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가득 추억을 담아주신 과일가게 사장님에게
채소나 과일을 파는 가게 앞을 지나면
언제나 그렇듯이 장인어른 생각이 납니다.
제가 아내와 연애할 그 시절,
그러니까.. 아직 치매를 앓지 않으셨고 건강하셨던 그 시절에는
동네 골목길 작은 가게에서 갖가지 과일이름과 채소이름을 우렁차게 외치면서
길가던 아주머니들의 시선을 훔치어 물건들을 팔곤 하셨어요.
장인어른의 분위기가 묘하게 풍기는
아저씨의 가게에 발을 들인것은
제게 아주 큰 행운이었던것 같아요
먼저는
아직은 새파란 느낌이 가득한
저희 부부가 아들같고 딸 같으셨는지
저희의 두 손 가득, 딸기와 망고 그리고 오렌지를 꾸역꾸역
더 담아주셨던 그 손길이 그러했구요
그 다음으로는
제게 '장인어른'과의 은은한 추억들을
과일과 함께 건내셨다는것이 그러했어요.
가끔 그리운 추억을 닮은 어떤 이를 만나면
잠깐이지만 마음 한가득 따뜻해지는것 같아요.
그날 잠시 잠깐 지나쳤던 그 과일가게에서
아저씨는 과일만 파셨던것은 아니었나봐요.
서로가 그리운 누군가가 대신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누군가에게 그리운 아들 딸이 되어주구요
누군가에게 그리운 부모가 되어준다면
우리의 그리움이 좀 더 견딜만한 일이 되고
우리의 그리움이 좀 더 따뜻한 추억이 될것 같아요.
조만간,
과일가게에 다시 한가득
추억과 따뜻함을 담으러 찾아갈께요 아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