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가 끌리는 이유

이공계와 문과충의 만남

by 조조

그는 리본이 달린 네모난 선물을 하나 꺼냈다. 책이었다. 사실 첫 만남 때 우리는 진로나, 삶의 가치관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 철학적인 이야기를 즐기던 나였다. 그날도 어김없었는데 마침 그가 이 대화들을 흥미롭게 들어주니 더 신나서 떠들었었다. 그 이야기들을 조용히 귀담아들은 그가, 관련된 책을 하나 골라온 것이다. 반전이었다. 왠지 센스 없는 무뚝뚝한 남자일 거란 편견이 깨졌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그 어느 것보다 특별하고 의미 있는 선물이었다. 이 남자, 내 취향을 벌써 파악한 걸까? 킬링 포인트는 책 제일 앞장의 문장이었다. 그는 삐뚤한 글씨로 짧은 메시지를 적어놓았다.


"당신을 생각하며..."


으악!! 이런 오글거림. 솔직히 나는 오글거림을 좋아한다. 아니, 사랑한다. 특히나 이런 감성 충만한 아날로그 오글거림은 언제든 환영이다. 브런치를 하는 많은 작가들이 그렇듯 나도 그러한 소박하고도 사랑스러운 감성이 너무 좋다. 아 물론 싸이월드식 감성 ('오늘도 나는 눈물은 흘린다'와 같은)은 사절이지만.


그는 그렇게 오늘도 호감 점수를 한 점 먹고 들어갔다. 알 수록 반전 매력이 돋보였다. 사실 첫인상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조금은 냉정해 보였다고 할까. 웃는 얼굴과 웃지 않는 얼굴의 차이가 컸다. 왜, 잠시 무표정이라도 하면 내가 실수라도 했나 긴장하게 되는 그런 얼굴 말이다.


여기에 그가 하는 일도 이공계 쪽인데, 나는 문과형 글쓰기 업무를 하고 있다. 반대인 요소가 많다. 그는 전형적인 공대 오빠 스타일, 나는 이상을 꿈꾸는 아날로그 문과충이다. MBTI를 물었다. 그는 내성적이고 이성적이고 나는 외향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었다. 검색해 보니 나쁘지 않은 궁합이었다. 서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유형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한강 산책과 책 선물까지 괜찮았던 애프터 만남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카카오 택시를 불렀다. 택시는 잘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길 한복판에 마주 보고 서서 그의 핸드폰 화면 속 상황을 함께 지켜봤다. 둘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다. 심장이 조금 두근거렸다. 이상하다. 바이킹 탈 때 오는 바로 그 심쿵.


택시가 왜 이렇게 안 잡히냐며 폰을 함께 쳐다보고 있었지만, 그의 심장도 나의 심장도 밖으로 튀어나와 쿵쾅거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쩌면 택시가 늦게 오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여코 택시가 왔다. 택시 안에서 그는 주말인 내일 나의 일과를 물었다.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읽을 거라고 했다. 그는 자기도 따라가면 안 되냐고 물었다. 속으로 빵 터졌다. 뭐야 워커홀릭이라며? 귀엽군. 나는 대답했다.


"그래, 그럼 내일 또 보자!'


-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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