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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Apr 20. 2024

오디가 뽕나무 열매라네

뽕잎차와 오디가 한 형제라고?

  곧 오디가 열리는 계절이 온다. 나는 오디도 좋아하고 뽕잎차도 좋아하는데 그 두 가지가 한 나무에서 나오는 것은 몰랐다. 대구에서 가까운 가창에 오리백숙을 잘하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소개받아 가보았다. 지금은 가끔 가족들이 가서 외식을 하는데, 처음 간 날은 마침 여름이었다.


  메인요리 후 후식으로 빙수를 먹어보라고 권해서 시켜보았다. 보통 카페에서 파는 빙수완 다르게  산딸기랑 오디가 얼린 상태로 가득 들어있었다. 궁금해서 사장님에게 물었다. “오디를 이렇게 얼려서 파는 것이 있는 가봐요?”  했더니 “우리 집에 많이 나오니까 다 못 판 것은 얼려둡니다.” 하며 나무를 가리킨다. 난 그제야 마당에 가득한 큰 나무가 뽕나무인지 알았다. 그리고 그 나무의 열매가 오디라는 것도. 난 도시 촌놈이다. 그 뒤로 그 집은 우리의 단골집이 되었다.  

 특히나 오디뿐 아니라 산딸기도 많이 재배해서 판매한다. 그래서 식당이름도 산딸기다. 가격이 시장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친정어머니는 치매학교에 다니시는데 산딸기철이 되면 꼭 넉넉히 사서 학교에 갖다 드린다. 산딸기를 싫어하시는 어르신들은 없으니까. 심지어 한 해는 엄마 냉장고에 따로  한통을 넣어두었는데 하룻밤 사이에 다 드시고 빈통을 남겨두었다. 열사람도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었는데, 엄마는 다 드시고 오리발을 내민다. 내가 잘못했지. 드시는 것이 조절이 안되는데 말이다.


  오디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숙취에도 효과적이고 탈모에도 좋다. 이렇게 좋은데 왜 보급이 잘 안 되는 것이지?  시골 가면 흔하게 뽕나무가 많아서 주위에서 그냥 따먹고, 또 수확하는 시기가 모내기할 때랑 겹쳐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많단다. 특히나 장기간 보관이 어렵고 또 그렇게 하려면 시설을 갖추어야 하니 재배로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뽕나무의 용도는 양잠인데 그 외에도 나무는 가구재로도 활용되고 처음 올라오는 순한 잎은 나물로도 먹는단다. 그리고 서리가 내린 후 잎을 따서 말려서 뽕잎차를 만든다고 한다. 언제 어떻게 만드는 지를 이제 알았지만 우연히  먹어본 뽕잎차는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아버님께 뽕나무를 하나 심자고 했고 뽕나무는 잘 자랐다. 오디도 주렁주렁 열려서 밭에 갈 때마다 스벅컵을 가득 채워와서 주스를 해 먹었다. 작년에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잎도 오그라들고 벌레도 많이 생겨서 나무를 좀 베었다. 나무 눈이 어디 있는 지도 모르고 너무 잘라버렸는지 올봄엔 잠잠하니 새싹이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나무도 여럿 죽였다.  

 우리 밭의 땅이 진 편이다. 물이 잘 안 빠지고 땅이 늘 축축한 편이라 채소들은 마르지 않아 좋은데, 나무들이 좀 힘들어하는 것 같다. 저 작년에도 자두나무가 죽었다. 감나무는 습기에 강한지 잘 살아있는데 사과나무와 자두나무는 힘들어했다. 그렇게 또 한그루의 나무와 이별을 할 것 같다. 이번 여름을 지내보고 정 살아나지 않으면 새로 한그루를 심어 잘 키워야지.   


 사후약방문이라고 대가를 치르면서 배워간다. 미리 공부가 좀 되어야 하는데 부지런하지 못해서이다. 알면서 짓는 죄보다 모르고 짓는 죄가 더 크다고 하니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배움에 더 마음을 내어야 한다. 부디 배워서 남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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