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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ace Lee Nov 17. 2022

우리 아이에게 맞는 영어 듣기 학습은?

집중 듣기 vs 흘려듣기

 영어 듣기 공부에도 시대별 유행이 있는 것 같다. 현재 40-50대 분들은 팝송을 들으며 영어 공부를 했다는 분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지금도 방송되는 굿모닝 팝스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를 접하고, 팝송이 좋아 팝을 듣고 해석하며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는 분들이 있으시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정해진 분량을 통째로 외우는 학습이 유행했던 것 같다. 부모님들은 유행하는 영어 프로그램의 CD나 테이프를 구해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듣고 따라 하게 하고, 그 암기를 체크해 주는 동네 보습 학원까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시도는 했으나, 실패했다.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인터넷의 발달로 해외 뉴스나 드라마 등 대중매체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지면서 다양한 영어 듣기 학습 소재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역시, 영어로 된 드라마를 통해 영어 듣기 실력이 향상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은 OTT의 발달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종류의 프로그램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영어 듣기 자료가 없어서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예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 환경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듣기 자료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접하게 해줘야 할까? 듣기 학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바로 흘려듣기와 집중 듣기가 그것이다. 


01. 흘려듣기

  시중에 나와있는 유아 영어 교육 관련 도서 중에 흘려듣기를 권장하는 책이 있다. 하루에 두세 시간 아이에게 흘려듣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라는 것이다. 아이의 수준과 상관없이 영어가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환경을 만들어 주라는 것이다. EFL(외국어로서의 영어) 교육 환경인 우리나라에서 최대한 많은 듣기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효과 면에서는 언젠가 듣기의 효과가 드러날 수 있겠으나, 투자 시간 대비 그렇게 효율적인 듣기의 방식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언어학자 Krashen은 i+1의 언어 자극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습자가 이해 가능한 언어 자극 및 학습자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습자가 가진 수준에서 약간 어려운 수준의 학습 자료를 제시해야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너무 어려운 자극은 언어 학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러나 언어는 수준을 나누기가 모호하고, 어디까지 이해하고 이해하지 못하는지 측정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한때, 태국이 너무 좋아 태국어 공부를 잠깐 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다가 어휘를 몇 개 배우고 태국 드라마를 보면 배운 언어는 들리긴 했던 것이 사실이다. 아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다만, 노력 대비 최적의 효과를 보인다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다. 



02. 집중 듣기

  영어 교육론을 공부하다 보면, 집중 듣기 즉, 'intensive listen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해석 상으로는 집중 듣기에 해당할 텐데 이는  사실, 음운, 단어, 억양, 담화 표지어 등에 귀 기울여 듣는 듣기 활동을 일컫는다. 그러나 요즘 엄마표 영어에서 일컫는 집중 듣기는 소리를 들으면서 문자에 집중하며 읽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음원을 틀어놓고 책의 문자에 함께 집중하며 어떤 소리를 내는지 학습하는 방법이다. 또, 들으면서  따라 읽기를 권장하기도 하고 때론 받아쓰기까지 하도록 한다. 아이가 학령기가 되어 학습에 집중을 잘하거나, 정적인 활동에 잘 적응하고 따라가는 아이가 아니고서는 집중하는데 무리가 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더욱 그렇다. 그러나 비교적 영어를 늦게(만 10세 이후) 시작했거나 아이가 학습에 잘 집중할 수 있다면 계속 진행해도 좋은 학습 방식이다. 


03. 우리 아이에게 맞는 듣기 방법은?

  영어를 학습으로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영유아기 및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영어 듣기 실력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호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는 즐겁고 재밌는 언어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직접적으로 학습을 염두에 두고 아이를 지도하기보다는 아이가 즐거워하는 듣기 자료를 제공하고, 생활 중 배경으로 소리가 흘러나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주면 될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 자료를 함께 고르고 시청하면서 공부가 아닌 놀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영상을 선정할 때도 교육적이고, 학구적인 엄마가 좋아하는 영상 말고, 아이가 흥미 있어하는 내용으로 선정하는 것이 좋다. 우리 아이의 경우, We bare bears라는 영상을 즐겨보았는데 주인공으로 세 마리의 곰이 등장하는데 말이 빠르고, 기본적인 패턴의 영어 표현보다 현지 생활영어에서 쓰는 표현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이에게 어려울 것 같아 추천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가 흠뻑 빠져 집중해서 시청하길래 그냥 두었다. 그렇게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시청하더니 정확한 발음은 아니지만 소리 내어서 문장들을 따라 말하기 시작했고, 가끔 영어 책을 읽어주다 보면, 어려워서 모를 것 같은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을 때가 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스며들어 아이가 학습 아닌 습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아이의 영어 습득은 기대하지 않았던 순간에 일어날 수 있다. 부모가 기대했던 부분에서 성장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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