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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아니까 사는 맛이 달라요.

광진구 문해교실 어르신들의 당당한 등굣길

by 정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채택된 글입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교육센터에서는 60~80대 어르신 약 150명이 한글 수업에 참여하며 활발한 문해 학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어릴 때 가난 때문에, 아니면 아들이 아니고 딸이라는 이유로 부모들이 학교에 보내주지 않아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배우지 못해 겪게 된 설움과 차별을 당하고 살아온 늦깎이 어르신들에게는 가슴에 한이 맺혀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글을 배우고 익히면서 삶의 활기를 찾고 그 속에서 꿈을 키웁니다.

세종교육센터는 학력인증학교로써 교육부 인가를 받은 학교입니다. 학생 수는 150여 명 되고 선생님들은 20명 정도 있습니다.


이곳은 한글 교육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고 서로 소통하며 일상에 활력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이 다니는 한글 초급반과 초등 1단계부터 초등 3단계가 있습니다. 또한 중학교 준비반인 중학 예비 초급반, 중학 예비 중급반이 있습니다. 중학 과정은 중1반, 중2반, 중3반이 있습니다. 초등과정과 중학 과정을 다 마치면 세종교육센터에서 졸업장을 줍니다. 따로 검정고시를 보지 않고도 자격이 주어지는 것입니다.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에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학생들은 교재를 펼치고 읽고 필기하며 집중력과 호기심을 보여줍니다.

한 78세 여성 학생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종교육센터에 와서 공부하면 하루하루가 즐거워요. 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서로 공부하다 보면 뇌도 깨어나는 느낌이 들어요.”

쉬는 시간에 학생들은 차를 마시며 오늘 있었던 일, 가족 간에 있었던 일을 수다로 풀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세종교육센터는 교실 수업뿐 아니라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학생들은 경찰서를 탐방하며 안전과 질서의 중요성을 배우고, 영화 관람을 통해 문화적 경험을 넓힙니다. 가을에는 소풍을 떠나 자연을 만끽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우정을 쌓습니다. 이러한 체험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한글 학습뿐 아니라 사회적 경험과 활력을 동시에 제공합니다.

세종 교육교육센터에서는 국어 읽기와 쓰기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일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학생들은 글을 써보거나, 생활 속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자신감을 얻습니다. 해마다 열리는 전국 문해학교 글쓰기 대회에서 세종교육센터 학생들이 매회 수상을 하고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열정적인 학교입니다.


한 81세 학생은 “다 늘그막에 인자라도 배운다고 아침마다 학교에 나오능 거시 얼매나 좋은지 모르겄소. 인자라도 배워야지 안 배우고 집에 들앉아 있으면 치매뿐이 더 오겄소? 우리 모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해봅시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75세 여성 학생은 “학교에 와서 공부 헌 뒤로는 얘들 허고 문자도 주고받고 좋아유. 글을 아니께 참말로 사는 맛이 다르드만유. 앞으로 열심히 공부혀서 중학교도 가고, 고등학교도 갈 참이유." 라고 웃습니다.

세종교육센터는 단순한 배움의 공간을 넘어, 노년층이 서로 연결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커뮤니티 역할도 수행합니다. 전문가들은 노년 학습이 인지 기능 유지, 심리적 안정, 사회적 고립 예방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김선영 서울시 평생교육 전문가는 “정기적인 학습과 다양한 체험 활동은 고령자의 삶의 질과 정신적 건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세종교육센터와 같은 공간이 제공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과 맞춤형 지원은 단순한 교육을 넘어, 노년층의 행복과 건강을 지키는 사회적 자산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세종교육센터는 매 학기 새로운 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학생들이 배움의 즐거움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글 능력 향상뿐 아니라 생활 글쓰기,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합해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은 자기표현과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광진구 세종교육센터에서 배움을 이어가는 150명의 60~80대 학생들의 모습은, 문해학습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활력과 사회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공간임을 보여줍니다. 배움과 즐거움, 활력이 공존하는 세종교육센터에서는 앞으로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삶이나마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가슴 짠한 감동이 웃음과 함께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노년층에게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선사하는, 서울시 문해학습의 모범 사례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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