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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좀좀 Dec 01. 2020

사랑에도 힐링이 필요하다.

문득, 그리고 좀 그런 날

두 살 차이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아빠로서 (여기까지만 읽어도 숨이 턱 막히면서 공감할 준비가 되는 분들도 있으리라)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힘에 부칠 때가 참 많다. 하나일 때와 둘일 때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데, 일단 이 상황에서는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수학적 사고방식이 먹히질 않는다. 왜 1 더하기 1은 2가 아니고 4 또는 그 이상이 되는 것인가. 이 이상한 공식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다. 엊그제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아빠와 첫째 아들은 같이 캠핑을 가고, 엄마와 둘째 아들은 집에 있었다. 그리고 두 부자와 모자는 1박 2일 만에 극적으로 상봉했지만, 그 감동은 10분을 채 가지 못했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발현되지 않았던, 공포의 시너지 효과가 시작되었다. 첫째는 둘째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탐내고, 둘째는 형한테 안 뺏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둘이 놀다가 첫째가 뛰면 둘째는 자동으로 뛰기 시작한다. 무슨 센서라도 달려 있는 것 같다.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밥을 안 먹고 장난치면 그때의 밥상은 난장판으로 돌아간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아이를 향한 아낌없는 사랑이 육아의 기본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왜냐면 가끔씩 그 아낌없는 사랑을 아끼고 싶어 질 때가 오기 때문이다. 씻을 때, 밥 먹을 때, 잘 때, 특히 그러는 경우가 많은데, 다르게 생각해보면, 아빠와 엄마의 간절한 소망이 아이들의 본능과 충돌할 때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예를 들면, 빨리 씻고 자야 내일 아침 유치원에 늦지 않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있다. 빨리 잔다는 최종 목표점까지 가기에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저녁을 먹을 때부터 보면, 돌아다니지 않고 밥을 잘 먹어야 하고, 식탁 위에서 심한 장난을 치지 않아야 하고, 밥을 먹고 나서는 형제가 싸우지 않고 잘 놀아야 하고, 양치질과 세수, 또는 샤워를 별 탈 없이 끝내야 한다. 주말에는 손톱 발톱도 잘라야 하고, 책 읽기를 포함해서 자기 전에 거쳐야 할 여러 가지 세리머니도 무사히 잘 마쳐야 한다. 이 글을 쓰면서 그 상황을 떠 올리는 것만으로도... 지친다. (하...) 각 단계를 헤쳐 나가면서 여러 번 고비도 오지만, 무사히 잘 이겨내고 잠이 들면, 비로소 집안 정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많은 고난과 시련을 이겨낸 때라, 이때의 집안 정리는 식은 죽 먹기이다.

육아가 정말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다 똑같은 사람인데, 내 마음대로 될 리가 있나. 하지만 많은 부모들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반성하고, 또 반복한다.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는 확신이 있다.) 여기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득도의 경지에 오르기 위한 노력과 마음 수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그걸 끌고 갈 수 있도록 재충전하는 힐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물며 회사에도 똑같은 목적으로 휴가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육아에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오히려 회사에서 휴가를 내면 육아에 대한 피로도는 더 커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그 누가 됐든 육아를 하는 사람은 힐링을 하고 재충전할 수 있는 육아 휴가가 필요하다. 아니면 짧더라도 심적으로 크게 위로를 받거나 육아를 잊을 수 있는 독립된 시간이 필요하다.

아빠와 엄마는 서로에게 이런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서로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치유가 될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일반적인 현실 세계에서는 그것만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우리에게 고통보다 훨씬 더 큰 사랑과 행복을 주면서 무럭무럭 자라난다. 어쩌면 아이들이 주는 사랑이 계속 충전되어, 우리도 아낌없는 사랑을 계속해서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과정에서 사랑은 점점 더 짙어져 가고, 아빠와 엄마도 더 성장하는 것 같다. 그렇게 더 단단하고 따뜻한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 중간중간에 휴식이 있다면, 조금은 더 쉽게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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