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은 모르는 팀장의 진짜 실력, '싸움의 기술'

내 팀원의 몫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악역이 되는 시간들

by 노트

[핵심 요약]

팀원이 보는 팀장의 능력은 '업무 지시'지만, 팀장이 되고 나서 깨달은 진짜 능력은 '성과 쟁취'다. 아무도 반박 못 할 근거를 만들며 팀원을 위해 싸우는 뒷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없어도 그 일을 해내는 것이 리더의 숙명이지만, 가끔은 서랍 속 비닐 파일에 담긴 '한 줌의 진심'이 그 고독한 싸움을 버티게 한다.


리더의 고민 (FAQ)

Q. 팀원들이 제가 뒤에서 이렇게 고생하는 걸 전혀 몰라줘서 서운합니다.

A. 기대치를 내려놓아야 한다. 보답을 바라고 움직이면 상처만 남는다. 하지만 10명 중 1명이라도 당신의 진심을 알아준다면, 그 에너지는 나머지 9명을 위해 싸울 동력이 된다.


Q. 무능한 상사가 팀별로 고과를 나누라고 강요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데이터로 무장하라. 말로 하는 호소는 감정이 되지만, 데이터로 하는 주장은 논리가 된다. 리더는 그 논리로 팀원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되어야 한다.



팀장이 되고 나서 반드시 챙기는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팀원을 보호하고 어필하는 것'이다. 팀원일 때는 상사가 주는 고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팀장이 되어보니 그 결과물을 따내기 위해 리더가 얼마나 치열한 전쟁을 치러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매년 평가 시즌이 되면 나는 전투 모드에 돌입한다. 다른 팀장들이 와서 적당히 말로만 보고할 때, 나는 우리 팀원들이 왜 이 성과를 인정받아야 하는지 아무도 반박하지 못하도록 정성적, 정량적 근거를 빼곡히 준비한다. 팀원들이 없을 때 편하게 준비하기 위해 이틀정도 야근을 하며 철저하게 자료를 만든다. 따라 하는 후배 팀장들이 생길 정도로 철저하게 무장한다. 회의실에서 임원이 있건 말건 얼굴을 붉히며 싸워서라도 우리 팀원의 몫을 쟁취해 낸다.


포상을 주기 위한 사유서 하나를 써도 아무도 반박 못하도록 양식을 꽉 채워 작성한다. 덕분에 작년에도 내가 올린 포상은 단 한 건도 누락된 적이 없다. 조직 전체에서 단 한 명 뽑는 핵심인재(HPI) 자리에도 우리 팀원이 선발되도록 윗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한다. 무능한 상사가 팀별로 고과를 기계적으로 나누려 할 때 더욱 거세게 저항한다. 그것은 정치가 아니라, 내 사람을 지키기 위한 리더로서의 가장 고독한 '싸움의 기술'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렇게까지 노력해서 결과를 가져다줘도 정작 감사 인사를 전하는 팀원은 드물다. 대면도 아닌 비대면으로 '감사합니다'라고 하지만 대다수는 "내가 잘해서 당연히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장을 오래 하다보면 이게 진심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다. (엄마가 아들딸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심지어 "내가 이렇게 잘했는데 왜 결과가 이것뿐이냐"며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인지라 서운함이 밀려올 때도 있다. '다른 팀장들처럼 대충 말로만 어필하고 말걸, 바빠 죽겠는데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싶어 후회한 적도 솔직히 많았다.


그런데 이런 경우도 가끔 있다. 작년, 우리팀에서 총 5명이 포상을 받아냈을 때의 일이다. 한 팀원이 출근길 내 책상 위에 작은 쇼핑백과 카드를 두고 갔다. 그 안에는 직접 고른 듯한 쿠키와 손 편지가 들어 있었다.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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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를 직접 고르고, 카드를 구매하고, 손편지의 내용을 고민했을 그 번거로운 과정이 그려져 콧날이 찡했다. 극 T 성향인 나조차 무너뜨린 작은 '정성'이었다. 나는 그런 감사를 표할 줄 아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고, 한없이 사랑스럽기도 하다.




나는 그런 손편지들을 서랍 속 비닐 파일 안에 소중히 간직해 두고 있다. 훗날 퇴직하는 날, 짐은 다 버리고 그 파일 하나만은 품에 넣고 나갈 생각이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꼭 다짐한다. 이 친구가 승진할 때 반드시 추천인이 되고, 평판 조회의 순간이 오면 주저 없이 100점을 주겠노라고. 내가 받은 정성을 언젠가 반드시 몇 배로 갚아주겠노라고 말이다.


팀장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기대를 다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팀원이 고마워할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리더로서 오래 버틸 수 있다. 그냥 내가 할 일이니까 하는 것이고, 고마운 척이라도 해주면 다행이고 아니면 그만이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무심한 진심이 결국 팀을 움직인다. "우리 팀장 밑에 있으면 내 성과를 뺏기지는 않겠구나"라는 믿음은 팀원을 기꺼이 따르게 만든다. 그리고 가끔 찾아오는 서랍 속 편지 한 장은, 리더라는 고독한 자리를 지키게 하는 가장 따뜻한 연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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