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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희건이나비 Apr 27. 2024

독일붓꽃의 우아함

혹시 보셨나요?

  나는 전생에 식물이었나? 어떻게 그렇게 나무나 꽃들을 보면 좋은 지 모르겠다. 풀꽃조차도 그리 이쁠 수가 없다. 그래서 예전에 아버님 밭에 가실 때 따라가서 구석진 곳에 조금씩 꽃씨를 뿌렸다. 또 정원이 있는 집에 놀러 가면 특이하고, 많이 피어있는 꽃이 있으면 한두 뿌리 얻어오기도 했다. 그렇다고 물론 걔들이 다 살아나는 것은 아니고 어느 땐 많이 올라오다가 어느 해엔 안보이기도 한다. 어느 꽃이든 다 자기만의 특징이 있는데 붓꽃을 유독 더 사랑하는 이유가 있다.


  어느 모임에서 안동에 세컨하우스를 지으시고 멤버들을 초대하셨다. 물론 정원엔 이미 많은 꽃들을 잘 가꾸고 있었다. 그사이에 눈이 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분명 붓꽃인데 사이즈도 일반 노랑이나 보라색보다 1.5배 정도 크고 색상이 핑크였다. 얼마나 이쁘던지.  얘 이름이 도대체 뭐냐고 물었더니 독일붓꽃이라 했다. 나는 둘째 아이가 독일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독일 소리만 들어도 무슨 이야기일까 관심이 가는데, 꽃이름이 독일 붓꽃이라니 더 정이 갔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한뿌리만 주실 수 있냐고 말씀드리니 세 뿌리나 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그 꽃이 귀하고 예뻐서 집에 돌아온 다음날 바로 밭에 가서 심었다.


  그리고 다음 해 어느 날이었다.  나는 그 꽃이 너무 예뻐서 밭 중간에 심었다. 그 당시 한 번씩 도와주러 오던 이모님이, 먹지도 못하는 것이 밭 중앙에 있다면서 뽑아서 저 구석으로 던져 놓으셨단다. 나는 그 사실도 모르고 며칠 지나고 갔는데, 꽃이 안 보여서 한참 찾다가 구석에서 발견했다. 다시 정성스레 그 자리에 심었다.  

 처음엔 골골하더니  살아나기 시작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도 상처가 있어서인지 꽃은 몇 해 동안 못 피웠다. 그러면서 몸 집은 조금씩 키워나갔는데, 아마도 삼 년째 되던 해에 꽃망울을 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신비로운 핑크빛으로 이쁘게 피어났다. 좀 미안 하기는 했지만, 집에서도 보고 싶어 한 가지를 꺾어 왔는데, 끝까지 꽃을 다 피워내었다.


  독일붓꽃은 외떡잎식물이고 백합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유럽 원산의 많은 종이 교배되어 만들어졌으며 품종도 종류가 많다. 꽃은 4~5월에 피고 유럽에서는 무지개꽃이라 할 정도로 꽃색의 종류가 다양하다고 한다. 또 굵은 땅속줄기가 있어 구근 식물로도 취급된다. 영국붓꽃, 스페인, 네덜란드 붓꽃등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붓꽃 종류가 많다.


  내가 붓꽃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 꽃의 마지막에 있다. 모든 생명이 다 끝이 있다. 그렇게 예쁘던 장미도 시들어가면 이쁘지 않고, 특히나 목련의 마지막은 많은 아쉬움을 남다. 그런데 이 붓꽃은 그렇게 크게 꽃을 피워내도 돌아갈 땐 몸을 다 말아서 정말 깨끗하게 정리한다.  동그란 공깃돌처럼 작아진다. 꽃꽂이를 해보면, 어떤 꽃은 바닥에 꽃가루가 떨어진 아이들, 꽃잎이 낱낱이 시들어 바닥에 떨어진 아이들도 있다.


  그런데 붓꽃의 마지막은 얼마나 장엄한지. 한치의 남김도 없이 작고 동그랗게 말아서 떨어지니 더 손을 댈 필요가 없다. 그래서 붓꽃을 보면 늘  나 의  마지막을 생각한다. 더 손댈 것이 없도록 미리미리 정리하고 군더더기를 남기지 않도록 말이다. 물론 아직 어리버리 정리도 못하고 있지만, 그게 내 마지막 소망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정리가 되리라. 마지막이 더 우아한 붓꽃이 오늘따라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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