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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의 Oct 28. 2020

집에서 외국어 공부하기 딱 좋은 시대

프롤로그

그동안 모아 온 글들을 브런치 북으로 발행하고자 결심하고 프롤로그를 써야겠다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는 '나는 왜 외국어를 공부하는가'였다. 여행이나 유학을 갈 거도 아니고, 외국어로 밥 벌어먹고 살 사람도 아닌 내가 하루 종일 집에서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혼자 공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워하고 있으니, 누군가는 나를 보며 '그거 왜 공부해?', '이직하게?'라며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왜 하필 외국어냐는 질문부터 답변하고 가는 게 가장 "적절한" 프롤로그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며칠을 고민해봤는데... 이렇다 할 답을 찾아내지 못했다. 나는 그저 외국어 공부하는 게 재미있는 사람이다. 발음 연습하는 거 좋아하고, 문법 공부하며 언어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좋고, 혹시라도 내가 배우는 언어의 네이티브 스피커를 만나면 짧은 어휘력으로 더듬더듬거리면서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즐겁고 신이 난다.


대학교를 다닐 때도, 방학 때 일본어 학원에 등록해서 기초 수업만 두 번 들었고,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로 배운 독일어를 잊어버리는 게 아까워서 직장인이 되고 난 후에도 혼자서 회화 교재를 사서 틈틈이 본문을 따라 읽고는 했다. 아, 대학교 2학년 때는 난데없이 러시아어가 공부하고 싶다고 서점에서 기초 교재까지 사 왔는데, 알파벳조차 다 떼지 못하고 그만뒀던 적도 있다. 어떤 언어는 관심이 오래 유지되고 어떤 언어는 금방 흥미가 식어버리지만 어쨌든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간이 나면 외국어 공부하는 걸 행복해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춤을 추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또 요새는 프로그래밍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듯이, 나는 외국어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그러니 '나는 왜 외국어를 공부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그냥, 좋아서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이렇게 시키지 않아도 혼자 외국어를 배우겠다는 내가 무척 흔한 케이스였음을 깨달았다. 정말이지 지루해 죽겠는데 취업을 위해,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공부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영어 쉐도잉을 연습하고, 일본 드라마를 보며 일본어를 익히고, 유튜브로 영상을 찾아가며 프랑스어를 배운다. 그런 외국어 동지들을 만나면 나는 괜히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다. 와, 반가워요! 지금 그 언어는 어떻게 공부하고 계신 거예요?


코로나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려워 외국어 공부할 이유가 적어졌다는 말도 있던데, 나는 반대로 코로나 덕분에 오히려 외국어 공부하기가 훨씬 편해졌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기존의 인터넷 강의 콘텐츠가 전에 없이 풍성해진 것은 물론이고, 이전에는 학원에서 직접 오프라인으로만 제공하던 수업들도 상당수 '현장 직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으로 제공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어 스터디 모집 게시판에만 들어가도 Zoom, 스카이프, 카카오톡으로 진행되는 비대면 스터디가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클래스 101, 탈잉, 스터디파이 같은 온라인 클래스들은 또 어떻고, 무엇보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영상들은 정말 말해 뭐하리.


이 브런치 북에는 내가 지난 5개월 동안 집 안에만 틀어박혀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쓴 글들을 모았다. 원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인 <외국어 공부하다 생긴 일>에 최대한 충실하게 - 공부 방법을 정리하기보다는, 공부하다가 나에게 생긴 자잘한 에피소드들을 옮겨적었다. 화상 스페인어 선생님에 대하여, 완벽한 단어장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중국어 공부를 하다가 갑자기 분노한 이유를... 그러다 혼자 이것저것 시도해보다 나에게 딱이다 싶은 공부법들이 생기면 참지 못하고 또 글을 끄적여보긴 했지만 말이다.


나의 공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일본어도, 내후년에는 프랑스어도 시작해보고 싶다. 차근차근 혼자서 실력을 쌓고 있다 보면, 조만간 마스크 벗어던지고 해외여행 가서 마음껏 현지 언어를 연습해볼 기회가 찾아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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