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촌 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생전에 그녀는 지독하게 절약하며 검소하게 살았습니다. 수도세를 아끼기 위해 수돗물을 거의 잠가 놓고 똑똑 떨어지는 물을 받아놓고 썼고, 더운 날씨에도 에어컨은 틀지 않고 선풍기로 더운 여름을 보내곤 했습니다. 어쩌다가 그녀 집에 가면, 허울뿐인 에어컨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고 선풍기만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집안에 불도 잘 켜지 않고 화장실에 갔다가 불을 끄지 않고 나오면, 따라와서 불을 끄곤 했습니다. 겨울철에도 그녀 집은 싸늘했습니다. 난방을 잘 켜지 않고 실내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했습니다. 절약이 몸에 밴 동생은 아무리 옆에서 말을 해도 듣지 않았고, 그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평소 부지런했던 그녀는 몸을 아끼지 않고 밤늦도록 일하면서도 집안을 반들반들 윤이 나게 닦고 또 닦았습니다. 빨래도 세탁기에 넣지 않고 직접 손빨래를 해서 뽀얗게 널었습니다. 항상 쪼그리고 앉아서 빨래를 하고, 엎드려 바닥을 닦느라 무릎이 빨리 망가졌습니다. 항상 아프다 아프다 하면서도 지독하게 아끼고 절약하여 이제 살만한데도, 흔한 외식 한 번 해보지 않았고 번듯한 외출복 한 벌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살지 말라고 입이 마르도록 잔소리를 했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서는 돈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한 채 아끼기만 하다가 병에 걸려 그만 생을 마감하고 만 것입니다.
가족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사촌 동생의 영정 앞에 향불을 붙이고 한 송이 흰 꽃을 놓았습니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나지만, 죽는 것 또한 전혀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는 것을, 삶이 이렇게 허망한 거라는 걸 동생은 몰랐던 것일까요. 애착하던 삶은 한순간의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돈에 얽매어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린 시절 이맘 때쯤 이면, 동생과 함께 푸른 언덕길을 걷다가 세 잎 클로버들 사이를 비집고 네 잎클로버를 찾던 기억이 납니다. 풀숲을 헤치면서 정신없이 행복의 네 잎클로버를 찾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모두 세잎의 클로버 잎들뿐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기진맥진하여 고개를 들었을 때, 하늘에는 온통 클로버 잎들의 환영이 둥둥 떠서 사라지곤 했습니다. 행복의 네 잎 클로버는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언젠가는 찾고 말아야지 하던 생각은 어릴 적 내내 꿈꾸던 행복의 징표였습니다.
힘들어서 찾기를 중단하고 언덕길을 내려오면서 동생은 말했습니다.
“난 커서 꼭 부자로 살고 말 거야.”
행복의 기준을 부의 축적으로만 여겨 돈을 모을 줄만 알았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 채, 병에 걸려 저 세상으로 떠나고 만 인생. 참으로 안타깝고 착잡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네 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었고, 세 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었습니다. 세 잎클로버나 네 잎클로버나 다 같은 뜻의 행복이나 행운인데, 세 잎클로버를 짓밟으며 그 풀숲에서 네 잎클로버를 찾느라 애를 썼던 생각을 하면 허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개인마다 갖는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덧없이 살다 간 동생의 죽음으로 행복의 기준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오늘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행복의 기준'은 무엇일까에 대한 토론을 했습니다.
토론이라기보다, 그냥 학생들의 생각을 알고 싶어서 여쭈어 봤다고 해야겠네요.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살아가면서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이야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행복은, 저 머시냐. 가족들 다 건강허고 오손도손 걱정 없이 사는 거. 그거이 행복이지요. 뭐."
"늙어서도 돈은 꼭 필요해유, 세상은 돈 없이 살기 힘들어유, 당장 아픈디 돈 없어서 병원도 못 가고 약도 못 사 먹는다면 그것 겉이 비참한 것이 어디가 있겄슈. 돈도 있어야 허겠지만은 적당히 쓸데는 써야지유. 너무 안 쓰면 안되유, 친구들 헌티 밥도 사고, 또 얻어먹었으믄 갚을 줄도 알아야지유."
"지는 예, 이렇게 학교 다니믄서 배우고 한자라도 알아가는 것이 행복이라 예. 글 몰랐을 때 답답허고 속상해서 눈물 흘렸든 생각 하면 배운다는 것을 최고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더."
"저도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안 빠지고 이렇게 학교 나올 수 있는 게 젤 큰 행복이네요. 저는 지하철 안 타고 걸어와요. 학교 오면서 걷고, 또 끝나고 집에 가면서 걷고. 날마다 걷기 운동하면서 공원에 피어있는 꽃도 보고, 나무들도 보고, 사람들도 보면서 이런 게 행복이구나 싶어요."
"돈 애낌서 살다가 자식들 물려줄라 생각들 말고, 다 쓰고 가야지라. 저는 자식들 헌티 냉겨줄 거 없이 나가 다 쓰고 갈랑만요. 애껴서 뭐흘라고 애껴요. 쓸 수 있을 때, 아끼지 말고 써야지라. 애끼믄 똥 된당께요."
하하하하 호호호호. 웃음꽃을 피우며 수업이 끝났습니다.
학생들은 이미 행복의 기준을 다 알고 있었습니다. 굳이 제가 말을 할 필요가 없게 말입니다. 행복의 기준은 딱히 정해진 게 아니라, 세상에 살면서 흔히 말하는 평범한 진리가 행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