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에서 <우동 한 그릇>이라는 극본을 읽기로 한 날입니다.
<우동한 그릇>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어느 해 12월 31일.
어머니와 아들 둘은 연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북해정이라는 우동집을 찾습니다. 세 사람은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조용히 우동 한 그릇을 시킵니다. 하지만 마음이 푸근한 사장님은 우동 2인분을 줍니다. 그런 일이 몇 해가 반복되면서 북해정 사장님은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됩니다. 아이들의 어머니는 버스 운전사인 남편이 죽고 피해자의 보상금을 마련하느라 많은 빚을 지게 됩니다. 그 빚을 갚기 위해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힘들게 살아갑니다. 한 해 마지막 날, 해넘기기 우동을 먹기 위해 북해정을 찾아온 것입니다. 사연을 알게 된 사장님은 매년 섣달그믐이면 세 모자를 위해 테이블 하나를 비워 두고 그들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그들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14년이 흐른 해, 북해정을 찾아온 세 모자는 14년 전, 우동 한 그릇에 용기를 얻어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큰아들 준이는 의사가 되었고, 작은 아들 현이는 은행에 근무한다며 감사 인사를 합니다. 세 모자는 이제 당당하게 우동 세 그릇을 시킵니다. 식당 안에 환성과 박수가 터지고 우동집 밖에는 흰 눈이 날립니다.
첫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제가 학생들에게 한 줄 한 줄 실감 나게 느낌을 살려 읽으면서 따라 읽게 했습니다.
읽기를 마치고 학생들 한 사람 한 사람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북해정 사장님, 종업원, 아이 어미니, 준이와 현이, 해설, 손님 1. 손님 2, 손님 3.
무대가 올랐다고 가정하고 제일 먼저 세 모자가 식당 안으로 들어옵니다.
북해정 사장님이 나올 차례입니다.
스텐바이, 액션!
북해정 사장님: 어서 오세요!
사장님 역할을 맡은 학생이 말합니다.
아이 어머니: (머뭇거리며) 저, 우동...... 1인분만 주문해도 괜, 괜찮을까요?
아이 어머니는 머뭇거리며 작은 소리로 말해야 하는데, 아이 어머니 역할을 맡은 학생이 아무 느낌 없이, 목소리의 높낮이도 없이 글 읽듯 크게 말합니다.
"저. 우. 동. 1. 인. 분. 만. 시. 켜. 도. 괜. 찮, 을. 까. 요?"
학생들이 꺄르륵 웃습니다.
"어머니, 아이 어머니는 돈이 없어서 우동 한 그릇만 시키는 거잖아요? 미안하다는 듯이 목소리 작게요."
저는 그 학생 앞으로 가서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아이 어머니가 한 말을 반복해 보입니다.
다시! 스탠바이, 액션!
"저, 우동 1인분만 시켜도 괘, 괜찮을까요?"
"아, 네 자알 하셨어요. 그다음 북해정 사장님 나오세요."
북해정 사장님이 주방 쪽을 향해 소리칩니다.
"아, 네 괜찮습니다. 여기요, 양을 많이 해서 2인분 정도 내주세요."
잠시 후, 음식이 나오자 사장님은 음식을 내놓으며 말합니다.
"1인분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세 모자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뒤 맛있게 먹습니다.
식사가 끝난 뒤 아이 어머니는 우동 1인분 값을 내놓으며 말합니다.
"아이 어머니 말씀하셔야죠."
학생이 더듬더듬 대본을 읽습니다.
"맛.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역시 아무 감정 없이 그저 글 읽듯 말씀을 하십니다.
"어머니, 식당에 가셔서 음식을 아주 맛있게 드시고 나오실 때 기분이 어떠세요?"
"기분 좋죠."
"그럴 때 어떻게 말하세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렇죠."
"맞아요. 방금 그 목소리 그대로, 다시 한번만 더 해볼게요. 실감 나게, 그냥 평소에 말씀하시듯이 그렇게 하시면 되세요. 시이작!"
"맛있게 자알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아."
"바로 그거죠! 아주 잘하셨어요."
이제 14년 만에 세 모자가 다시 북해정에 나타났습니다.
북해정은 여전히 손님들로 북적거립니다. 한복 차림의 여인과 두 청년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며 말합니다.
"저기, 세 명인데 자리 있을까요?"
사장님은 지금 만원이라 자리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세 모자를 알아보고 깜짝 놀랍니다.
북해정 사장님: 저... 저기... 여... 여보!
이번에는 북해정 사장님이 깜짝 놀라는 시늉을 하고 대본을 읽어야 하는데 또 글 읽듯이 읽습니다. 대사가 하나도 살아나지 않습니다.
"어머니, 책을 보고 읽지 마시고, 저를 보시고 그냥 말하듯이 저, 저기, 여... 여보!라고 말씀해 보세요."
북해정 사장님 역을 맡은 학생이 저를 보며 말합니다.
"저, 저기... 여... 여보!"
교실 안 학생들이 박수를 치며 웃습니다.
이제 한복 입은 부인이 말할 차례입니다.
"새해를 맞아 남편 묘에 인사하러 왔지요. 그동안 들르지 못했습니다."
한복 입은 부인은 당당하게 우동 세 그릇을 시킵니다.
한복 입은 부인, 아이 어머니 역할을 맡은 학생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대본을 읽습니다.
북해정 사장님: 잘 오셨어요. 자, 어서요. 여보! 2번 테이블, 우동 3인분이요!
가게 안은 손님들의 환성과 박수 소리가 터지고 가게 밖에는 흰 눈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습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짝짝 짝짝! 너무너무 잘하셨어요."
"힘드네예, 이런 걸 언제 해봤어야 지예. 그래도 선생님 덕분에 재밌었습니다."
학생들은 박수를 치고 웃음꽃이 피는 수업이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