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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Mar 27. 2019

How are you?  정말 내 안부가 궁금한가요?

미국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에 대한 질문

잼스와 페라를 데리고 강당을 지나가다가 교장  Mr. F를 만났다.

“Hi Mr. F”

인사를 건네니 평소와 같이 “Hello Ms. P, How are you?”하고 인사를 한 교장은 강당 문을 향해 걸어갔다.

“How are you?”라고 물어놓고 내가 질문에 대답도 하기 전에 자기 볼일에 바빠서 멀어진 교장을 향해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내가 잘 지내나 진짜 궁금한 것도 아니면서 뭐하러 만날 때마다 물어본대.’



  

미국에 와서 살면서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말 중 하나가 "How are you?"이다.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조급해졌던 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중학교 때였던가? 교과서에 이와 비슷한 대화문이 제시되어있었다.

메리 : How are you?

피터 : I’m fine, thank you, and you?

메리 : I’m fine, thank you.


우리는 참새처럼 선생님을 따라 외운 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돌아가면서 짝하고 역할을 맡아 반복했었다.

그 당시 나는 “ How are you?”에 대한 대답은 “ I’m fine, thank you, and you?” 하나만 있는 줄 알았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꼭 그 대답만이 아닌 자기 상황에 맞게 대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질문을 들을 때마다  “I’m fine, thank you.”라고 대답해야 하고 이어서 “and you?”라고 되물어야 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에 와서 며칠 되지 않은 어느 날, 동네 구경을 해보려고 혼자 산책을 하는데 할아버지가 지나갔다.

굳이 눈을 마주칠 생각이 없었는데 고개를 들다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슬그머니 다른 곳을 보는 척 하려는데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Good morning. How are you?”

‘앗, 굿모닝 하우 아 유? 라니. 그럼 나는 아임 파인 땡큐 앤드 유?라고 물어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나는 할아버지를 향해 웃으며 대답을 시작했다.

“Good morning, I’m…….”

내가  “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묻기도 전에 할아버지는 벌써 저만큼 멀어져 갔다.

순간 ‘이건 뭐지? 내가 너무 꾸물거려서 가버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굉장히 마음이 찝찝했다.

다음에는 더 빨리 대답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동네 마켓에 장을 보러 갔는데 마켓 직원이 나를 보더니 웃으며 인사를 했다.

“Hi, how are you?”

‘오늘은 빨리 대답을 하자.’ 정신이 번뜩 들어서 얼른 입을 열었다.

“Hi, I’m fine, Thank……”

직원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건을 들고 지나가버렸다.

그런 과정이 거치면서  “How are you?”는 내가 배운 것처럼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이 아닌 “Good morning”이나 “Hi”라는 인사에 의례적으로 따라오는 인사말일 뿐이라는 것을 점차 깨닫게 되었다.


동네 사람들이나 처음 보는 사람과 마주친 경우 못 본 척 또는 모른 척 지나가지 않고 웃으면서 “Good morning”이나 “Hi”를 건네는 미국인들의 자연스러운 인사는 그들의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운 관습이라고 여겨진다.

하지만 “Good morning”이나 “Hi”라는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은데 많은 미국인들이 인사말과 함께 “How are you?”를 붙여서 묻는 것에 나는 조금 불편함을 느낀다.


더 재미있는 것은 “Hi, how are you?”라고 지나가는 사람이 인사를 하면 “Hi, how are you?”라고 대꾸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서로의 안부가 궁금한 사이도 아니고 굳이 대답을 들을 생각도 없으면서 그렇게 묻는 그들의 모습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나는 그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싫고 어정쩡한 인사가 왠지 불편해서 안부를 나눌 관계가 아닌 누군가와 마주치는 경우 보통 “Good morning”이나 “Hi”라는 인사만 던진다.

물론 그런 경우 상대방은 굳이 “Hi, how are you?”라고 대꾸하고는 저만치 지나가버린다.

그럴 때면 대답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머뭇거리다가 사라지는 사람을 보며 나는 혼자 생각하곤 한다.

‘굳이 대답을 들을 것도 아니면서 왜 물어보고 가는 거야?’   




대답을 기대하지 않는 그들의 “Hi, how are you?”에 둔감해졌을 무렵 미국 학교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나에게 다시 어정쩡한 그 고민이 찾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남다른 꼬맹이들을 데리고 급식실이나 화장실로 그리고 양호실로 돌아다니다 보면 학교 직원이나 학부모들과 수도 없이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늘 듣는 말이  “Hi, how are you?”이다.

처음에는 같은 학교 사람들이니까 관심을 가지고 묻는 건가 싶어서 대답을 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가끔 서로의 힘든 상황을 아는 동료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눌 경황이 있을 때 서로를 향해하는 “Hi, how are you?”에 대해 “I’m OK.”라든가 “So far so good.” 또는 “I'm very fine.”이라고 대답하면서 웃음으로 서로를 격려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How are you?”는 답을 기대하지 않고 하는 인사말일 뿐이었다.

나는 그 애매함과 개운하지 않은 기분이 싫어서 서로의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상대 거나 그럴 여건일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볍게 “Hi Ms. B” 또는 “Good morning Ms. B”라고 인사만 건넨다.




나는 미국인들의 의미 없는 “Hi, how are you?”에 대해 나만 그런 느낌을 갖고 있는 줄 알았다.

어느 날, 쉬는 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지키는데 같이 일하는 Ms. C가 자신도 미국인이지만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Hi, how are you?”라고 묻는 인사말이 이해가 안 간다면서 대답을 듣지도 않으면서 왜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도 몇 분 동안 우리는 쿵짝을 맞추어 미국인들의 "How are you?"에 대해 성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다음부터 우리는 아침에 만나 “Good morning, how are you?”라고 물을 때마다 “I’m good.”이나 “Pretty good”라고 대답하면서 서로 의미심장한 웃음을 나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도 나처럼 미국인들과 마주쳤을 때, “Hi, how are you?”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고민하는데 지나가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황당했거나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답하기 위해 애썼던 경험을 한 이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서로에게 궁금한 경우릴 제외하고 미국인들의 “Hi, how are you?”는 대체로 나의 안부에 전혀 관심 없이 그냥 지나가는 인사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누구도 “Hi, how are you?”라는 질문에 “I’m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대꾸하지 않는다.

“I’m OK.” 또는 “So far so good.”, “Pretty Good.”이라고 대답한 후 이렇게 되묻는다.

“How are you?”

대답과 함께 "Thank you, and you?"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교과서는 항상 교과서 같은 소리만 할 뿐인가 보다.

삶 속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말하면 현실과 다른 “교과서 같은 소리”를 하게 될 수도 있다.  


문득 궁금하다.

요즘 교과서에는 내가 배웠던  “How are you?” 대화문이 어떻게 나와있을까?  

아마도 20년도 전에 내가 배운 그 엉터리 대화문은 사라지고 좀 더 현실적으로 바뀌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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