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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카시아와 회향식

성지순례의 마지막날

by 김미희건이나비

부처님이 도리천에 올라가 3개월간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법을 설한 후 하강한 곳이 상카시아이다. 하늘과 인간 세계를 잇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장소이다. 예전엔 대규모의 사원이 있었지만, 지금은 다 허물어지고 그터에 힌두사원만 남아있다.


석가족이 자기 성을 감추고 ‘샤카’라는 성으로 살아남았던 곳도 상카시아이다. 석가족은 상카시아근방 이따와란 도시에서 2천 명 정도 회원을 가진 청년회도 조직해서 활동 중이라 한다. 석가족은 작은 도시국가였고 그 당시는 코살라국이 패권국이었다.

어떤 오해로 말미암아 코살라국에서 석가족을 멸망시키러 가는 길에 붓다께서 일부러 길 중간에서 명상하셨다. 처음엔 군대가 물러갔으나 삼세번까지는 붓다도 석가족을 지켜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시간을 벌어준 도움으로 석가족이 조금은 살아남을 수 있었고 성을 바꾸고 살아서 지금까지 석가족이 남아있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역사를 공부하고 자기 뿌리를 찾아 불교로 개종하고 있다.


법륜스님께서 이곳에서 석가족의 불교학생회 청년을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서 인연이 시작되어, 학교를 지어주고 이곳 사람들에게 법문도 설해주고 계신다. 우연이 아니라 아마도 필연인 것이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 이것이 생김으로 저것이 생기고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도 사라진다.

법륜스님은 성지순례가 끝나는 이곳에서 석가족을 위해 매년 불법을 설해 주시고 우리도 이 장소에서 회향식을 가진다. 스님께서 일 년에 한 번 신도들과 인도로 오시고, 이곳 사람들은 스님을 만나 불법을 전해 들을 기회가 되니 아주 귀하게 이 시간을 기다린다고 했다. 여기서도 명쾌한 즉문즉설이 이어진다. 우리나라에 불법이 전해진 지 1700년 된 즈음, 이제는 법륜스님이 부처님의 성지인 인도에서 사라져 가는 불법을 전하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기적의 씨앗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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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마지막으로 가사를 입고 여법하게 예불하고 탑돌이도 마쳤다. 우리의 회향식도 석가족이 사는 이곳에서 한다는 것이 너무 뜻깊었다. 그들은 최고선물인 꽃목걸이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걸어준다. 한 가족이라고 말해주는 그들의 말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한발 한발 정성스레 왔다. 하지만 그간 또 작은 것에 연연하는 자신을 본다. 생각으로는 성스러움을 추구하지만 실지는 생각대로 습관대로 살아가고 있다. 중생이란 울타리가 큰 감옥인데 늘 그것을 합리화하는 자신을 보라고 법륜스님께서 말씀하신다. 생각은 쉽지만 고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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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씨앗을 발현시키는 것, 방일하지 않고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 그렇게 가는 거다. 또 제자리로 돌아오겠지만 그 자리가 딱 그 자리는 아닐 것이다. 사르나트에서 삼귀의와 오계를 받고 출가자의 마음으로 붓다의 성지를 순례하고, 이제 발우와 가사를 돌려드리고 돌아가겠지만 아마도 떠나올 때의 나는 아닐 것이다.

회향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처음도 좋고 끝도 좋은 더 나은 나가 되고, 부처님처럼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될 것이라는 원을 세우고 인도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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