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장모님에게
사랑하는 장모님에게,
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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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
요 몇일, 빨갛게 충혈된
어머님의 눈을 여러번 보았어요.
아마도 이제 몇번 안 남았다고 느끼고 계셨던
당신이 손수차리는 아버지의 식사 앞에서
여러번 눈물을 훔치셨을것 같아요.
그리고,
아버지를 오늘 떠나 보내기로 결정한
이틀 전 밤에,
당신이 사랑하는 딸과 한참을 울었던것을
저는 기억해요.
편지를 써내려가기에 앞섯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죄송해요'라는 말이에요
죄송해요 어머니.
과거 어느날엔가
저는 어머니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치매에 걸려 있으신 아버지에게
"이 인간아! 이 인간아!"를 외치는 당신을
사랑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화장실에 가기까지 한참을 걸리고,
때때로 양치하기를 거부했던 아버지에게
"저 인간이 할 줄 알면서 꼭 저래!
옛날에도 답답했어!"라고
말씀하실 때,
반평생을 남편으로서,
아들과 딸의 아버지로서 살아온 장인어른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어요.
죄송해요.
부부의 삶을 얼마 살지 않은 저는
그것이 부부의 연을 맺고
30년을 살아온 사람의
'끊을 수 없는 깊은 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뒤 늦게 알았어요.
그 말에는 사실
"좀 일어나줘요"
"이 가족을 조금만 더 지켜주지" 라는
남편에 대한 깊은 기대와 바램,
그리고 안타까움이 담겨있음을
뒤늦게 알았어요.
요양원에 장인어른을 모시고 난 뒤에
아침은 언제먹는지,
점심은 언제 먹는지,
저녁은 언제 먹는지,
간식은 언제 챙겨주는지,
씻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요양보호사분들은 어떤지,
꼬치꼬치 물어보시는 장모님을 보았어요.
그 질문들에는
그래도 당신의 남편이었던
그분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있었어요.
돌아오는 차에서,
아무말 없이 창 밖을 보고 계셨던
그 아련한 눈빛에서,
아버지가 쓰러지시고 난 뒤
10년의 시간을
아내로서, 엄마로서, 믿는사람으로서
지켜왔던것들을
저는 오늘 다시 보게 되었어요.
우리는 때때로 믿고 있는 것을
좋아보이는 말로만 표현해내지만
장모님께서는,
당신이 믿는것을
거룩해보이는 단어들과 표현이 아니라
삶으로, 지난 10년간 묵묵히 살아내셨어요.
그래서
장모님은
좋은 크리스챤이자,
좋은 아내,
좋은 어머니세요.
때로는 서서
때로는 앉아서
그리고 나머지는 누워서
당신의 곁을 지킨 아버지가 없는
오늘 밤이
조금 허전하실것 같아요.
우리의 마음에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어머니의 삶을 칭찬하시는것을
오늘 꼭 들으셨으면 해요.
잘했어, 괜찮아, 수고했어, 내가 다 알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평안하세요 장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