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시계추: 가장 높은 곳에서 비로소 마주한 나의 그림자
내 안의 들끓던 야망은 아마도 아빠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이었나 보다. 더 높이 올라가 증명하고 싶어 했던 나의 갈증이 아빠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드디어 마주하게 된 진실 앞에서 깨달았다. 아빠가 사라진 지 10년. 그 침묵의 시간 동안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부서지고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아빠의 실종은 어떤 거창한 음모도, 사고도 아닌 비겁하고도 초라한 '도망'이었다. 가장의 무게를 경제적 풍요로만 증명하려 했던 아빠는 무리한 투자를 감행했고, 결과는 참담한 파멸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아빠는 우리에게 빈털터리로 돌아오는 대신, 스스로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잠적을 택했다. 가족을 지키고 싶어 시작한 일이 결국 가족을 가장 잔인하게 버리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 도망의 세월 동안 아빠는 마음뿐만 아니라 건강까지 모두 잃어버린 채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든 비극적인 전말을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해한다"는 말로 아빠를 다시 가족의 울타리 안으로 받아들이기에, 우리가 견뎌온 세월은 너무나 길고도 참혹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아는 이 하나 없는 낯선 땅, 그 광막한 600평 집에 우리를 덩그러니 내던져두고 사라진 아빠를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 거대한 집은 우리에게 부의 상징이 아니라, 매일 밤 고독과 공포가 넘실거리는 감옥이었다. 그곳에서 엄마가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내가 얼마나 악착같이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쳤는지 아빠는 알지 못했다. 그것은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아빠에 대한 신뢰가 분노로, 다시 무감각한 체념으로 변해버린 시간들.
우리는 결국 10년 만에 아빠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