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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18. 2020

요즘은 트럼프가 대세

어떤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끝없이 당당한 Trumpish들

주변의 미국인들은 종종 "-ish"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Happyish"라고 대답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완전히 행복하다고 할 수 없지만 다소 행복한 듯하다는 의미이다.

Childish(어린이스러운 : 유치한), Yellowish(노란색 비슷한), 7 ish(7시경) 그리고 Finished. Ish ( 거의 끝나가 ) 등등 정확히 그렇지는 않지만 그와 비슷하다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럼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한, 트럼프스러운 이들은 뭐라고 할까?

Trumpish(트럼프스러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 대단하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놀랐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터널을 지나면서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를 보며 나는 계속 놀라고 있다.

일전에 어느 방송국 기자와 트럼프 대통령이 1:1 인터뷰를 하는 것을 잠깐 본 적이 있다.

기자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지 매우 직설적으로 물었다.
트럼프는 기자의 눈을 정확하게 응시하며 자신은 아주 잘해왔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자기가 잘했기 때문에 검사를 많이 했고 그래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이라면서 세계에서 검사를 가장 많이 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말만 그리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믿는 것으로 보였다.
사망자 수가 10만 명을 훌쩍 넘는 것을 질책하며 질문하자, 트럼프는 자기가 잘 해왔고 자기가 잘하고 있어서 사망자가 10만 명 밖에 안 되었다고 했다.

사망자가 20만 명까지 가면 아주 잘 해내는 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20만 명을 20명이나 두 명쯤으로 여기는 것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기자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내내 기자의 어떤 질문에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망설임 없이 트럼프는 말했다.

"나는 매우 잘해왔고, 아주 잘하고 있다."

기승전결 자화자찬으로 귀결되는 그의 논리를 보며 궁금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무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미국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술렁이기 시작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4월이면 바이러스가 사라질 거라고 자신했다.

방만하고 안일한 국정 운영으로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늘 뻔뻔했다.

소독약을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의 혈관에 넣으면 어떻냐는 이야기를 공식 기자 회견 장에서 떠들고도 그는 전혀 기가 죽거나 머쓱해하지 않았다.
그는 한 나라의 수장으로서 자기 국민들 죽음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이나 미안함을 느끼기는커녕, 그런 단어 따위는 아예 알지 못하는 사람 같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미국을 혼자 다 책임지고 있는 위대한 애국자처럼 포장한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조카가 책에 쓴 것처럼 그에게 도덕과 양심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잘못된 정책과 결과는 다른 사람 탓이고 자신이 한 일은 모두 위대한 성과라는 그런 정체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처음엔 어처구니가 없고 억지스러운 뻔뻔함에 뭐라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데 근래에는 자기애로 가득한 그의 당당함과 무엇을 해도 자신이 한 것에 대해 한치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그의 무한 자신감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면 저렇게 노상 변함없이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을 수 있을까?
한국인 특유의 소심함과 남에 대한 의식을 떨치지 못하고 툭하면 자책과 자괴감에 빠지는 나로서는 그의 유전자와 천성이 신기하기만 하다.

괴상하고 이상했던 그의 끝없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신기하고 자못 부럽기까지 할 때도 있다.


스스로를 주류라고 여기는 미국 백인들에게는 정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트럼프스러운 성향이 있는 것을 경험한다.
미국 학교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 중 말로는 세상에 못할 일이 없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교사이며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넘쳐서 주체할 수 없음을 당당하게 떠들고 다니는 교사들이 있다.

실제로는 게으르고 나태하며 아이들에게 못 되게 굴고 마구 차별한다는 것을 직원들이 공공연히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

툭하면 자기 할 일을 바지런하고 착한 동료에게 부탁하고 만날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한 특수학급 교사는 자신을 특수교육계의 페스탈로치(Pestalozzi) 쯤으로 떠들어댄다.

아이들 학교에서 만난 학부모 중에도 트럼프와 비슷한 이들이 있다.

자신이 학부모의 의견을 대변하며 교육을 바로 세우는 세에서 제일 훌륭한 부모라고 자신한다.

반 아이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영악한 자기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영리하고 착하다고 믿는 그를 향해 어쩔 수 없이 웃어주는 담임을 보면 마음이 짠하다.

Trumpish들을 동네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매일 뉴스에서 본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는 미국의 뉴스를 보며 생각한다.
트럼프의 대책 없는 자신감과 당당함은 깨닫지 못하던 사이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 트럼프 유전자를 가진 미국인들을 자극하여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Trumpish를 양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그래서 11월에 있을 미국 대선의 결과가 몹시 두렵다.





요즘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Trumpish(트럼스러운)가 대세인 모양이다.


근래 한국사회를 보면 체면과 예의를 중시하는 것이 한국인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Trumpish들이 이들이 온갖 뉴스를 장식한다.
주위 사람들에 대한 예의나 지켜야 할 체면 따위는 어디다 줘 버린 듯 대중들 앞에서, 미디어 안에서 자기 자랑과 남에게 떠넘기기에 앞장서서 아무 말 대잔치에 여념이 없는 Trumpish 한국인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잘못된 것은 남 탓이고 자신만이 나라 사랑에 혼신을 다하는 애국자라 믿는다.

세상에서 혼자 나라를 지키는 것 같은 애국자들 덕분에 대한민국은 참 든든하겠다.


아마도 내가 보편적이라고 알고 있던 한국인들의 정서와 성향에도 유전자 변형이 왔나 보다.
아니면 태평양을 건너 한국에도 트럼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것일까?

미국 뉴스에 나오는 Made in U.S.A 트럼프나 한국 뉴스에 나오는 Made in Korea 트럼프를 연일 보고 있자니 문득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Trumpish 바이러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존의 문제 앞에서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감염된 트럼프 바이러스는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강력 것 같다는 엉뚱한 생각도 해본다.




보면 볼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하다.

진짜로, 참 대단하다.

보통 사람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살다 보니 가끔은 Trumpish들의 굳센 자존감과 무한 자신감이 나에게도 있었더라면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그들의 당당함이 단할지라도 그것이 옳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도 잘못한 것 없다는 그들의 말에 믿음을 주기가 참 어렵다.

그래서 그렇게 끝없이 뻔뻔한 사람 되고 싶지는 않다.


수시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주눅 들기 일쑤이지만,

그리고 아무리 Trumpish가 대세일지라도,

그냥 부족한 자신감으로 대세에 휘둘리지 않으며 예의와 체면을 지키 보통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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