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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승 Mar 30. 2021

생일을 맞이한 아끼는 너에게

제자이자 동생인 너에게

사랑하는 민석아,
생일이었던 어제 하루는 어떻게 보냈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너를 축복하고 사랑해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이 형은,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생일'이 과연 의미있는 것인지를
잘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왔던것 같아.

아마도, 그것은 내가 자라온 가정환경의
'무심함'과도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결혼을 하고 나서야,
나를 축복하고 사랑해주는 아내를 통해서
'생일'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하고
그 생일에 함께 해주는 이들에 대해서
감사할 수 있게 되었던것 같다.

'생일' 세상에 태어난 날.

생일은 나에게 두가지의 가치로 다가오는것 같다.
첫번째는 세상에 존재하는 기쁨을 느끼는 날이야.
삶의 고단함은 언제나 존재에 대한 기쁨을 사그라들게 만드는것 같다.
관계가 어렵거나, 하는 일이 잘 안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것도 포함되겠지
그러한 과정들은 나의 존재의 기쁨을 갉아먹곤 하는것 같다.
생일은 갉아먹혀진 나의 존재에 대한 기쁨을 다시 채우는 날이야.
어제 너의 생일에 대한
누군가의 축복과 사랑이 '살만하다'는 기쁨으로 느껴졌기를 바란다.

두번째는 세상에 존재하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는 날이야.
때때로 시간은 진하게 만들어진 의미에 물을 붓는것과 같이
의미를 희석시키고 흐려지게 만드는것 같다
밤 늦은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며
'이러고 살아도 괜찮나'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지'라는 생각을
한번쯤 한적이 있었다면,
생일은 그러한 희석되어 묽어져버린 의미를
다시 진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생일은 '태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축복으로
'태어나는 날'이기도 할테니까.

그래서 형은, 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생일을 축복할 수 있다면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의 생일을 축복하고 기뻐해주는 일들이 많아지면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이 존재의 기쁨과 의미를
다시 채우고 만들며 살아갈 수 있을테니까

민석아,
너의 생일이 그런날이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형의 편지로 존재의 기쁨과 의미를 다시 채울 수 있다면 좋겠다.

사랑하는 민석아,
우리가 참 오랫동안 보아온것 같다.
덩치큰 중학교 1학년이었던 녀석이
이제는 고민도 나누고, 기도제목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구나.
함께한 그 시간 동안에 
이 형에게 존재할 만한 의미와 기쁨을 주어서 정말 고맙다.

조금 늦었지만, 진심으로 생일을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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