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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Oct 12. 2019

과찬하라. 사랑받을 것이니...

어설픈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는 한국 아줌마의 미국 학교 생존기


생존 영어로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미국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기술, 그리고 그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전부터 가끔 미국 영화나 미국 드라마를 볼 때면, 미국인들이 요즘 말로 상당히 "오버"하는 문장이나 몸짓을 사용한다고 느껴왔다.

그렇지만 아마도 영화나 드라마니까 조금 과장해서 표현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살면서 그들의 "오버"하는 듯한 말이나 제스처는 허구가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그 오버하는 대화와 그들의 몸짓은 매우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자라던 때만 해도 한국문화에서 칭찬은 조금 낯간지러운 표현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칭찬에 박하면서도 어쩌다가 칭찬을 들으면 "과찬입니다." 또는 "에이~ 아니에요." 같은 말로 별것 아니다, 대단하지 않다는 반응으로 그 칭찬을 희석시키는 것이 나에게는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 한국인들의 칭찬 문화에 길들여진 탓에 미국인들의 과장된 몸짓이 곁들여진 호들갑스러운 칭찬이 처음에는 참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미국에서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특히 미국 학교에서 미국이들과 함께 일하게 된 후, 살아남기 위해 나는 그 부담스럽도록 낯간지러운 칭찬을 뻔뻔하게 하는 사람이 되었다.

아니, 실은 영어가 서투르기 때문에 스스로 느끼는 위화감을 극복하고 그들의 관계와 문화에 속하기 위해, 더 나아가 그들의 일원으로 사랑받기 위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장된 칭찬을 마구 남발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한국인들이 주고받는 칭찬은 미국에서는 너무 점잖다.

그 칭찬에 과장과 과찬을 두 세배쯤 얹으면 미국인들에게 칭찬이라 불릴만한 보통의 미국스러운 칭찬이 된다.




복도에서 지나가는 교사를 만나면 나는 재빨리 눈과 머리를 굴려 칭찬할 거리를 찾아낸다.

그리고 호들갑을 떨며, 가끔은 엄지 손가락도 추켜올리며 말한다.


오늘 신경 좀 써서 차려입은 동료가 지나간다.

"와~ 너 아주 근사해 보인다."

"와우, 오늘 입은 드레스* 아주 예쁘다. 너에게 너무 잘 어울려."

옷의 색이 한국인들 눈에는 세련되지 않고, 원피스가 몸에 끼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움에도 그런 것과 상관없이 마구 칭찬한다.

내 칭찬에 동료의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자기가 가장 아끼는 옷이라는 둥, 칭찬해줘서 너무 기쁘다는 둥 벙글벙글 웃는다.



쉬는 시간 마주친 옆 반 교사, 딱 보니 새 바지를 입었다.

"너 바지 샀니? 상의와 아주 잘 어울리는 걸!"

미국인들은 의외로 요즘 말로 깔맞춤(색을 맞춰서 입는 것)을 선호한다. 그럴 때 이런 칭찬 한 방이면 그 바지를 어디서 샀는지, 세일을 해서 샀는데 마침 가지고 있던 상의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신이 나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침 등교시간, 아이들 등교지도를 하는 교장의 셔츠가 화사하다.

"Mr. F, 셔츠가 아주 근사해요. 어디 여행이라고 가나요?"

교장이 말한다.

"그래요? 고마워요. 나도 이 셔츠 입고 휴가 좀 가고 싶어요."

50대 후반의 백인 남자 교장도 그의 옷차림에 대한 칭찬에 기분 좋아한다.


화장실에서 만난 동료가 거울을 보고 있다.

"오늘 헤어스타일 근사하다. 데이트가 있는 거 아냐?"

얼굴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며 그렇지 않아도 주말에 미용실에 다녀왔다고 알아봐 줘서 고맙단다. 그리고는 내가 입은 블라우스가 멋지다고 추켜올려 준다.


내가 순식간에 그들을 훑어보며 칭찬을 날리듯이 미국인들도 지나쳐 가면서도 상대방의 신발이나 옷, 머리 모양에 대한 칭찬을 던진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그런 칭찬을 받으면 자신의 신경 써서 입은 옷이나 자신의 장신구에 관심을 가져준 것에 아주 기뻐하며 고마워한다.

한 톤 높은 목소리로 "Oh, really? Thank you!"라는 인사와 함께 나에게 환한 웃음이 돌아온다.


개밥의 도토리 같은 존재인 나는 사랑받기 위해 수시로 과찬에 가까운 칭찬을 던지며 산다.

아이들에게 지친 교사와 동료 보조교사들에게 조금 과장된 칭찬을 던지면 순시기간에 환한 웃음이 나에게 돌아오고 그것이 미국 학교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영어가 딸리는 만큼 칭찬 거리를 찾아 열심히 과찬을 던지고 왔다.




과장하여 칭찬하기는 어렵지 않은데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것은 바로 칭찬에 미국인들처럼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것이다.

과찬하기에 익숙해지고 있음에도 나는 가끔 그들로부터 그런 칭찬을 듣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공연히 당황하면서 엉뚱한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그래서 어색한 티를 안 내기 위해 자연스럽게 그들처럼 "Oh, really? Thank you!"라며 웃음을 돌려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주변에 친해지고 싶은 미국인이 있다면, 미국인들과 함께 일하는 상황 가운데 있다면 과찬을 시작하라.

그들의 바뀐 머리 모양, 색이 돋보이는 셔츠 또는 새로 산 것 같은 구두, 옷과 색을 맞춘 듯한 귀걸이 등 어떤 것이라도 좋다.

칭찬을 건네면 마음이 담긴 웃음이 돌아온다.

그리고 다소 과장된 칭찬을 통해 그들과 친밀하고 다정한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원피스라 불리는 옷을 미국에서는 드레스라고 부른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학교에서 파티를 하나 오해를 할까 싶어서 설명을 곁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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