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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을 해야 할까요?

※ 어느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어느 직장인분의 실제 고민이고, 제가 실제로 달아드린 답글입니다. 






Q. 입사한 지 6년 차 이제는 회사에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업무적인 스트레스보다 사람한테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요 그리고 팀이 있긴 하지만 실제 실무는 저 혼자 진행한 지 3년이 넘었고 점심시간만 되면 스몰토크가 아닌 트레쉬토크로 변질돼서 이야기하는 것도 스트레스받더라고요. 후임들은 업무적으로는 가이드를 줘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거나, 사적으로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이야기를 하고, 선을 넘어서 이야기하고 상사는 후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관계파악 안학고 그냥 잘 대해달라라고 하고, 업무적으로 인정을 잘 못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요 회사내규가 있으나 어느 직원은 예외적으로 허용. 저를 비롯한 다른 직원은 불허 이런 식으로 처리하니 좀 어이가 없더라고요 연봉상승률이나 직원복리후생은 괜찮아서 다니고 있지만 이 회사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계속 있다가 속 터져서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이직이 답일지, 번아웃인지 답답하네요   



 






A. 사연자님께서 많이 힘드실 것 같습니다. 사연의 내용 중 중요하게 보이는 부분들에 초점을 맞추어 얘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1) 입사한 지 6년 차 이제는 회사에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업무적인 스트레스보다 사람한테서 오는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요 

=> 맞습니다. 회사생활 초반에는 처음 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보니 일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경우가 많죠. ‘어서 빨리 일을 배워야겠다. 그래서 인정받고 칭찬받아야겠다. 어서 빨리 직장생활, 사회생활에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욕구가 큽니다. 직장생활이 6년 정도에 접어들면 그런 생각은 조금씩 변해갑니다. 일 자체에서 사람에게로 옮겨가죠. 일, 업무 자체보다도 일하는 환경, 특히 같이 일을 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태도, 문화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더 많은 중요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그냥 넘겼을 만한 사람 사이의 일들도 이제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시기의 스트레스는 일보다도 사람에게서 오는 것이 더 큽니다. 내 일이야 아무리 힘들어도 “X발 X발” 하면서 해내면 그만이지만 다른 사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거든요. 내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내가 아무리 누군가를 이해해보려 해도, 누군가와 잘 지내보려 해도 성향, 성격, 문화, 스타일, 분위기 등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요. 공감이 갑니다.      



2) 실제 실무는 저 혼자 진행한 지 3년이 넘었고 점심시간만 되면 스몰토크가 아닌 트레쉬토크로 변질돼서 이야기하는 것도 스트레스받더라고요. 후임들은 업무적으로는 가이드를 줘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거나사적으로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서 이야기를 하고선을 넘어서 이야기하고 상사는 후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사실관계파악 안학고 그냥 잘 대해달라라고 하고업무적으로 인정을 잘 못 받는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하고요 

=> 후배들과 선배들 사이에 껴있으면서 제대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후배들이 사연자님을 업무적으로도 업무 외적으로도 제대로 대우를 못 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업무 방향을 제시해도 후배 제멋대로 일을 처리하고, 남을 험담하거나 불평·불판을 쏟아내는 대화를 주로 하는 후배들이라면 저라도 화가 나고 황당하고 짜증이 날 것 같습니다. 그런 사정을 상사에게 얘기해 봤자 상사는 제대로 듣지 않고 “그냥 잘해주라”라고 하는 반응만 한다면 제가 사연자님이라도 답답하고 화가 날 것 같습니다. 인정받지 못했다는 느낌 때문이지요. 사람은 누구나 인정의 욕구가 있습니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 William James의 자아상 이론(theory of self)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자아상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타인의 인정과 존중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직장 상사와 같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의 자아상이 흔들릴 수 있죠. 자신을 비난하거나 부정하고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3) 이 회사 계속 다니는 게 맞는지 계속 있다가 속 터져서 너무 힘들 거 같은데 이직이 답일지번아웃인지 답답하네요

=> 실제로 번아웃 상태에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번아웃 Burn-out은 장기간의 만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고갈 상태를 의미합니다. 마치 연료가 모두 타버린 것처럼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되고, 무기력하며, 일과 삶에 대한 흥미와 만족감을 상실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연자님이 말씀하신 사항들에 해당할 것 같습니다.      

냉정한 얘기이지만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사연자님께서 지금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연봉, 복리후생이 더 중요하다면 일단 계속 다녀보시는 것이고요. 연봉, 복리후생이 아무리 좋아도 지금 느끼는 스트레스 때문에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면 퇴직이든 이직이든 해야 하지요.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든 장단점은 있습니다. 그나마 사연자님에게 좀 더 중요한 우선순위, 가치에 따라 선택을 하는 것이지요. 어떤 선택을 하시던 장단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나마 좀 더 중요한 가치를 따르는 쪽으로, 좀 더 만족할 수 있는 쪽으로 사연자님께서 결정하시면 좋겠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시던 심사숙고 후 본인이 하시는 선택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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