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래, 끝장을 한 번 보는거야

by 김정영


서로가 부러운 사람들


내가 생활하는 이 곳은 역마살이 낀 사람들의 집합소다. 재미있는건, 이 곳의 사람들은 서로를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발리에 살며 매일 서핑하는 서핑 캠프 사장님, 직장을 옮기는 사이 두 달 동안 여행 온 영어학원 선생님, 퇴사를 하고 무려 4개월을 서핑하러 왔는데도 언제든 돌아오라며 콜을 받는 엔지니어, 아예 발리에서 지내며 스냅 사진을 찍어 돈을 버는 사진가, 그리고 회사에서 전 직원 해외 한 달 살기를 보내줘 이곳을 찾은 SNS 여행 컨텐츠 크리에이터들…


서핑 캠프 사장님은 영어선생님을, 영어선생님은 엔지니어를, 엔지니어는 사진가를, 사진가는 컨텐츠 크리에이터들을, 그들은 다시 서핑 캠프 사장님을 부러워한다. 아직 앞길이 막막한 나는, 충분히 커리어를 이뤄내면서도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들 모두가 부럽다. 어쩌면 내 커리어와는 전혀 상관 없을 서핑에 미쳐 한 학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열심히 달려가는 동기들을 보면 더 그렇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들 모두가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 스물셋. 내 어린 나이가, 그 기회가 부럽다는 것이다. 직장을 다니기 전 무언가에 이렇게까지 몰두해볼 수 있는 시기. 그들은 나에게, 이 시기에 좋아하는 걸 이미 알고 푹 빠져지내는 내가 부럽다했다.


음 그래서 난, 아마 미래의 내가 너무나 부러워할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즐기려고 한다. 이것이 성공이라는 목표에 직진하는 길은 아닐지라도 어디 한 번 할 수 있는데까지 파고들어보려고. 그래서 결론은, 사장님 저 집에 안 갑니다.





응원


아빠가 6개월이나 1년이나 똑같대~ 너네 아빠는 그런데 있어서는 참 프리하더라.


그렇게 살아보는것도 니 인생에 큰 도움 될거야. 언제 또 외국에서 오래 살아보겠니. 그래서 허락하는 거야. 취업하고 또 결혼하면 더더욱 그런 기회 없을테니까. 니가 정말 높은 위치에 있어서 누군가에게 일을 맡기고 돌아다닐수 있는게 아니면 말이야. 이왕 노는거 일년동안 실컷 놀고와. 그 대신 일년이 끝이고, 돌아오면 더 열심히 해야 해. 니가 알아서 잘 해왔으니까 보내주는거야. 그리고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 그건 알제?


한 학기 휴학을 더 하기로 마음먹고 조심스레 엄마한테 전화한 순간, 처음에는 다시 생각해보라던 엄마가 아빠와 상의한 후에 해준 말들. 허락 받아서 기쁜 것보다도 이렇게까지 딸 믿어준다는 거에 감동받아서 전화 끊고 펑펑 울었던거 엄마아빠는 모르겠지. 이 짧은 전화 한 통이 평생을 살아갈 원동력이 될거란 걸, 나는 그순간 직감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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