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성지순례길마무리
아마도 긴장을 무지 했었나 보다. 걱정하던 허리가 비행기에서 내리니 통증이 시작된다. 난 키가 크고 어릴 적부터 허리가 좀 틀려있었다. 유명하다는 곳에도 많이 가서 효과도 보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도돌이표가 붙은 듯 또 돌아간다. 평생을 무리하다, 달래다 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이다. 이번엔 아무래도 춥고 딱딱한 곳에서 잠을 자고, 버스를 많이 타고, 많이 걸은 일정이 나에겐 무리가 된 듯하다. 마음은 다녀온 그때 그 마음을 기록하고 싶었는데 몸은 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누구나 자기가 믿는 종교에 따라 성지는 가보고 싶은 곳이다. 특히 나는 시댁에 있었고 아버님이 건강하셔서 젊을 땐 65세 이전에 가기가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어서 갈 수 있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 순례는 나에겐 정말 큰 선물이었다. 특히나 대단하신 법륜스님과 함께 가고 직접 다 해설해 주시는 멋진 기회였다. 산으로 올라가는 길엔 지팡이를 잡고 가셨다. 그 모습에 내 마음이 힘이 든다. 부디 스님이 오래 건강해서 더 많은 분에게 희망을 주길 빌어본다. 430여 명이 무리 없이 잘 마쳐서 회향 식 때 스님은 “이번 기수 멤버들이 복을 많이 지었나 봐요. 만일 내 도움이라면, 늘 별일 없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시며 우리에게 행운을 돌리셨다.
돌이켜보면 나의 경계는 작고 얕았다. 시집 산다는 핑계로 시야를 밖으로 두지도 않았고 시간이 부족하다며 책도 읽지 못하고 그저 그날그날 허겁지겁 살아온 것이다. 아이들이 공부할 때는 잠시 잠시 절에 다녔지 쭉 계속해서 다니지도, 나의 수행을 하지도 않으며 그저 힘들다는 타령을 하며 살았다. 정토회도 몇 번이나 권유를 받았지만 내 부모 모시기도 버겁다고 거부하면서 좁은 세계만 들여다보고 살았다. 성지순례 온 사람들과 대화할 시간은 많이는 없었지만 이미 얼굴에서 몸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한 사람 한 사람 귀한 사람이었다.
작은 우리 조 안에서도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 수행을 하면서 깨달음을 구해가는 삶이 참 보기 좋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내 꼴이었다. 그래 사람은 다녀야 하고, 어떤 일이든 내가 뛰어들어야 한다. 붓다께서 그 좋은 환경을 박차고 나오셔서 전 세계에 불교가 퍼지고 많은 불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간다. 작은 일에 도토리 키재기를 하면서 삶을 허비한 세월이 안타까움으로 온다.
늘 모래성을 쌓으며 안절부절 무너질까? 집착하던 삶에서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인연이 다 하면 실체는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집착을 놓고 괴로움에서 해방되는 삶을 살고 싶다. 순례 다니는 동안 다시 가고 싶었다. 다녀와서 허리가 빨리 회복되지 않아 고민이 되지만 그건 그때 생각하자. 언제든 마음이 동하면 떠나면 될 일이다. 아직도 자연이 살아있고 문명이 그리 범람하지 않은 축복의 땅에 다시 가보리라. 이젠 경험 자니까.
어쨌든 마치고 보니 속은 시원합니다.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한 분이라도 읽어주신 분이 계셔서 마무리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