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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영 Jun 05. 2019

서로가 부러운 사람들


서로가 부러운 사람들


 내가 생활하는 이 곳은 역마살이 낀 사람들의 집합소다. 재미있는건, 이 곳의 사람들은 서로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발리에 살며 매일 서핑하는 서핑 캠프 사장님, 직장을 옮기는 사이 두 달 동안 여행 온 영어학원 선생님, 퇴사를 하고 무려 4개월을 서핑하러 왔는데도 언제든 돌아오라며 콜을 받는 엔지니어, 아예 발리에서 지내며 스냅 사진을 찍어 돈을 버는 사진가, 그리고 회사에서 전 직원 해외 한 달 살기를 보내줘 이곳을 찾은 SNS 여행 컨텐츠 크리에이터들… 


 서핑 캠프 사장님은 영어선생님을, 영어선생님은 엔지니어를, 엔지니어는 사진가를, 사진가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을, 그들은 다시 서핑 캠프 사장님을 부러워한다. 아직 앞길이 막막한 나는, 충분히 커리어를 이뤄내면서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 모두가 부럽다. 어쩌면 내 커리어와는 전혀 상관 없을 서핑에 미쳐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달려가는 동기들을 보면 더 그렇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스물셋. 내 어린 나이가, 그 기회가 부럽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기 전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몰두해볼 수 있는 시기. 그들은 나에게, 이 시기에 좋아하는 걸 이미 알고 푹 빠져지내는 내가 부럽다했다.


 음 그래서 난, 아마 미래의 내가 너무나 부러워할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즐기려고 한다. 이것이 성공이라는 목표에 직진하는 길은 아닐지라도 어디 한 번 할 수 있는데까지 파고들어보려고. 그래서 결론은, 사장님 저 집에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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