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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바스티 기원정사

금강경을 설하신 곳

by 김미희건이나비

쉬라바스티는 코살라국의 수도였다. 코살라국은 번영을 이룬 나라지만 지금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코살라국은 정치 군사력은 월등했지만, 문화는 뒤지는 편이라 붓다가 교화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으셨다. 성도 후 3년째 되던 해 사위성(쉬라바스티)에 가셨고 그 뒤로 45년의 교화 여정에서 24번의 안거(석 달간 우기라서 이동하지 않는 기간)를 보낸 곳이다.


왕사성 죽림정사에서 수자타 장자란 사람이 붓다를 만나고 이곳 사위 성으로 초대했다. 수자타 장자란 사람은 본래부터 외롭고 어려운 자에게 보시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붓다와 수행자가 거처할 장소를 물색해서 전 재산을 넣어 기원정사란 곳에 붓다를 초대했고 워낙 장소가 넓고 밝고 좋아서 붓다도 여기서 오래 머물렀다.

사위 성 24번의 안거 기간 동안 19번의 안거를 기원정사에서 보냈다. 그만큼 사위성을 아주 사랑하셨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화가 있는 곳도 사위 성 기원정사이다. 예전에 책을 보다 보면 많이 언급된 장소라 더 친근히 다가왔다. 특히나 불교도들이 가장 많이 읽는 금강경을 설하신 곳이기도 하고 경전의 절반 가까이가 여기서 설해졌다.


법륜스님은 성지를 걸어서 다니고 싶지만, 여러 여건상 기본은 버스로 이동하고 걸을 수 있는 거리는 또 최대한 걸어보자고 말씀하셔서 인도에서 2만 보 이상 걸은 날도 여러 번 있었다. 여기 기원정사 또한 걸어서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 수자타 장자의 탑 터와 앙굴라 마라의 탑을 예배하고 기원정사로 갔다.

특히나 탁발의 경험도 해보라고, 절 앞에서 인도분들이 주는 과일이랑 만두 등을 발우에 받아 공손히 들고 와서 자리에 앉아 조용히 먹었다. 부처님 당시는 늘 그렇게 식사를 해결했다. 오전에 마을 사람들이 식사할 때쯤 일곱 집을 돌면서 한술씩 얻어오면 그날 식사가 되었다고 한다. 뭐를 주든 받아오고 더 달라고 하지 않고 받아온 음식은 다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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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러 계셨다 보니 여러 일화가 많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기원정사에서 이야기는, 탁발을 나갔다가 붓다가 욕을 먹은 경우가 있었다. 주인은 막 화를 내었지만, 붓다는 지긋이 웃으셨다. 그러면서

“이곳에 사람들이 옵니까?”라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하자 “가끔 선물도 가져옵니까?” 하고 또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때 붓다께서 “준 선물을 받지 않으면 어찌합니까?”라고 물으니, 주인이 그럼 그건 가져온 사람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때 붓다는 “그럼, 저도 주신 선물을 받지 않았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주인이 탁 깨치게 되어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는 일화가 기억에 남는다. 누군가 화가 나서 퍼부을 때 나도 웃으며 그 선물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부터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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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걷는 동안 인도의 전형적인 겨울 날씨가 이어졌다. 안개가 가득한 요즘의 인도 밭엔 밀이 한창이다. 날씨는 차가워도 들판이 너무나 넓고, 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계속해서 푸른 밭이 이어진다. 지평선을 볼 수 없는 대구 사람이라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을 눈 속에 가슴속에 넣기에 바쁘다.

새벽마다 비 같은 안개가 끼니 밀밭은 언제나 촉촉하다. 그리고 제주도의 유채밭을 연상하는 유채꽃밭도 드넓은 들판에 한없이 이어진다. 야외 화장실로는 최상의 조건이다. 큰 키로 가려주지, 예쁜 꽃밭에서 일을 보게 되니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채꽃밭의 기억은 쉬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머무는 동안 바라본 인도인들은 최소한의 필요에 만족하고 헛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 같다. 그저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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