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이론 중에 반(反) 사실적 사고라는 것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실제 발생한 일과 반대되는 상황을 가정하는 생각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내가 파스타를 주문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등의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지요. 주로 과거에 선택하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반사실적 사고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과거 실제 발생한 일에 대해서 더 좋았을 경우를 떠올리는 사고를 상향식 반사실적 사고라 합니다. 상향식, 말 그대로 위를 바라보며 더 좋았을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대개는 후회하고 아쉬워할 때 이런 사고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올림픽 수영 경기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선수가 있다고 칩시다. 이 선수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아까워.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지요. 더 좋았을 상황을 올려다보며(상향식) 발생한 일과 반대되는 상황을 떠올리는 것이지요. 전형적인 상향식 반사실적 사고의 예입니다.
반면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도 있습니다. 상향식과는 반대로 실제 발생한 일보다 더 안 좋았을 상황을 가정하며 생각하는 것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더 안 좋았을 상황’을 내려다보는(하향식) 사고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올림픽 수영 동메달리스트를 가정해 보지요. 이 선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아, 간발의 차이로 메달을 아예 따지 못할 뻔했네. 그나마 동메달이라도 받아서 정말 다행이야.’ 이것이 바로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의 전형적 예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잠시 생각을 해 보죠. 당신이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면 자신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감은 은메달리스트가 클까요, 아니면 동메달리스트가 클까요? 만약 객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은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동메달보다는 은메달이 더 좋은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은메달리스트는 따지 못한 금메달을 더 많이 생각합니다. 그만큼 아쉽고 미련이 남는 것이지요. 상향식 반사실적 사고입니다. 반면 동메달리스트는 하마터면 메달권 밖으로 밀려났을 상황을 떠올립니다.
그나마 메달을 따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입니다. 따지 못한 금메달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사람보다는 ‘동메달이라도 따서 정말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당연히 더 큰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차석으로 입학시험에 합격한 사람보다는 간신히 턱걸이로 합격한 사람의 성취감과 행복감이 더 큰 것처럼 말이죠.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더 좋았을 상황을 가정하느냐 아니면 더 좋지 않았을 상황을 가정하느냐에 따라서 우린 행복감을 느낄 수도 절망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당신은 행복감을 느끼고 싶으세요, 절망감을 느끼고 싶으세요?
당신은 만족감을 느끼고 싶으세요, 아쉬움을 느끼고 싶으세요?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에 이러한 행복과 만족의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힘들 법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쉬이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상향식 사고를 더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그때 집을 팔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집값이 훨씬 올라 있을 텐데.’ ‘내가 그때 운전을 하지 않았더라면 음주 단속에 걸리지 않았을 텐데.’ ‘내가 그때 이 사람의 청혼을 수락하지 않았다면 다른 더 멋진 남자와 잘 살고 있을 텐데.’ 이 모든 것이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는 상향식 반사실적 사고의 생생한 예들입니다. 문제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러한 상향식 반사실적 사고가 행복 정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더 좋았을 상황을 가정하고 과거의 일을 돌아보는데 어느 누가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겠어요. 후회와 아쉬움이 가슴만 더 답답하게 만들 뿐이죠.
행복감을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를 해야 합니다. 과거에 발생했던 일에 대해 더 안 좋았을 상황을 주로 생각하는 것이죠. ‘내가 그때 집을 팔긴 했지만 만약 그전에 팔았더라면 더 큰 손해를 봤을 거야.’ ‘내가 비록 은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그때 운이 없었다면 동메달을 땄을 거야.’ ‘내가 이 남자랑 결혼해서 가끔씩 울화가 치밀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람피우고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보다는 낫잖아.’ 이러한 하향식 반사실적 사고는 우리에게 만족감을 선물해 줍니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계가 좋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 생각하였습니다. 즉, 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다음은 그의 이런 생각을 설명하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쇼펜하우어가 친구와 함께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때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다가 똥을 쌌고, 그 똥은 마침 친구가 어제 새로 맞춰 입은 양복에 떨어졌습니다. 새똥으로 얼룩진 그 친구의 양복을 보면서 쇼펜하우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봐, 내가 뭐라고 했나. 이 세계는 생각할 수 있는 세계 중에서 가장 악한 세계라고 하지 않았나?”의 기양 양한 쇼펜하우어의 말에 친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아니,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네. 이 세계는 그래도 괜찮은 세예 야. 만약 새가 아니라 소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 보게 “
- 『초인 수업』, 박찬국 -
생각을 달리 하면 새똥을 맞아도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소똥이 아니니 말이죠. 쇼펜하우어 역시 반사실적 사고의 힘을 알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자신밖에 없다.’
고대 그리스 로마 철학자인 에픽테토스(Epiktētos) 역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간은 객관적 현실에 의해서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견해에 의해 고통받는다.’
즉, 사건 그 자체로 행복한 사건, 불행한 사건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그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행복한 사건이 될 수도 불행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세상에 그 자체로 불행한 사건은 없습니다. 자신이 불행하게 바라보는 사건만 있을 뿐입니다. 혹시 힘든 일을 겪고 있나요? 그 자체로 불행하게 느껴지는 사건이 있나요? 그렇다면 너무 불행하게만 생각하지 마세요. 그보다 더 안 좋은 상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도 생각해 보세요. 우리의 행복은 우리가 사고하는 습관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