면 정말 싫을 것 같습니다. 말하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팀장님은 정말 답답할 것 같아요. 일을 펑크 내며 말만 하고 다니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죠. 더욱이 고민님은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신 것 같고요. 맞나요? 


저도 참 많은 공감이 갑니다. 저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적이 있거든요. 저도 활달하고 쾌활한 성격입니다. 그래서 혼자서 일을 묵묵히 수행해 내는 것보다는 동료들과 어울려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도 해가면서 일하는 걸 선호하지요. 


그러다가 저도 새로운 팀에서 근무를 하게 될 기회가 온 적이 있어요. 새로운 업무 자체는 마음에 들었어요.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방식과 관점을 익힐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팀의 분위기였습니다. 그곳의 분위기는 무척 조용했습니다. 업무상 자리에서 유선전화로 업무 관련 통화를 할 때도 주위 사람들이 함께 들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무척 조용한 분위기였기에 옆에 있으면 안 들으려 해도 안들을 수 없을 정도였죠. 


그런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내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예전과는 다르게 항상 조용하게 지내야 했기 때문이지요. 약간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습니다. 


‘나는 원래 쾌활하고 활기찬 사람인데, 여기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니 답답하다 ‘ 이런 생각이 계속 맴돌았죠. ’ 나답지 못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급기야 퇴사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하지만 저는 그 시기를 잘 버텨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는 도전이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래서 속으로 계속 되뇌었습니다. ‘내가 원래 활동적인 성격이긴 하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잖아. 좀 더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도 결국 나의 일부야’ 이렇게 생각하니 좀  마음이 편안해지긴 하더군요. 내가 낯설어했던 모습도 나의 일부임을 인정하니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힘들었던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더 버텨낼 수 있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항상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강물 역시 매번 같은 모습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그 강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물든 매 순간 다른 물입니다.

      

우리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  

- 헤라클레이토스 -   

   

우리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듯이 다른 사람들에게 매번 똑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회의를 주도하는 모습도 나이고 조용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라가는 모습 역시 나입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나이고 잘 안될 것 같다며 슬쩍 빠지는 모습의 나도 결국 나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위의 3개 단어를 읽는 과정에서 뭐가 이상한 것이 느껴지지 않았나요? 혹시 가장 마지막의 노란색이라는 단어에서 순간 멈칫하지 않았나요?


심리학 이론에는 스트룹 효과(Stroop effect)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색깔 관련 단어를 인지할 때 단어와 의미와 글자의 색깔이 실제로 일치하지 않은 경우 색깔을 인지하는 반응속도가 늦어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즉, 익숙한 것을 무시하는 데 시간이 걸림을 의미합니다. 


우리 자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는 원래 '노란색'이지만 다른 색깔로 '노란색'이라고 적혀 있으면 순간 멈칫합니다.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잠시 어색할 뿐 그래도 노란색은 노란색입니다.
잠시 다른 색깔로 표현된 나도 결국은 나인 것입니다.

그저 잠시 멈칫하는 것뿐이죠.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답답해하거나 자책하지 마세요.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본연의 나는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범위를 더욱 넓혀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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