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는 한국 아줌마의 미국 학교 생존기
생존 영어로 미국 학교의 특수학급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가
미국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생존의 기술, 그리고 그 몸부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학교에서 일하다 보면 구김살 없이 떠들며 뛰어다니고 장난을 치는 아이들이 귀엽고 사랑스럽다기보다 짜증 나고 싫을 때가 적지 않다.
날마다, 하루 종일, 학교에 있는 내내 아이들의 와글거림과 퉁탕거림 그리고 징징거림에 둘러싸여 '뛰지 마라, 떠들지 마라, 싸우지 마라'는 잔소리를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내를 돌아다니다 만나는 교사들이나 보조교사들을 얼굴에는 피곤과 지침이 늘 머물러 있다.
특히 목요일쯤 되면 아이들은 구김살이 없는 만큼 동료들의 얼굴에는 구김살이 진다.
그런 얼굴로 목요일을 지내며 가장 많이 주고받는 말이 바로 "Tomorrow is Friday!"이다.
주말을 특별하게 생각하며 즐거운 계획을 세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주말이 코 앞인 금요일은 아주 특별하게 설레는 날이다.
미국 학교에서 보내는 금요일은 마치 일주일에 한 번 크리스마스이브가 있는 분위기랄까?
요즘 우리나라에도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란 표현이 생긴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인들은 오래전부터 TGIF(Thank God it’s Friday!)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여러 가지 이유로 금요일을 좋아해 왔다.
때문에 학교를 벗어나 다가오는 주말을 기대할 수 있는 금요일에 대한 설렘을 나누면서 목요일을 버티곤 하는 것이다.
몇 주전 목요일 쉬는 시간, 휴게실에 들어서니 마침 같은 시간에 쉬는 시간을 갖게 된 보조교사들이 지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우리는 할 수 있어. 내일이 금요일이잖아."
억지스러운 웃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는데 15년 차 보조교사 Ms. T가 두 팔을 올리며 말했다.
"Today is Friday Eve!"
그 말을 듣는 순간 휴게실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해와 같이 밝아졌다.
"Yay!"
"Right! It's Friday Eve!"
그 날, 그 표현을 처음 접한 나는 일주일에 금요일이 두 번인 달력이라도 발견한 듯 신이 났고 그 긍정적인 표현이 무척 좋아졌다.
그래서 오후 내내 마주치는 동료들에게 "Today is Friday Eve!"라는 말로 인사를 했고, 그 말을 듣는 모든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목요일이 목요일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목요일을 '금요일 전날'이라는 표현으로 바꾸자 피곤하고 짜증스러웠던 목요일이 '즐거운 금요일 전날'로 바뀐 것이다.
'내일이 금요일'인 것보다 '오늘이 금요일 전날'이라는 표현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쩐지 '금요일 전날'보다 'Friday Eve*'가 더 기분 좋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Christmas Eve라는 말에 익숙해진 탓일까?
미국 학교에서 일하게 된 후, 가끔 미국 동료들에게서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시각을 배운다.
같은 것도 밝고 좋은 쪽으로 보려는 미국식 긍정의 태도.
그것 덕분에 나는 예전보다 조금 더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
Monday, Tuesday, Wednseday 그리고 Friday Eve 다음에 Friday... 그리고 주말!
정말 신난다!
모두들 행복한 '금요일 전날(Friday Eve)' 보내세요!
*Eve는 evening의 준말이기 때문에 Friday eve는 금요일 전야가 맞겠지만 우리가 12월 24일을 Christmas Eve라 부르며 성탄절 전날로 지칭하여 사용하는 것처럼 금요일 전날로 적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