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하면 다른 사람이 할까요? - 방관자 효과

단톡 방에서 팀장님이 질문을 던집니다. “오늘 마감 보고할 차례가 누구지?” 그런데 몇 분이 흘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그러다 겨우 한 명이 대답합니다. “네, 최 과장인 것 같습니다.” 7, 8명이 있는 단톡 방입니다. 한두 명도 아닌 다수가 모인 단톡 방이면 대답이 더 빨리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위에서 본 사례처럼 현실은 그렇지 않죠. 간단한 질문인데도 오히려 대답이 나오는 데 시간이 더 걸립니다.


길거리에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보았을 때도 비슷합니다. 누군가 길을 가다가 서류 뭉치를 떨어뜨렸다고 가정해 보죠. 서류 뭉치가 길바닥에 널브러져 다시 주워 담는데 시간이 꽤 걸릴 듯하네요. 길에 사람은 많습니다. 때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당신이 그 장면을 목격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나요? 함께 흩어진 종이 뭉치를 주워 줄 수 있는지요? 많은 사람이 그런 경우에 얼른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모두들 바빠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도와주겠지.’ 하는 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고 합니다.


단톡 방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대답하겠지.’라는 마음으로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않은 것이지요. 물론 질문에 대한 답을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요. 만약 1:1 카톡이었다면 몰랐다고 해도 금방 대답은 했을 거예요. 1:1 대화에서는 대신 대답할 다른 사람이 없잖아요. 이처럼 우리는 방관자 효과를 일상에서 꽤 자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참석자가 30-40명이 넘는 전체 회의에서 사장님이 질문할 사람 질문해 보라고 하실 때, 행사 진행자가 해변 마술 쇼에서 누가 마술을 좀 도와주겠냐며 지원자를 요청할 때,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복도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 한 조각을 볼 때 우리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하겠지.’


하지만 말이죠. 모두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요? 아무도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응을 보인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리겠죠. 어떤 경우에는 반응을 보이는 데 시간이 걸리면 안 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어려움에 처해 있는 행인을 볼 때, 단톡 방에서 긴급한 질문을 받을 때, 누군가 먼저 나서서 따뜻한 사랑을 주어야 할 때. 이러한 순간에는 지체 없이 행동해야 합니다. ‘나라도 먼저 하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불필요한 지체와 시간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상대방의 빠른 행동을 바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개인적이고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단톡 방에서 즉각적인 대답을 듣고 싶다면? 특정인을 지목하고 그에게 물어보세요. 아니면 개인 메시지를 날리세요. 아마 지목을 당한 사람은 답을 알든 모르든 바로 대답은 할 것입니다. 개인 메시지라면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번엔 팀장인 당신이 팀 주간회의를 주재합니다. “다음 주부터 내년도 경영 전략 발표를 준비합시다. 지난 발표 자료도 찾아보고 경쟁사 동향도 파악해 보세요. 다음번에 다시 모일 때까지 최선을 다해 봅시다.” 이렇게 말하고 회의를 끝냅니다. 당신은 ‘모두’에게 요청했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럴 때엔 이렇게 말해야 합니다. “경영 전략 발표를 준비해 보도록 합시다. 지난 자료 조사는 김 대리가, 경쟁사 동향 파악은 최 과장이 맡아 주세요. 그리고 총괄 준비는 박 차장님이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금주 금요일 팀 회의에서 초안을 함께 볼 수 있도록 준비 부탁합니다.”


길거리에 쓰러져 있는 누군가를 발견합니다. 방관자 효과를 극복하고 당신은 쓰러져 있는 그 사람에게 달려갑니다. 그리고 구경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소리칩니다. “누가 AED(자동 심장 충격기) 좀 가져다주세요. 그리고 누가 119에 신고 좀 해 주세요.” 이렇게 말하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립니다. 다들 경황이 없죠. ‘내가 해야 하나? 다른 사람이 하려나?’ 사람들을 향한 두루뭉술한 외침은 두루뭉술한 반응밖에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 경우엔 “거기 빨간 옷에 안경 쓰신 분! AED 좀 가져다주시고요. 그 옆에 하얀색 가방 들고 있는 여학생은 119에 신고 좀 해 주세요.”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요청할 때 사람들은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가 됩니다. 방관자 효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다수에게 무엇인가를 요청할 때는 특정인을 거론하며 요청해 보세요. 쓰레기가 길거리에 떨어져 있다면 당신이 먼저 다가가 주워 보세요. 질문을 받으면 먼저 나서서 대답해 보세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앞장서서 도와드려 보세요. 당신이 먼저 나서면 세상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나서는 만큼 세상은 만큼 따뜻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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