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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영 Jun 05. 2019

바다에서 깔깔거리기



정영, 정현, 정연, 정령 그리고 콩용


 내 이름은 정영이다. 한국인들에게도 어렵지만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이름이다. 카페에서 이름을 물어보면 그냥 ‘영’이라고 대답하는데, 잔을 보면 항상 Yong 이라고 적혀있다. 그래도 로컬 친구들은 나를 제대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에 이름을 그대로 소개하지만, 이들이 나를 부르는 이름은 여전히 각양각색이다. 쩡영, 청영, 종용, 존욘 다양한데,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바로 콩용이다. 


 니스카를 처음 만난 날, 니스카는 다른 강습생들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에 올렸었다. “Where is congyong?” 이라는 글과 함께. 처음에는 콩용이 내 이름일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같이 서핑하는 언니들과 인도네시아어 번역기도 돌려보고, 콩용의 정체가 뭔지 한참동안 고민하다가 문득 든 생각에, “이거 설마 제 이름은 아니겠죠…?”라고 말한 순간 그 곳은 웃음바다가 되었더라지. 알고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C는 ch로 발음된다고... 그래도 이 사건 이후로 오히려 난 콩용, 쩡영, 존욘 등으로 불리는게 더 좋다. 각각의 친구들이 기억 속에 더 특별하게 남는 것 같아서 말이다. 












나 니아스로 돌아가


 델은 한국어를 굉장히 잘하는 편이었는데, 외국인 특유의 발음으로 “니 콧쿠멍 창 커” 라든지… “내 코딱지 마싯소” 라고 말할 때는 해변에서도 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크게 웃곤 했었다. 그리고 내 코 옆의 점을 보고는 ‘모스키토’라며 항상 내가 아닌 모스키토에게 인사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런 델이 갑자기 니아스로 돌아간단다. 아직도 발리에서의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기에 니아스 보이즈와의 이별을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나였다. 바다 밖에서 만난 적조차 없는 친구들이었지만 두 달 동안 바다에서 인사하고, 이야기하고, 실없이 웃으며 장난쳤던 기억이 내게 너무나도 소중하게 남아 있었나보다. 캠프에서 만난 서퍼들이야 한국의 라인업에서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기에 이별이 슬프지 않았지만, 니아스 보이즈는 달랐다. 그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그들을 만날 기회는 아마 영영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그 싱숭생숭하고 이상한 마음으로 델과 작별인사를 했더란다.


 근데 이게 뭐람. 3일 뒤 바다에서 자신의 보드 뒤에 숨어서 나를 빼꼼 쳐다보고 있는 델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그렇다. 장난이었다. 이별이 아쉬웠던 만큼 배신감이 머리 끝까지 차 올라서 “야!!!!!” 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쫓아갔지만, 이내 뭔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이에 속은 내가 너무 웃겨 함께 깔깔 거리며 웃고 말았다. 속은 것은 분하지만, 그래도 발리에서 보내는 일상, 그리고 그 일상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기에 이 역시도 소중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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